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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자, 이렇게 하나하나 색들이 모두 담긴 게 검정이야.
멋지지? 너의 반짝이는 까만 머리색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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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몸속부터 함께한 소중한 배냇머리이니
가위로 잘라 붓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는 그 말이 무척 맘에 들었나봐.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근사한 반법이야.
내가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될 것 같아!

후드득, 앞머리가 잘려나갔지. 맙 소 사.
너는 여드름을 숨기려 나를 희생시켰지만
앞머리로 가리면 더 심해진다고.

결혼식을 끝내고 화장을 지우고 머리의 수많은 머리핀을
찾아 빼면서 너는 전쟁터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거울 앞에서 오늘 왔던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떠올려봤지.

출산 후 삼 개월이 지나 갑자기 머리들이 한꺼번에 빠지기 시작
하네. 이마의 머리카락이 고슴도치처럼 숭숭 제멋대로야. 너는 속
상해하지마 머리가 다시 나는 건 정말 다행인 거야.

엄마다운 헤어, 그리고 아내다운 헤어가 뭔지 고민하고 있어.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

두피에 열이 나고 머리숱이 더 줄어들고 갑자기 체중이 늘어버
렸어. 너는 우울하기도 하고 무언가 불안하기도 하지. 그건 호르몬
변화로 일어난 일들이야. 너는 그걸 알면서도 맘을 정리하기 힘들
고 그래서 괴로워. 힘을 내서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까지 시도했
지. 하지만 다 맞지가 않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영에 도전
했어.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를 알아보는구나!"
너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네. 너 이제 드디어 할머니
가 되었구나.
사실 나도 할머니라는 말 듣는 게 많이 걱정되었는데, 이렇게
예쁜 아이의 할머니가 되는 건 정말 기분좋을 것 같아.

보들보들 봄꽃 가득한 실크 원피스가 들어 있네. 너는 화려한
옷들을 안 좋아했는데 이렇게 잘 어울리잖아. 가늘어진 팔로 치마
끝을 잡고 흔드니 너는 꼭 꽃밭의 나비 같구나. 나도 함께 바람에
흔들리며 꽃 없이도 봄 향기를 맡고 있지. 다들 예쁘다고 함박웃
음을 보내주네.
생일 축하해!

너는 겨울 햇살을 정말 좋아하지. 정원을 돌다 네가 좋아하는
라일락 나무 아래에 섰어. 더 가까이 가니 연녹색 줄기가 싱그럽
게 자리를 잡고 있네.
너와 나 같지 않아?
앙상해 보이지만 아이처럼 수많은 생각이 흐르고 모든 걸 편안
하게 사랑하고 있으니 말야.

생일 파티중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즐겁게 너에
게 말을 걸고 또 행복하게 미소 지어줘. 너의 생일에 이렇게 사람
들이 즐거울 수 있다니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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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공기도 나긋하고 좋아. 정말 좋은 순간이야.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하지 않니?
모락모락 자라는 머리카락을 시작으로 모락모락 떨어지는 머리카락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읽다 보면 마음이 따스하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에 비유해서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고
인생의 쓸쓸함을 표현하기도 하네요.
나의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였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