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 옥스퍼드 써니 할머니의 유쾌한 인생조언
김성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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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 평생 소원 중 하나가 바로 첼로를 배우는 것이었다.

평생 피아노 한 악기만을 연주했던지라 현악기에 대한 미련과 동경심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더 늦기 전에 배워보겠다며 작년 여름에 나는 첼로 익히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쩜 손가락 열개와 내 뇌는 그렇게나 말을 안들어 주던지...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내 몸에 붙은 손가락 열개도 내 뜻대로 못 움직이는데, 내 인생이 내 뜻대로 안되는 거 어쩌면 당연한걸까...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그 생각을 한지 일년쯤 된 이 시점에 접한 인생선배 김성희씨의 책은 나에게 마치 졸음으로 가득한 오후에 갑자기 내리는 빗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죽을 때까지 대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 많아서인데, 그런 나를 보며 가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던데 그런 나에게 정말 아이구, 선배님! 하고 부르게 하고 싶은 사람을 책으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나이 50. 결혼이 일렀다면 대학생 아이를 둔 나이이고, 늦게 결혼했다 해도 한창 아이들의 동부 뒷바라지에 정신 없을 그런 나이가 아닌가 하는데, 김성희씨는 그 나이에 유학을 가서 세계 석학들이 모인다는 옥스퍼드에서 석박사 공부를 한다. 대단한 용기와 인생과 학업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할 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녀가 유명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는 사실이나 그녀의 다른 경력보다 내가 가장 주목한 것은 그녀가 인생을 대하는 자세이다. 


세상에 목표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다 못해 올 봄에는 여섯살배기 딸아이가 자신의 올해의 목표는 완벽하게 독립읽기를 하는 것, 새로운 친구들 5명을 더 사귀는 것과 발레 스쿨에 다시 가는 것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나 또한 매년 새해 목표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매일 뭔가 일을 계획하지만, 내가 정한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것을 이루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목표가 마음에 든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한 오늘.


"어떤 상황이든 내 선택이 최고라도 믿어야, 그 일을 즐기게 되고 잘하게 되는 법,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덧

한 발짝 나아가 있는 것이 인생이다"- 프롤로그


마음에 든다. 이 분의 인생도...그녀가 말하려는 것들도...

그래서, 이 책...조만간 다시 집어들 생각이다. 

내 인생이 내 뜻대로 안된다고 투덜대고 싶어질 때.

내가 선택한 것이 맞는지 의구심에 미쳐버릴거 같을 때.

선택한 일이 재미 없다며 남의 떡에 욕심이 날거 같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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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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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일본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했다.

원래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리 즐겨 읽지 않았는데, 마치 누군가가 수필처럼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게 적어내는 일본 특유의 서정성때문에 즐기게 된 일본 소설들. 그 중 음식을 소재로 한 책들은 유독 따뜻한 감정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어 더욱더 꼭 찾아 읽고 싶은 주제의 책들이 되었다. 여기 그런 책이 또 한권 독자들을 찾아왔다.

'행복한 기억과 슬픈 추억도 요리가 되는 책' 이라는 표지의 문구도 참 인상적이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쉬운 날만 있고, 행복한 날들만 있던가... 힘들고, 서럽고, 눈물 나는 날이 더 많지 않은가 싶은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누군가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착각마저 들어 작은 위안을 받았다.


작품에는 60대의 세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혼녀인 코코, 그녀는 황혼의 나이에 이혼녀가 되었다. 바로 예전에 함께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동업자와의 결혼을 위해 남편이 그녀와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이쿠코는 어머니와 남편을 차례로 잃고, 코코의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주인공을 여전히 기다리며 살고 있다. 


이렇게 세명의 여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가끔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하고,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닦아내게도 하고, 피식 웃게 만들기도 한다. 각자가 가진 아픔과 사연이 고스란히 전해지긴 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누군가의 삶일 수 있고, 억지스러움이 없어서 자연히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혹은 누군가와의 수다로 날려보낸 경험은 나만 해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음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공감간 반면에, 일본 음식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것들만 아는 나같은 독자의 경우 어떤 음식은 이름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음식 이름과 그에 대한 궁금함때문에 가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지만, 그런 사소한 불만을 잊게 할 만큼 책은 매력적이다.


오늘은 따뜻한 미소국과 야채절임, 초밥을 만들어 내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늘 함께 보내지 못했던 오늘 하루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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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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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어디로 가고 싶어?'

'글쎄...엄마는 그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그게 어딘데?'

'글쎄... 아프리카?'

'아프리카? 엄마 아프리카 간 적 있잖아~'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지만, 이집트가 아프리카라도 느끼지 못했거든~'

'그래? 그럼 우리 기린이랑 사자 보러 아프리카 갈까?'



며칠 전 잠자리 책을 읽어주고 엄마랑 딱 5분만 수다 떨고 싶다던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너무나 익숙했던 삶.

항상 짐을 꾸리고 풀고, 새로운 얼굴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듣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던 삶에서 멀어진지 그새 1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일 때문에라도 자주 짐을 꾸리던 생활을 멈추고 나니 이제 '여행' 이라는 단어는 몇시간 거리의 도로 여행이나, 몇해마다 한 번쯤 가는 한국으로의 친정나들이와 내가 사는 나라에 흩어져 사는 시댁식구들이나 친구들과 한해에 한번정도 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의 전부가 되어버린 요즘, 20대 젊은 나이에 처음 밟은

아프리카 땅을 다시 찾기 위해 돈을 아끼고 시간을 모았던 작가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며  책장을 펴들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뭘까? 휴식을 위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세명중 두명은 갖고 있는 비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이며 너뿐 아니라 나도 다녀왔다는 과시를 하기 위해서? 그 목적과 방법이 어떻든간에 일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은 시작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장소가 아닌 사람때문에 이어진 여행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후원을 통해 만나게 된 '아들' 로부터 종교를 이유로 후원받기를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를 나눠주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속상해 했을 이유로 속상해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태도와 생각을 먼저 살피는 저자의 모습에서 이것이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님을 강하게 느꼈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던 과정, 여행동안의 이야기들을 참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지만, 휴양지도, 문화 유적지는 더더욱 아닌 아프리카에서 그녀가 겪었을 힘든 시간들이야 오죽했을까 싶은데, 저자의 이야기는 끝까지 여행이라는 것이 장소가 아닌 사람을 향한 마음임을 놓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저자가 보낸 시간을 보내라고 하면, 난 과연 할 수 있을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절대 못 할 일이다. 마음이 원해서, 믿음을 갖고 아프리카의 한 아이가 '당신은 좋은 심장을 가졌다' 고 얘기한 저자가 이 책의 도움과, 시간의 도움을 얻어 또 다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고 사람을 느끼다 올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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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니터를 위한 손뜨개 모티브 50 - 두근두근 코바늘 레슨 두근두근 코바늘 레슨
주부의벗사 지음, 김수정 옮김, 송영예 감수 / 참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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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재주가 뛰어난 조모님들과 이모님들, 어머니밑에서 자랐다.

그렇다보니, 어린 시절부터 책과 더불어 가장 큰 놀이감은 각종 공예 재료들이었는데, 화가였던 외숙부의 팔레트와 튜브에 담긴 색색의 물감들만큼 내 눈을 끌었던 것은 동양자수에 사용되었던 색감이 화려한 견사들. 그리고, 모양새가 참 희한하다고 느꼈던 코바늘이었다. 이모님들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와 끊임없는 수다를 나누면서도 손 한번 내려다보지 않고 왼손가락들에 얽기섥기 걸어둔 실과 오른손에 잡은 코바늘을 이용해 내가 입은 원피스, 피아노 위를 덮었던 화려한 덮개들, 그리고 조모님이 책을 보실 때 사용한 무릎덮개와 소파의 방석등을 만들어냈었다. 

덕분에 나는 동양자수, 서양자수, 대바늘 뜨개질, 십자수, 등등의 여러 종류의 바느질을 배웠고, 그 후로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즐겨하는 취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내게 끝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생각되었던 것이 바로 코바늘 뜨개질이었다. 남들은 책을 보고 독학으로도 배운다는 코바늘 뜨개질이 나는 여전히 힘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사들인 코바늘 뜨개질 책값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어 중고 소형차 하나 정도는 구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니...


아무튼, 큰 기대를 안고 받은 이 책은 눈요기(!) 감으로는 손색이 없다. 일본 여성들의 작품이 컬러풀한 사진으로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손을 놀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실과 바늘을 준비해 뭔가를 만들어 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할만큼 욕심나는 작품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실의 종류과 굵기, 모티브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배색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도 친절히 알려준다. 도구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완성치수와 뜨는 법을 상세히 설명해 두었고, 미국에서 부호로 그려진 도표없이 말로만 설명되어 있다면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먼저 도표가 나와있고, 그 도표를 어떻게 읽는지 설명을 해주는데, 그 설명 또한 쉽게 이해가 되도록 쓰여있어 과연 초보 니터들을 위한 책이라는 제목에 맞게 출판사에서 신경 써서 책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정말 극초보인 나같은 사람은 이 책만으로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는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조만간 샵에 들러 필요한 재료들을 찾아 이 책 속의 가장 간단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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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여행기
류한경 지음 / 조선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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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이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내가 일하는 학교의 봄방학이었다. 첫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타주로 금광 캐기 체험을 

다녀온 후,  주중에는 아이들과 도서관, 갤러리, 박물관을 다니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을 읽고, 블록을 만들고, 뒷뜰에서 공차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 중 방문했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큰아이는 친구를 만났고, 엄마들끼리도 친구가 된 사이인지라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하며 남은 시간동안 함께 다니며 놀다가 박물관을 나서기 전에 아이들의 성화에 기프트 샵에 들렀더랬다.

내 아이들은 한달에 한 번, 며칠 가지고 놀면 시들해지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니라 갖고 놀아도 갖고 놀아도 재미있는 블록 시스템이나, 퍼즐, 좋아하는 미술재료들을 선물로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런 샵에서도 뭔가를 사달라고 성화를 하지 않는데, 나는 친구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국 나이로 이제 9세가 된 우리의 아이들. 고작 3학년인 꼬맹이들. 

그러나, 그녀의 손에 들린 것중 하나는 화학 기호표 포스터. 거짓말 조금 보태 방문만한 그 기호표를 가지고 뭐하려나 싶어서 물었더니, 아이가 곧 화학을 배우게 될게 뻔한데, 지금부터 외워 두도록 연습을 시키려고 샀단다! 물론, 내 잣대로 누군가를 재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항상 내가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 뒹굴거리고 놀아야 할 나이라고... 좋아하는 책이나 좀 읽으면서 어린이로서의 삶을 만끽해야 할 나이라고 말할 때마다 동조하면서 같은 육아관을 가진 사람을 자신의 아이의 친구의 엄마로 둔게 참 좋다고 박수까지 쳐가며 호들갑떨던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본듯해서 입안에 쓴침이 도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 사교육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소신대로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 선행 학습과 사교육에 찌든 로봇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처럼 키우려고 애쓰는 한 엄마가 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이 치맛바람 좀 쎄기로 유명한 동네가 아니던가? 그래도 그녀는 꿋꿋하게 자신의 믿음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듯하다. 좋은 성적보다 좋은 습관, 좋은 관계, 좋은 추억에 더 초점을 둔다는 엄마.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요즘 한국 가정에서 한명의 아이당 쓰게 되는 사교육비가 50만원을 훨씬 윗돈단다. 그 돈을 일년만 모아도 600만원. 아이가 둘이라면 천만원이 넘는 돈이다. 그렇게 살뜰하게 모은 돈으로 아이들과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던 작가의 한달간의 베네룩스 3국 이야기는 단숨에 읽어내리는 동안 정말 꽤 여러번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책의 마지막장을 닫으면서는 우리집 외식비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푼돈을 모아, 내후년쯤에는 큰아이가 너무나 가보고 싶어하는 호주  가족 여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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