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여행기
류한경 지음 / 조선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2주전이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내가 일하는 학교의 봄방학이었다. 첫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타주로 금광 캐기 체험을 

다녀온 후,  주중에는 아이들과 도서관, 갤러리, 박물관을 다니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을 읽고, 블록을 만들고, 뒷뜰에서 공차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 중 방문했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큰아이는 친구를 만났고, 엄마들끼리도 친구가 된 사이인지라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하며 남은 시간동안 함께 다니며 놀다가 박물관을 나서기 전에 아이들의 성화에 기프트 샵에 들렀더랬다.

내 아이들은 한달에 한 번, 며칠 가지고 놀면 시들해지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니라 갖고 놀아도 갖고 놀아도 재미있는 블록 시스템이나, 퍼즐, 좋아하는 미술재료들을 선물로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런 샵에서도 뭔가를 사달라고 성화를 하지 않는데, 나는 친구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국 나이로 이제 9세가 된 우리의 아이들. 고작 3학년인 꼬맹이들. 

그러나, 그녀의 손에 들린 것중 하나는 화학 기호표 포스터. 거짓말 조금 보태 방문만한 그 기호표를 가지고 뭐하려나 싶어서 물었더니, 아이가 곧 화학을 배우게 될게 뻔한데, 지금부터 외워 두도록 연습을 시키려고 샀단다! 물론, 내 잣대로 누군가를 재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항상 내가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 뒹굴거리고 놀아야 할 나이라고... 좋아하는 책이나 좀 읽으면서 어린이로서의 삶을 만끽해야 할 나이라고 말할 때마다 동조하면서 같은 육아관을 가진 사람을 자신의 아이의 친구의 엄마로 둔게 참 좋다고 박수까지 쳐가며 호들갑떨던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본듯해서 입안에 쓴침이 도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 사교육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소신대로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 선행 학습과 사교육에 찌든 로봇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처럼 키우려고 애쓰는 한 엄마가 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이 치맛바람 좀 쎄기로 유명한 동네가 아니던가? 그래도 그녀는 꿋꿋하게 자신의 믿음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듯하다. 좋은 성적보다 좋은 습관, 좋은 관계, 좋은 추억에 더 초점을 둔다는 엄마.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요즘 한국 가정에서 한명의 아이당 쓰게 되는 사교육비가 50만원을 훨씬 윗돈단다. 그 돈을 일년만 모아도 600만원. 아이가 둘이라면 천만원이 넘는 돈이다. 그렇게 살뜰하게 모은 돈으로 아이들과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던 작가의 한달간의 베네룩스 3국 이야기는 단숨에 읽어내리는 동안 정말 꽤 여러번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책의 마지막장을 닫으면서는 우리집 외식비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푼돈을 모아, 내후년쯤에는 큰아이가 너무나 가보고 싶어하는 호주  가족 여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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