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부당할까 두려워서 받아들여지는 길을 추구할 때 우리는 관용을 무관심과 혼동한다. 관용은 이웃이 자신의 신에게 기도할 때 그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무관심은 이웃이 신의 이름으로 그의 아내의 얼굴에 염산을 뿌릴 때 그들에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관용과 무관심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예를 들어 관용은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가 유용한 진단 도구라고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구에 평생을 바치는 과학자의 연구에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표현된다. 우리는 그들의 연구를 예사롭게 지나칠 수 있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만큼 돈이 넘쳐나는지 때때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자가 연구원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진단 도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그 도구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어 그들의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짓는다면 그때 관용은 차갑고도 잔인한 무관심으로 바뀐다.  - P145

‘쓰레기 과학‘이라는 용어는 일부 과학 분야에서 점점 증식하는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 용어는 두 가지 유형의 활동을 정의한다. 하나는 의뢰자가 제시한 가설을 확인하고자 맞춤 제작된 과학 활동(예를 들어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의뢰해 약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읽지 않고 누구도 자기 연구에 사용하지 않는 과학 활동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과학 활동은 그 사기성을 간파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과학은 전체 과학적 성과에서 차지하는비중을 파악하고 설명하기가 상당히 쉽다. 5년 동안 아무도,
심지어 저자 자신도 인용하지 않은 출판물이라면 아무도 읽지 않았으며 어디에도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쓰레기 과학의 비중은 학문 분야마다 다르다. 현재 인문학은 약 82%, 사회과학은 32%, 자연과학은 27%, 의학은 12%로 추정된다. 과학계의 현 상황은 마치 저장강박증을 앓는 사람의 집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의학에서 쓰레기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인문학 연구에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그 비용이 막대하기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일 수 있다. - P152

빼기에 대한 반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개발한, 탄탄한 경험적 근거를 가진 전망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손실에 느끼는 심리적 반감은 획득한 이익에 느끼는 만족감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100달러를 잃으면 너무나 속이 상해 다시 100달러를얻어도 잃었을 때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계속 손실이 나는 주식이든, 그무엇이든 빼기를 매우 주저한다. - P155

제거적 인식론에서 무엇이 효과가 있고 또 무엇이 효율적인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효과가 없고 비효율적인것이 무엇인지 가능한 한 많이 발견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오류의 결과가 아니라면 대리석을 조각하다 나오는파편으로서 그 덕분에 최종 조각품의 윤곽은 더욱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의미 없는 관계, 비효율적인 방법, 실패한 구조에 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조각가의 끝이 그토록 염원하던 모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계는 의식적으로 이러한 지식 수집을 포기하고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출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채택했다.  - P158

성관계에서의 자유의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 인식은 우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느냐 들어갔느냐에 따라 다르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말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우리의 생리적상태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꾼다. 그런데 우리의 생리적 상태를 인식하는 일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일만큼이나 간단하다. 즉 우리가 화장실 문 어느 쪽에 있느냐 하는 간단한 사실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마이클 엔트MichaelEnt와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그들이수행한 연구에서 소변을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유 의지를 덜 믿는 경향이 있음을보여주었다. 인간은 노예가 아닌 한 완전한 자유 의지를 가진다는 믿음을 지지했던 토머스 홉스와 데이비드 흄은 이 발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배고픔이나 수면, 성적 욕구에 따라 자유 의지에 대한 견해가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준 엔트와 바우마이스터의 연구 결과는 실로 획기적이다.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