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50
마거릿 미첼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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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린책들의 오디오북으로 듣고 감상한 작품이다


성우들의 열연 덕분에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영화를 감상하듯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비비안 리가 등장하는 동명의 영화도 저작권 만료가 되어 유튜브에서 볼 수가 있어서 보는 동안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레이션을 하는 나긋나긋한 성우, 프리시를 잡을 땐 표독스럽기까지한 연기를 맛깔나게 한 스칼렛 성우, 너무 꿀성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레트 성우(덕분에 영화판의 클라크 게이블이 생각보다 뭔가 비열해 보이는 이미지로 보일 정도)와 가냘픈 연기가 돋보인 멜라니와 애슐리 성우들과 흑인노예들이 사용하는 어눌한 문법으로 번역된 대사도 맛갈나게 연기한 어멈과 돼지 빅샘 프리시, 비열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과장된 연기를 하는 미드 박사와 아치 등 모든 성우들이 빛난  훌륭한 오디오북이었다 


현대 시점에서 스칼렛은 사회의 구시대적인 통념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남성이면서도 생활력은 부족하며 학자나 예술가 성향이 다분한 애슐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먹여살리는 당차고 주체적인 신여성이다. 무도회를 좋아하지만 엘싱 부인이나 미드 부인등으로 대표되는 남부의 여성사회에서 배척되지만 그녀를 너무나 좋아하는 비현실적으로 헌신적인 멜라니 덕분에 양쪽의 끈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Badass인 레트와 새침한 츤데레인 스칼렛이 각자의 진실한 사랑을 찾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장대한 이야기는 멜로드라마나 순정만화처럼 서로의 톱니바퀴가 기가막히게 엇나간다. 레트가 타라까지 거의 다 당도한 마당에 갑자기 남부군에 입대한 충동적인 선택은 비록 나중에 그가 남부 민주당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기회가 되긴 했지만 생활력 없는 애슐리와 심신미약인 제럴드 밖에 없었던 타라 농장에서 그가 그렇게 좋아한 스칼렛과 함께 더 지낼 수 있는시간을 내팽개친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심지어 그 당시에는 애슐리도 입대한 상태였으니 그 집에는 남자라고는 제럴드와 돼지 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세금 300달라를 마련하기 위해 온 스칼렛에게 정부가 되라느니 했던 모욕적인 언사는 정말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벨 와틀링과의 관계도 스칼렛과 애슐리의 관계가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것만큼이나 스칼렛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으니.. 벨이 먼 도시의 학교를 다니게 한 아들과 레트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먼 도시를 다녀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작중에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뭐 스칼렛도 전남편과 아들과 딸이 2명이고 그 이부남매를 레트가 홀대하긴 커녕 보니처럼 잘 대해준 걸로 묘사되니 말이다.  


 그런 레트 버틀러가 딸바보가 되다시피 한 것 외에도 스칼렛이 방치하다시피 키운 의붓아들 웨이드에게 사려 깊고 훌륭한 아버지 노릇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아 이게 여자들이 뻑이 간다는 나쁜남자 갭모에인가 싶기도..ㅎㅎ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클리셰의 스칼렛도, 그런 매력적인 스칼렛을 도저히 거부하지 못하고 갈등한 것도 이해는 가는 애슐리와 애슐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레트.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온갖 현대 클리셰의 원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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