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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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고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어 번역본으로 몇번을 읽은 희극인 조르바를 이윤기씨가 번역한 한국어 책을 구입해 읽었다. 그래도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써야할까...하고. 그냥 좋은데...좋다고만 하고 말 수는 없잖아? 사실, 한국을 떠나 산지 오래되었고, 한국에서 중고등학생일 때는 지금의 친정집 거실과 어머니의 서재에 가득 채워진 전집, 세계명작, 시덥잖게(!) 번역된 일본 전집, 조선역사 전집며 시전집...이런 것들을 읽었고, 그 후 대학생이 되어서는 머리속이 빌 정도로, 몸이 아플정도로 놀면서도 습관처럼 꺼내읽는 것은 당시 사회상을 대변하는 인기있는 한국 작가들의 책이거나, 어쩔 수 없이 성적표를 위해 읽은  수업 시간에 읽은 짧은 영어 책정도였다. 그러니, 나는 번역서를 읽을 기회가 많지도 않았고, 이윤기씨처럼 유명한(!) 번역가의 이름을 들아보기는 했으나, 많은 작품을 읽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항상 한국에 사는 지인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책' 에는 이윤기씨가 작업한 책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놀라기는 했다. 이제까지 나는 작가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고, 번역가는 그저 남의 나라 말을 내 나라 말로 옮겨내는 작업인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내가 아주 우매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서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단지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국어에 대한 얘기, 문학에 대한 얘기를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글읽기'를 즐기지만 '글쓰기'는 영 실력도 없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지 않으며, 그저 가끔 누군가가 쓴 잘 쓴 글을 보면 부러운 정도였다. 이윤기씨 또한 자신은 글읽기를 할때면 황희정승만큼 행복하지만, 글쓰기를 할 때는 그렇지 못했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그가 한국의 대표적인 번역가, 작가로서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언어에 대한 그의 감각과 노력이 마냥 부러워하는데서만 그칠게 아니고, 본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멋있어 보이고 싶고,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사용하는 죽은 말이 아니라, 구어체를 이용해 살아 있는 말을, 감정을 전달하기를 권하는 이윤기씨. 일본식 외래어 사용에서 벗어나 바르게 외국어/외래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의 말을 지키고 사용하고 가꾸도록 하라고 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가 언어, 국어, 문학과 번역,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알게된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의 작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어떠랴! 그는 분명히 아주 훌륭하게 좋은 글을 국민에게 선물했고, 선물이라는 것은 일단 주는 사람의 손을 떠나 받는 사람들의 손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사랑받는지는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몫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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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커피기행 1 - 고대 문명과 예술을 찾아 떠난 세계 커피기행 1
최재영 글.사진 / 북스타(Bookstar)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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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가을이 되면 꼭 무슨 의식처럼 찾아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만인들의 영원한 연인,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주연했던 You've Got Mail 이 그것이다. 뉴욕의 사계절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밌었고, 달달한 연애 얘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약간은 시니컬한 톰 행크스의 나레이션이 좋아서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 도입부 부분이다. 스타벅스에서 자신이 마실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톰 행크스는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여섯가지의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얘기한다. 컵의 사이즈, 종류, 기타 등등....


언제부터인가 소셜 네트워크에도 커피 수업을 듣는다. 더치 커피를 마신다. 이러 저러한 캔커피에 대한 얘기며...커피에 관한 얘기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한국에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 백년 역사인걸 생각하면 참으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최재영은 단순한 여행이나 관광이 아니라, 자신이 늘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했던 커피를 알아보고자 15년동안 50개국이 넘는 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두권의 책으로 정리해 내놓았다.  말이 쉽지 54개국을 여행하면서 그가 보고 듣고 알게 된 것은 일반인을 놀랠킬만큼의 정보이다. 물론,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 입수가 가능한 시절에 왜 직접? 이라고 누군가는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정보도 아니고, 맛을 보고 향을 맡고 직접 만져보며 익혀야 하는 커피 문화를 어찌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책속 터키커피 이야기와 비엔나 커피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데, 그것은 터키의 지배를 500년간이나 받은 그리스가 시댁인 나에게는 터키 커피는 터키커피가 아니라 Greek coffee 이기 때문이고, 비엔나 커피는 유학시절이 생각나서이다.  많은 사진과  커피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커피에 대한 더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내 기대에  부응하기 보다는 그냥 세계의 커피와 차 이야기가 곁들여진 여행서에 가깝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곁들여진 커피 이야기, 세계의 카페 이야기는... 작가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지니 좋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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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
김수린 글.사진 / 엘컴퍼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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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인과 잠시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정치 경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쩌다보니 요즘 한국의 아이들 (나와 지인은 어느 순간부터 10대 후반이나 20대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슬프게도...)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일찍 계획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똑똑한가로 흘러갔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요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어린 나이에 카메라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불과 15세라는 나이에 혼자 뉴욕으로 떠나 유명한 디자인 학교에 입학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한 그녀의 배포에 놀랍기도 하면서, 솔직히 크게 부러움을 느꼈다. 그 자신만만한 비젼에...

7세라는 나이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언어를 쓰는 방법과 읽는 방법을 배우느라 한창 바쁘고, 먼 미래는 그저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등의 어쩌면 허무맹랑한(!) 꿈들로 가득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당차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저자는 그런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거의 자신의 인생 전부의 시간동안 자신이 뭐가 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다면, 내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시간을 들였나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극도의 자신감으로만 똘똘 뭉쳐있을거 같은 이 책은 사실 밝고 행복하며 생동감이 넘친다는 느낌보다 버겁고 힘들며 우울함과 슬픔마저 느끼게 한다. 그녀의 사진들이 내게 주해준 느낌에 비해 그녀가 전하는 얘기가 길거나 충만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젊다.  21세에 냈다는 첫책에 이은 두번째 책일 뿐이고, 그녀가 앞으로 살아갈 날은 많다.  그러므로, 스스로는 20대 후반의 자신의 나이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인 것처럼 느껴질테지만, 그녀가 내 나이가 되고...혹은 더 나이가 든 다음에 자신이 이루어냈던 것들을 뒤돌아 보는 기회를 가진다면, 아마 분명히 이 책이 그녀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과거의 한토막이 되지는 않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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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 일상의 순간을 소묘하는 80편의 아포리즘 에세이
노정숙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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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가만히 내려다보는 순간...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한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뭔가 가슴이 

답답한 일이 있어 나오는 한숨도 있지만, 무엇인가 만족감을 갖게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사람이나 물건을 만났을 때도 나오는게 

한숨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책 표지만으로도 뭔가 만족감을 실은 한숨을 내뱉고 책장을 열 수가 있었다. 

사람이 좋아서 시와 수필밭에서 논다고 자신을 표현한 저자 노정숙의 80편의 에세이로 가득한 이 책은 이 가을에 나에게 평온함과 
함께, 여름내 잔뜩 들떴으나 어딘지 모르게 바짝 메말라 있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들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작가의 상상력의 힘을 빌려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이는 허구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물론 
좋지만, 사람냄새 나는 에세이가 전하는 감동의 깊이는 소설의 그것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가을 바람속에서 읽는 
에세이라면 더더욱...

바람의 편력. 
미안하다, 사랑. 
백년학생. 
사람 풍경. 

이렇게 4부로 나뉘어진 책속에서 만나는 에세이들은 작은 새 한마리마냥 자그맣고 얇은 책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글들은 하나같이 짧지만 정겹다. 곁들여진 사진들은 글속에서 헤매던 나를 가만히 쉬게한다. 
그리 다작을 하지도, 많은 양의 판매율을 올린 작가도 아니지만, 노정숙이라는 세글자. 작가의 이름이 내게는 충분히 각인되는
기회가 되었던 책은 솔직함과 진솔함이라는 재료를 맛깔나는 문체로 버무려서 사진과 함께 정갈하게 내어놓아 독자가 그저
오롯이 즐기고 포만감과 만족감이 섞인 한숨을 내쉬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누운 자에게 말 걸기' 속 언급된 운주사의 와불과 흑백의 겨울 사찰 사진이 가슴에 서늘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이렇게 좋은 책 한권과 함께 나의 향수병은 서서히 다가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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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 3
일운 지음 / 담앤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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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생활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요즘처럼 환절기에 몸이 안좋을 때일수록 생각나는 것이 한국음식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사는 곳에도 한인 마트며 한국 음식점들이 즐비하지만 내가 가끔 떠올리는 한국음식중에 이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은 바로 사찰 음식이다. 어릴때부터 가끔 시간이 나면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따라서 다녔던 한국의 사찰들과 그곳에서 만났던
간결하지만 정성어린 음식들은 식당에서 만나는 그것들과는 철저히 다른 음식들이기에...

물론, 언제부터인지 채식식단인 사찰음식이 건강식이기때문에 유행이라는 얘기도 얼핏 듣기는 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은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라고 한다.  챕터로 나누는 대신에 한자로 색, 수, 상, 행과 식이라는 다섯개의 주제안에 불영사
스님들께서 직접 가꾼 재료로 제철에 만들어낸 여러 사찰 음식의 레서피가 스님들의 수행이야기, 먹거리 이야기와 잘 버무려져 있어
읽는 재미가 보는 재미만큼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색'에서는 밥, 국, 죽, 수프를, '수'에서는 겉절이, 샐러드, 면과 튀김을, '상'에서는 떡과 전, '행'에서는 볶음, 찜, 무침, 조림을, 그리고 '식'에서는 장아찌를 다룬다.

얼마전에 티비의 모 프로그램에서 집밥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연예인의 집을 찾아다니며 그 집 고유의 밥도둑 음식을 찾는 것을 흥미롭게 보았는데, 사찰음식의 꽃이자 밥도둑은 혹시 장아찌가 아닌가 싶다. 젓갈이나 파, 마늘도 사용하지 않고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김치를 만든다는 사찰 음식 얘기를 결혼전 어머니에게서 듣고서 어떻게 젓갈이며 파, 마늘 없이 김치가 돼? 라고 물었었던게 생각이 나면서 그래서 그리 많은 종류의 장아찌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자그마치 65종류의 장아찌가 소개된다.

이 책에서 나는 꽤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각 재료가 가진 일반적인 조리법대신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여러 음식을 소개받았는데, 기억나는 것들은 콩나물전과 시래기전, 토마토 장아찌, 팽이버섯장아찌등이다. 이 외에도 그리 복잡해보이지 않는 레시피들은 누구나 쉽게 사찰음식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것이 체력의 변화이고, 그렇다보니 생각하게 되는 바른 먹거리. 그래서, 육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식 섭취 양을 늘이려고 애쓰고 있는 요즘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채식 섭취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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