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마르시아스 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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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섬세한 묘사력, 탁월한 상상력, 유쾌한 진행, 과감한 문체를 지닌 작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연히 읽게 된 마르시아스 심의 '떨림'. 한국에서도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다니 한동안 온몸이 '떨림'을 자제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쩌면 혹자는 성에 대한 지나친 묘사가 거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떨림'이 담고 있는 성에 대한 탐닉은 저급하고 저질적인 것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예를 들어 고은주의 졸작 '여자의 계절'이 보여주는 성의 묘사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남녀의 성을 미학적인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떨림'의 세계에 과감히 뛰어들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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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사진의 여자
아사다 지로 지음, 권남희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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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사다 지로의 열렬한 팬이라 할지라도 일본의 관서지방 - 특히 쿄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문화에 익숙치 않다면 읽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영화에 흠뻑 빠진 한 여배우와 이미 사자(死者)가 되어 버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세 명의 교토대학 학생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목 '활동사진의 여자'에서 엿볼수 있듯 옛 영화에 담겨져 있게 마련인 슬픔과 그와 동질의 애조(哀調)로 점철되어 있다. 소설 배경은 교토.

일본어역을 보게 되면 등장인물들의 대화 대부분은 관서 사투리로 되어 있다. 물론 한국어역에선 전혀 이 부분이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 등장인물들 성격이 전체적으로 매우 평범하고 단조로운 어조로 격하되어 버렸다. 번역본에는 아사다 지로의 아름답고 격조 높은 일본어가 전혀 숨쉬고 있지 않아 정말 안타깝다.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이기에 교토 지역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이 소설을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약간 의심스러울 정도. 그만큼 아사다 지로의 철저한 애국(?) 정신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약간의 친일 성향을 지닌 내게도 이 소설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일반적 혹은 한국적 기준을 떠나 소설 자체적인 완성도, 섬세한 문체 등등으로 평가를 하자면 별 5개는 충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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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비 2005-03-0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영화이야기나 지방이야기를 할때는 못알아 들어서 좀 답답했지만 그래도 아사다지로는 짱이예요.
 
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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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윤대녕이 소설가로서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해 주는 작품이다. 리뷰를 쓰기 전 이전에 쓰여진 다른 글들을 읽어 보니 고맙게도 내가 느꼈던 감정과 감상들이 제일 첫 리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단 이틀만에 후딱 해치웠다. 윤대녕은 지루하고 늘어지는 문장에 알듯모를듯 뿌연 사건들을 중심으로 점점 희미해지는 꿈들의 허상을 좆는 허무맹랑한 주인공들을 그리는 '상복만 많은' 작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소설로 그런 기존의 엇나간 이미지들은 모두 불식됐다. 빠른 템포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꼭꼭 싸인 내용들-사이버스페이스로 대표되는 현시대에 걸맞은 소재와 주제로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올여름 무더위를 확 날려버릴만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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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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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몸을 비틀고 움직일 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 버려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우거진 숲의 수렁처럼...
'낯선 아내에게'는 짧은 소설 8편이 담긴 작품집으로 각각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고독에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처음부터 이들의 운명은 이런 식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는 일종의 체념과 고독한 적막감이 가슴을 메운다. 그렇기에 이 작품집 내의 대부분의 소설들이 '연애소설'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일종의 '고독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주인공들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로 몸서리치는 한편 그 과거에 대한 회오의 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중 '덧없음'이란 작품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하필이면 굶어 죽는 방법을 택하다니...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네의 선택을 책할 수만은 없다. 아사다 지로는 그 할머니의 죽음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들추어 내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아른한 봄날의 벚꽃처럼 신비감에 휩싸이게 한다. '마지막 행운'이란 작품은 경마에 관한 소설인데 경마에 문외한인 내겐 좀 생뚱스러웠다. '낯선 아내에게'는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파이란'의 원작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를 보지 못해 뭐라고 말은 못하겠으나 적어도 원작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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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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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란 이름 앞엔 늘 '전 씨네21 편집장'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것은 워낙 대중적인 잡지인 씨네21의 편집장이란 직함을 꽤 오랫동안 달고 있었고, 그 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책 내용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부분은 '일하는 여자, 그 뒷모습'이었다. 과연 그가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랐고, 어떻게 5년 동안 지켜왔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에서였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욕심만큼은,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런 바탕이 없었다면, 지금의 조선희는 없었겠지만.

많은 일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노력과 좌절을 반복하면서 발전하는 사람도 있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이었건 간에 그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조금 교과서같은 말이지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성공한 여성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실을 맺게 한 노력이 배울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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