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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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어디로 가고 싶어?'

'글쎄...엄마는 그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그게 어딘데?'

'글쎄... 아프리카?'

'아프리카? 엄마 아프리카 간 적 있잖아~'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지만, 이집트가 아프리카라도 느끼지 못했거든~'

'그래? 그럼 우리 기린이랑 사자 보러 아프리카 갈까?'



며칠 전 잠자리 책을 읽어주고 엄마랑 딱 5분만 수다 떨고 싶다던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너무나 익숙했던 삶.

항상 짐을 꾸리고 풀고, 새로운 얼굴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듣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던 삶에서 멀어진지 그새 1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일 때문에라도 자주 짐을 꾸리던 생활을 멈추고 나니 이제 '여행' 이라는 단어는 몇시간 거리의 도로 여행이나, 몇해마다 한 번쯤 가는 한국으로의 친정나들이와 내가 사는 나라에 흩어져 사는 시댁식구들이나 친구들과 한해에 한번정도 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의 전부가 되어버린 요즘, 20대 젊은 나이에 처음 밟은

아프리카 땅을 다시 찾기 위해 돈을 아끼고 시간을 모았던 작가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며  책장을 펴들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뭘까? 휴식을 위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세명중 두명은 갖고 있는 비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이며 너뿐 아니라 나도 다녀왔다는 과시를 하기 위해서? 그 목적과 방법이 어떻든간에 일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은 시작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장소가 아닌 사람때문에 이어진 여행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후원을 통해 만나게 된 '아들' 로부터 종교를 이유로 후원받기를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를 나눠주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속상해 했을 이유로 속상해 하기 보다는 자신의 태도와 생각을 먼저 살피는 저자의 모습에서 이것이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님을 강하게 느꼈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던 과정, 여행동안의 이야기들을 참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지만, 휴양지도, 문화 유적지는 더더욱 아닌 아프리카에서 그녀가 겪었을 힘든 시간들이야 오죽했을까 싶은데, 저자의 이야기는 끝까지 여행이라는 것이 장소가 아닌 사람을 향한 마음임을 놓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저자가 보낸 시간을 보내라고 하면, 난 과연 할 수 있을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절대 못 할 일이다. 마음이 원해서, 믿음을 갖고 아프리카의 한 아이가 '당신은 좋은 심장을 가졌다' 고 얘기한 저자가 이 책의 도움과, 시간의 도움을 얻어 또 다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고 사람을 느끼다 올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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