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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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중에 남기는 독중감이다. 3부 21장부터 남았으니 약 600페이지중 2/3는 읽은 셈이다.


 도입부의 범사냥 이야기를 바꾸려한 편집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머리말에서 호기롭게 밝힐만큼 범사냥의 이야기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범사냥 수필에 버금갈 정도로 독자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굉장히 성공적인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다소 스테레오타입으로 움직이지만 야마다란 캐릭터만큼은 은담배갑을 사냥꾼에게 주는 장면에서 보여지듯 입체적인 캐릭터로서 소설 안에서 기능할 것이라고 예상되어 흥미로웠다. 다만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것인지 아직까지 등장 빈도자체가 굉장히 뜸하고 묘사는 적어 아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범사냥꾼은 이 이야기를 끝으로 소설에서 퇴장하여 소설의 2/3를 읽는 동안 전혀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정호가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라며 담배갑을 어루만지며 위안을 받을 뿐이다.


 난 전자책으로 읽는 중이지만 종이책 기준으로 600페이지는 소설치고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마케팅을 할 때 활용되곤 했던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려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조차도 1-2권의 약 1000페이지 동안 케이시와 엘라의 끽해야 대략 10년 미만의 기간을 다뤘는데 이 작은땅의 야수들은 1918년~1964년까지의 40년 정도의 여러 캐릭터들의 반생(半生)을 묘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묘사하면서 수많은 캐릭터들의 사건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포함한 개성을 (재미교포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어느 정도 신선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한 반면 작은 땅의 야수들이 묘사하려는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루려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이미 재탕하고 재탕된 드라마에서 볼법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수십년동안 고정된 NPC처럼 행동한다. 예를들어 조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작중 전개를 위해, 마치 정호와 옥희의 애절함을 증폭시키기 위해, 억지로 등장시킨 듯한 인력거꾼 한철이 전형적인 예시이다. 낮에 인력거를 끌고 밤에 학비도 없이 홀로 고학하는 한철과 당대 최고의 배우/스타(?)였던 옥희는 너무도 쉽게 사랑에 빠진다. 옥희는 사랑을 고백하는 정호에게 정호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이걸 어장관리로 느낀다면 너무 쪼잔한건가?? (그-옥희-를 줄곧 사랑했던 정호가 그 와중에 기생/창녀들을 통해 회포를 풀며 그런 자신에게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던 깨알같은 묘사도 이어진다) 옥희는 힘들게 고학하는 한철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지만 이미 예전에(할아버지인지 증조할아버지대인지) 안동김씨 문중과 멀어졌다는 앞선 묘사와는 다르게 한철의 어머니가 기생과 결혼할 것을 반대하리라는(다소 한철이 옥희와 결혼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는 일방적인 핑계가 아닐까 싶은,  안동김씨 문중에서 고부 생활을 한 것도 아님과 동시에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온 외부인이었던 며느리일 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한철의 여동생을 구박하던 남존여비 사상을 굳게 고수하던 어머니지만) 간단한 말로 결별한다. 또 한철이 자전거 수리를 할 때부터 마음에 들어하던 묘사가 노골적으로 나오던 성수의 딸과 기생충에서 봤을 법한 과외 교습을 한다는 묘사도 이어진다.. 한철이 그 일제시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난으로 취업을 못한다는 묘사는 아주 현시점에서 대놓고 공감하기 좋게 깔아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처럼 소설은 한국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친숙하고 익숙한 맛의 대향연이다. 등장인물들의 사랑/욕망의 묘사도 그렇고 전체적인 얼개는 미스터 션샤인의 느낌도 나면서 정호가 거지떼 아이들을 통솔하다가 왕초로 추켜세워지는 장면은 차인표 주연의 왕초나 장군의 아들 또는 야인시대의 김두한을 떠올리게 한다. 미꾸라지와 영구는 작중 편리한 시점에 퇴장했다가 다시 편리한 시점에 재등장한다. 연화도 마찬가지다. 야마다와 담배갑 이야기는 대체 언제 풀릴까 대강 야마다와 정호가 맞써 싸우는 독립운동 장면에서 등장할 것 같긴 한데..(웃음)


일제시대의 고아와 농민들의 어려움을 잠시 묘사했다가 도내 최고 기생에게 거둬지거나, 기득권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명보에게 의탁하면서 그런 묘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하인을 부리고 단이의 재택 교육을 통해 옥희 월향 연화는 순식간에 기생에서 탈적하여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최고의 가수와 배우의 위치에 올라서고 정호도 명보의 교육을 통해 그나마 사람구실을 하게 된다(웃음)(-그리고 그 얄팍한 부의 원동력이던 젊음,건강을 잃는 순간 고용인-하인을 잃고 순식간에 생활력이 제로인 모습이 드러난다. 전쟁 말기라 수탈이 더 심해졌다는 묘사로 설명은 종결된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맛에 적당히 얕은 깊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한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는 K-열풍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서양 독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작품이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연화가 특히 왈츠를 잘 부른다는 묘사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묘사를 초월한 일제시대 청중들이 잘 부르는 왈츠란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주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묘사임과 동시에 매우 고평가하는 묘사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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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소감.

전개가 지극히 작위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함.

다분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모티브로 한 장면에서는 알수 없는 힘(;;;)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 결국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한 정호(...?)라던가


이토는 왜 우연히 만난 옥희에게 갑자기 그 많은 돈을 줬을까? 납득이 안되네

한철은 어떻게 또 갑자기 자동차 정비소를 건설할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편리하게 본가의 다른 김씨 남자들이 몰ㅋ살ㅋ당해서 안동 김씨집안 종손으로 추대(;;;)되고?

무슨 무협소설 기연도 아니고 급작스러운 작가편의주의적 전개에 어이가 없을 지경.


은제담배갑과 야마다의 명령서에 불과한 종이쪽(..이걸 왜 처분을 안하고 고이 보관했을꼬?ㅋㅋㅋ)이란 복선을 체홉의 총처럼 잊지 않고 회수한 점은 방대한 분량을 고려했을 때 노력상/장려상은 줄만 하나 야마다를 도입부와 수미상관으로 처리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독창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음. 차라리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과 레드컴플렉스와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독재시절을 외국 독자들에게 알리고 고발하는 가상의 르포로서의 가치가 있을려나?

이토나 하야시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일본군 묘사에 비해 인간적인 면을 나름 부각시킨 야마다나 정호와 같은 밑바닥 출신이면서도 정호를 결국 이용만하고 배신을 일삼는 미꾸라지의 대비는 나름 객관적인 묘사를 위한 장치로는 읽혔음

 

다루려던 시대를 향한 포부와 그에 수반하는 중압감에 비해 3장 4장의 마무리는 분량도, 무게도 한없이 가볍고 상투적인 어설픈 수습이었다.

별 두개에서 마저 한개 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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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특별 양장본)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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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이미 마이클 영이 제시하고 예측했던 meritocracy 능력주의의 폐해에 대해 당시 미국 대선(트럼프-힐러리) 상황을 다소 동어반복적으로 묘사하는데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다.(비옥한 초승달 지대-총균쇠와 비슷한 느낌)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해야된다는건데?란 궁극적인 질문엔 다소 허무하게까지 느껴지는 결론인 능력과 공동선의 막연한 추구? 이의를 제기하라는 말은 대안이라기엔 그저 공허할 따름이다. 마치 문제제기는 내가 했으니 해결책은 니들이 알아서 잘 생각해보라는 식이다.


 인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계급-계층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거대한 사회실험(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이미 실증되었으니 막상 계층을 철폐하자는 주장을 하기는 불가능하고 단지 능력주의의 좋은 점과 공동선의 추구 사이에 균형을 '적절히 잘' 잡자, 겸손해야 한다는 식의 대안이나 해결책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조커처럼  결국 사회가 불타버리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지 않을까. (작중 토마스 웨인이 하층민을 광대-패배자-로 무시하고 경멸하면서 자신만이 그들의 유일한 구원자라고 우쭐대며 시장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그야말로 책에서 묘사된 능력주의 묘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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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캔터베리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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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보다 매콤한 맛은 조금 아쉽지만 신랄한 풍자와 해학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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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50
마거릿 미첼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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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책들의 오디오북으로 듣고 감상한 작품이다


성우들의 열연 덕분에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영화를 감상하듯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비비안 리가 등장하는 동명의 영화도 저작권 만료가 되어 유튜브에서 볼 수가 있어서 보는 동안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레이션을 하는 나긋나긋한 성우, 프리시를 잡을 땐 표독스럽기까지한 연기를 맛깔나게 한 스칼렛 성우, 너무 꿀성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레트 성우(덕분에 영화판의 클라크 게이블이 생각보다 뭔가 비열해 보이는 이미지로 보일 정도)와 가냘픈 연기가 돋보인 멜라니와 애슐리 성우들과 흑인노예들이 사용하는 어눌한 문법으로 번역된 대사도 맛갈나게 연기한 어멈과 돼지 빅샘 프리시, 비열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과장된 연기를 하는 미드 박사와 아치 등 모든 성우들이 빛난  훌륭한 오디오북이었다 


현대 시점에서 스칼렛은 사회의 구시대적인 통념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남성이면서도 생활력은 부족하며 학자나 예술가 성향이 다분한 애슐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먹여살리는 당차고 주체적인 신여성이다. 무도회를 좋아하지만 엘싱 부인이나 미드 부인등으로 대표되는 남부의 여성사회에서 배척되지만 그녀를 너무나 좋아하는 비현실적으로 헌신적인 멜라니 덕분에 양쪽의 끈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Badass인 레트와 새침한 츤데레인 스칼렛이 각자의 진실한 사랑을 찾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장대한 이야기는 멜로드라마나 순정만화처럼 서로의 톱니바퀴가 기가막히게 엇나간다. 레트가 타라까지 거의 다 당도한 마당에 갑자기 남부군에 입대한 충동적인 선택은 비록 나중에 그가 남부 민주당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기회가 되긴 했지만 생활력 없는 애슐리와 심신미약인 제럴드 밖에 없었던 타라 농장에서 그가 그렇게 좋아한 스칼렛과 함께 더 지낼 수 있는시간을 내팽개친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심지어 그 당시에는 애슐리도 입대한 상태였으니 그 집에는 남자라고는 제럴드와 돼지 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세금 300달라를 마련하기 위해 온 스칼렛에게 정부가 되라느니 했던 모욕적인 언사는 정말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벨 와틀링과의 관계도 스칼렛과 애슐리의 관계가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것만큼이나 스칼렛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으니.. 벨이 먼 도시의 학교를 다니게 한 아들과 레트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먼 도시를 다녀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작중에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뭐 스칼렛도 전남편과 아들과 딸이 2명이고 그 이부남매를 레트가 홀대하긴 커녕 보니처럼 잘 대해준 걸로 묘사되니 말이다.  


 그런 레트 버틀러가 딸바보가 되다시피 한 것 외에도 스칼렛이 방치하다시피 키운 의붓아들 웨이드에게 사려 깊고 훌륭한 아버지 노릇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아 이게 여자들이 뻑이 간다는 나쁜남자 갭모에인가 싶기도..ㅎㅎ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클리셰의 스칼렛도, 그런 매력적인 스칼렛을 도저히 거부하지 못하고 갈등한 것도 이해는 가는 애슐리와 애슐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레트.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온갖 현대 클리셰의 원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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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149
마거릿 미첼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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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 클라이막스인 남북전쟁 시기 애틀랜타에서 멜라니와 탈출했던 스칼렛이 마치 토지의 서희처럼 몰락한 농장가문의 가주로 거듭나며 악착같고 생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전개됩니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은 내일로 미뤄두기만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서 비비안 리처럼 이쁘지 않았다면 아마 진작에 참교육을 받았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 그 현실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악착같이 삶을 살아내는 스칼렛을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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