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몸을 비틀고 움직일 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 버려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우거진 숲의 수렁처럼...
'낯선 아내에게'는 짧은 소설 8편이 담긴 작품집으로 각각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고독에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처음부터 이들의 운명은 이런 식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는 일종의 체념과 고독한 적막감이 가슴을 메운다. 그렇기에 이 작품집 내의 대부분의 소설들이 '연애소설'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일종의 '고독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주인공들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로 몸서리치는 한편 그 과거에 대한 회오의 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중 '덧없음'이란 작품이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하필이면 굶어 죽는 방법을 택하다니...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네의 선택을 책할 수만은 없다. 아사다 지로는 그 할머니의 죽음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들추어 내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아른한 봄날의 벚꽃처럼 신비감에 휩싸이게 한다. '마지막 행운'이란 작품은 경마에 관한 소설인데 경마에 문외한인 내겐 좀 생뚱스러웠다. '낯선 아내에게'는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파이란'의 원작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를 보지 못해 뭐라고 말은 못하겠으나 적어도 원작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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