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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ㅣ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 3
일운 지음 / 담앤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외국생활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요즘처럼 환절기에 몸이 안좋을 때일수록 생각나는 것이 한국음식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사는 곳에도 한인 마트며 한국 음식점들이 즐비하지만 내가 가끔 떠올리는 한국음식중에 이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은 바로 사찰 음식이다. 어릴때부터 가끔 시간이 나면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따라서 다녔던 한국의 사찰들과 그곳에서 만났던
간결하지만 정성어린 음식들은 식당에서 만나는 그것들과는 철저히 다른 음식들이기에...
물론, 언제부터인지 채식식단인 사찰음식이 건강식이기때문에 유행이라는 얘기도 얼핏 듣기는 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은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라고 한다. 챕터로 나누는 대신에 한자로 색, 수, 상, 행과 식이라는 다섯개의 주제안에 불영사
스님들께서 직접 가꾼 재료로 제철에 만들어낸 여러 사찰 음식의 레서피가 스님들의 수행이야기, 먹거리 이야기와 잘 버무려져 있어
읽는 재미가 보는 재미만큼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색'에서는 밥, 국, 죽, 수프를, '수'에서는 겉절이, 샐러드, 면과 튀김을, '상'에서는 떡과 전, '행'에서는 볶음, 찜, 무침, 조림을, 그리고 '식'에서는 장아찌를 다룬다.
얼마전에 티비의 모 프로그램에서 집밥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연예인의 집을 찾아다니며 그 집 고유의 밥도둑 음식을 찾는 것을 흥미롭게 보았는데, 사찰음식의 꽃이자 밥도둑은 혹시 장아찌가 아닌가 싶다. 젓갈이나 파, 마늘도 사용하지 않고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김치를 만든다는 사찰 음식 얘기를 결혼전 어머니에게서 듣고서 어떻게 젓갈이며 파, 마늘 없이 김치가 돼? 라고 물었었던게 생각이 나면서 그래서 그리 많은 종류의 장아찌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자그마치 65종류의 장아찌가 소개된다.
이 책에서 나는 꽤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각 재료가 가진 일반적인 조리법대신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여러 음식을 소개받았는데, 기억나는 것들은 콩나물전과 시래기전, 토마토 장아찌, 팽이버섯장아찌등이다. 이 외에도 그리 복잡해보이지 않는 레시피들은 누구나 쉽게 사찰음식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것이 체력의 변화이고, 그렇다보니 생각하게 되는 바른 먹거리. 그래서, 육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식 섭취 양을 늘이려고 애쓰고 있는 요즘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채식 섭취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