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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 100배 똑똑하게 키우기
후지이 사토시 지음, 최지용 옮김 / 보누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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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기르기
이은숙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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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탐구생활- 우리가 미처 몰랐던 50가지 애견 상식
요시다 에츠코 지음, 정영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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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심리백과- 애완동물 행동 전문가 아덴 무어가 전하는 77가지 애견 심리!
아덴 무어 지음, 김혜진 옮김 / 살림Life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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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12월 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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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시집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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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리중학교 교문에 메달려 있었다. 정치하는 놈들(잠시 '분'이라고 할까 고민했다. 워워~)한테 쫓겨난 교사 안도현은, 아이들에게 돌아가려고 교문에 메달려 오래 싸웠다고 했다. 그 시절 가슴 얼얼한 이야기들도 그의 시로 남아 있다.(이것을 확인하려면, 그의 초기작들을 보아야 함^^;)

  "멀고 험한 저승길이거든 아버지

   눈발로 훌쩍 뛰어내려 이 세상에 오셔요

   제가 땅에 강물이 되어 엎드리지요

   열아홉 숫처녀 어머니도 문간에 홀로 서서 바라보시잖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웬만해선 읽지 않는데, 뭐한다고 이 책을 열었던고. 그냥 슬렁슬렁 첫시를 읽다가, 숨이 턱턱! 강물이 되어 엎디려!? 아니, 열하홉 숫처녀 어머니?!!!!!!! 아버지를 일찍 잃은 내 개인사 때문에 놀라운 건지, 이 게 정말 뛰어난 표현이라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열아홉 숫처녀 어머니가 문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는 애달픈 모습이 오래 아른거렸다. 물론 다른 시들도 주옥이었다. 주옥'같은' 게 아니라, 주옥(그런데, 주옥이 뭐죠??ㅜㅜ)이었다.

  하이데거의 저작 "예술작품의 근원"을 보면, 詩를 최고 예술로 꼽는다. 미학을 가르치는 교수,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 하이데거를 전공한 자, 하이데거를 사랑하는 자들이 떼거지로 달려와 내 척추를 삼단접기해도 어쩔 수 없다. 정말 토 나왔다. 예술하는 자들이 이런 불친절한 것 읽고 잘난 체하는 걸까? 고귀한 시인들의 불친절함은 하이데거가 詩를 최고 예술로 추켜세우며 호들갑 떤 덕에 더 단단해진 것일까? 무식하단 소릴 들을까봐, 시인의 이름값과 헛소리 앞에서 그저 미소를 지었던 적도 있었다. 빌어먹을 詩란!

  문단에서 안도현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나, 난 자고로 시가 요만큼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불친절하지 않다. 그의 시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천박해서 선호되는 게 아니라, 사랑할 만해서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는 것이다. 물론이다. 사랑할 만하다. 오, 게다가 저 산뜻하고 어여쁜 표지라니! 최소한 2002년 판까지는 촌티 흐르는 안도현씨 얼굴이 표지에 있었다. ㅡㅡ;;;;; 정면 사진이었다면 감당 못했을......

  200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한지는 보장할 수 없다. 추석 특집인지 설날 특집인지에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이제 세상이 좋아져서 현실을 노래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고, 대신 꽃 이야기나 나무 이야기를 맘 놓고 쓸 수 있노라 웃었다. 이리중학교 교문에 매달린 안도현은 이제 없다. 전교조 시절이 좋단 게 아니라, 그 절박함 열정이 식은 듯 보인다는 것. 그리고 시에서도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난 그의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를 내던졌다. 그리고 "바닷가 우체국"은 뭔가 아쉽다. 그리고, 그의 시집은 너무 빨리 출간되고, 이제 시집 코너에서 신간을 보면 언짢아진다. 슬프다.

  어쨌든 나의 판단일 뿐. ^ㅡ^; 그렇다고 열아홉 숫처녀 첫정을 어찌 잊으리. 이렇게 사랑스러운 시들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좋다. 여전히 좋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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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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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ㅡㅡ;), 아니, 본의로 악담을 좀 해야겠다.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시집을 많이 읽게 됐다. 어쩌다 시인도 좀 만난다.

정말 어쩌다가, 모 국립대 문창과 옆에 있다보니....

나는 절대, 절대로 시 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쓰는 데로 사는 것도, 사는 데로 쓰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감성은 왜 이리 민감한지~~ㅡ_ㅡ;

정말 괜찮은 사람 만나기 너무 힘들다. 회한의 욕바가지가 한 드럼인데, 다 풀어놓을 수도 없고.

아직 사람으로 만나지 못해서인지, 황지우, 김광규, 전남진, 이면우, 함민복 시인의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짜르르 떨린다.

그들의 시는 심장으로 쓰여졌다고 믿는다. 세월이 가면서 변했고, 변할 테지만 그 심장으로 쓴 시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문태준 씨는 내게 좀 어정쩡한 존재다. 시단에서 온갖 상을 휩쓸었으나, 소위 글 좀 쓰는 체 하는 작자들은 질투를 하는지 성향이 다른지 별로 좋아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인간 문태준의 기담이 떠도는 것도 아니었고..... 인간으로서 악평이 자자한 사람도...... 많긴 한데..... 시인 고 선생 같이.

이 문태준 시인이 나 다니는 학교에 특별 강연을 왔었다. 글 쓰는 것과, 말 하는 것은 달라서 우려했더니, 역시 실망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시는 것이다. 겨울 아침 숫눈 밟을 때의 기분, 저 유명한 선사들이 세상살이에 대해 읊조렸던 좋은 이야기, 시가 내게 무엇인가, 언제 영감이 오고..... 낮은 톤으로 쏘근쏘근, 나도 잘 못 썼는데, 노력해서 모두 인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등. 제발 친절했으면 좋으련만. 자기 언어로 소근대는 불친절한 강사들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때마침 교내 문예상 시상식이 있어서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문태준씨 이야기 듣다가 친구 머리, 내 머리에 꽃 꽂아놓고 궁둥이를 뜰썩여버렸다.

하지만, 나는 문태준의 시집을 갖고 있다. 그 사람 시 잘 쓴다. 무척 좋다.

그러나 짜잔한 악감정 때문에 이래저래 미사여구를 들이밀 수는 없다. 

세상엔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아이러니가 있다. 쿠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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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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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사무실에 신문은 자꾸 들어오는데,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문도 책도 인기가 없기는 없구나 싶다. 지적 자만심은 충만한데, 그걸 자랑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꼬질꼬질한 대학생이라니! 이렇게 혼자 신문을 뒤척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가, 신문 가운데서 묵직한 것을 발견했다.

    <18도>, 두뇌 활동 최적 온도라나? "담론과 책과 에세이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18.0℃>는 한겨레신문 금요일자에 끼워오는 종이 뭉텡이 표제이다. 새로 나온 책 소개하고, 사상가도 소개하고, 역사 얘기도 하고, 환경 얘기도 한다. 올드독의 <고충상담실>도 실린다.(올 모씨 살랑해요. 그 늘렁늘렁한 팔뚝, 섹시햇!)

    그 안에서 라이더 홍은택 씨를 만났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는 일정을 보고해오는 것이었다. 떠나길 꿈꾸지만 한 걸음 떼지도 못하고, 이 땅 위에 붙박혀서, 떠나는 사람들이나 떠났다 돌아오는 사람들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우리 중생들은 라이더 홍은택을 만나보는 게 좋으시겠다.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어서, 능력과 생활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핑핑 놀고 다닌다고,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고 분노하는 사람인가? 그런 사람들이라도 이 사람을 만나서 손해볼 것 없다.

    난 떠나지 못하여, "난 한심하게 한가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 축에 끼지만, 그래도 내 말이 공허한 것을 알고 있다. 살다보면, 나 말고 다른 누군가 중에 꼭 한두 명은 너무 당당해서, 우리 변명을 쪼그라들게 하지 않던가? 즐겁게 과학하고 그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려는 리처드 파인만이 있어서, 공식 끄적이고 일반인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며 젠 체 하는 지식인들이 충분히 초라해지고, 천식에 시달리면서도 민중을 위해 "총을 든 예수"로서 죽은 체 게바라가 있어서 목소리 높은 자칭 "혁명전사"들이 짜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떠나서,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기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진다. 꼭 한두 명은 당당하게 길에서 큰다, 자란다. 사람이 된다. 한비야 씨나 홍은택 씨는 지명도 있기도 하거니와, 홍은택 씨는 여행이 일이었기에, 차고 넘치는 담과 돈이 있었으리라는 의심이 꾸물거렸지만, 내가 떠나보고 나서야 꼭 그렇지도 않은 걸 알았다. 하루분 도시락과 돗자리와 돈 몇 푼을 들고, 생활한복을 입은 채(사람들이 약간 어렵게 느끼라고 그랬음. 괜히 도를 알 것 같은 분위기잖아요^^) 나도 친구네 찾아가 보았다. 광양서 부산까지, 순천서 강진까지, 광주서 평택은 가다가 내려왔고.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어!! 나도 길 위에 선다!! 꾸쿵~~"

    언젠가는 홍은택 씨처럼 자전거를 탈 생각이다. 곧 돈을 벌 것이니, 자전거를 살 수 있을 터. 길 위에 선 고통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웃고 떠들고 다투기도 하다가 헤어질 것이다. 떠났다 돌아왔던 모든 길 위에서 그랬듯이. 떠나기 전에 길 위에서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떠났다. 일단 살아돌아오면 부쩍 자라있었다.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별별 사람과 풍경을 보여준 여행자들- 한비야, 홍은택 등등 덕에 용감하게 다녀왔고, 지금도 살아있다.

     길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고, 깨질 각오, 죽을 각오(무셔라~) 하고, 무서운 기세로 떠나야 한다. 혼자 가면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 있다면 함께 가기를~ 아직 떠나기 두렵다면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겠다.  마음의 동지가 있음을 알고 살다보면, 어느날 내일이 아닌 '오늘' 길이나 길 아닌 곳에서 마구마구 자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 것 같다. ^ㅁ^ 미국이든 한국이든 길이 있는 데라면 어디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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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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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닐곱 살 때 쯤의 기억은 파편 몇 개로 남아있다.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 잡고”를 들으며 TV 앞에서 얼어있던 감동적인 기억.(정수라의 “아! 대한민국”도 곧잘 따라 불렀다.) 1학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면서, 김대중 후보의 유세를 들으려 서산 ‘국민학교’ 운동장에 새까맣게 모인 아줌니, 아자씨, 할매, 할배들을 헤치고 나오던 기억. 어린이 만화를 제치고 양복과 군복과 붉은 눈들이 나와 재미없는 얘기만 하는 청문회! <톰과 제리>이었는지, <아기 자동차 붕붕>이었는지 못 보는 게 골 났지만, 엄마 아빠는 청문회를 열심히도 보셨다. 그리고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자옥했다. 아마도 전대, 조선대, 동신대생이었을 언니 오빠들이 뛰고 그 뒤를 까만 것이 쫓고, 길가에 선 나는 따끔따끔 어질어질했다.

    90년 대 중반 정도까지는 길에서 매캐한 냄새와 맹렬한 외침을 만났을까. 무언지도 모르면서, 정신없이 그런 나날들과 결별했다. 난 어렸고, 학교 안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시대를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강단에서 맑스를 전공한 교수가 지지 정당 하나를 갖는 게 민주시민의 의무라 대학 신입생들에게 가르쳤다. 동아리 선배들은 옛날 운동하던 시절에, NL놈들이 어쩌구 저쩌구 쇠파이프 들고 싸웠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쩌다가 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주체사상 소릴 해대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정당의 당원이 되었다.

    내 예닐곱 기억의 파편 속에서 시대를 끌어간 주체로 서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선후배들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내 안의 환상을  다 깼다. ㅠ.ㅠ 거기에도 나르시시즘 환자들이 있고, 지독한 이기주의자들이 있고, 구제 못할 멍청이들이 있었다. 도대체 이 무시무시한 땅위에 섰는 용감한 존재들에게, PD니 NL이니 IS니 하는 소리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으나, 운동권의 인사이더들은 내 말을 듣고 눈에 빨간 불을 켰다. 네가 몰라서 그래!! ㅡㅡ;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아예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등을 보일 것인가? 이젠 집단에 대한 환상이 없는 걸. 누가 어느 땅 위에 어느 집단의 이름을 달고 섰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가 지혜롭고 열린 사람인가가 중요할 뿐. 지혜로운 개인들이 있다면, 남들이 이 땅 위와 저 하늘 아래 어떤 경계를 그리더라도 상관 없다.

    내가 정체성을 찾는 데 모델이 되는 사람이 몇 있다. 에리히 프롬, 헨리 데이빗 소로우, 박홍규, 체 게바라, 가네꼬 후미코, 그리고 '지루'의 아버지 우에하라 씨~~ㅋ 하필 철학을 전공하면서, TV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운동권을 따라다니면서, 치열하게 숨 쉬면서, 내가 되어야겠다 생각하게 됐던 게 '아나키스트'이기 때문이다. 무정부주의자, 무권위주의자, 또는 반 권위주의자(?), 자유, 자치, 자연, 주제적인 인간, 등등등의 개념들. 매력적이면서 모호하고, 골치 아픈 개념이지만, 분명 이 세상 한두 명 쯤은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오래된 만화책(<<내일의 죠>>였든가?) 을 찾아 읽고, 화려한 쇼핑몰을 구경하는 게 즐거운 열 두 살 소년 지로. 좋은 옷을 입으며,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고, 내노라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외가네 친척들이 부러운 소년 지로에게, 구제불능 아버지가 있다. "세금 따위 낼 수 없어!!"라며, 국가를 능멸하는 아버지. "학교 따위 가지 마!"라며 지로의 미래에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아버지. "나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라며, 꽥꽥 소리를 지르는 무능한 아버지. 집안 바닥에 배나 등을 깔고 누워 코나 파고,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을 홉뜨다가 큰 몸을 일으켜서 굵은 팔뚝을 휘저으며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픈대로 다 내지르는 지로의 아빠, 우에하라 씨.

    세상의 경계와 권위와, 구속을 인정하지 않는 아나키스트. 그들은 어디엔가 있지만, 누구인지 무엇인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아나키스트가 되고 싶다 해도, 이렇게 해봐라, 명확한 지침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련다 해서 될 수 있지도 않다. 스스로 아나키스트라 단언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렇게 살았고 살고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며, 스스로 느끼고 내 삶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정확히는 오쿠타 히데오의 목소리이겠지만, 우에하라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책에 빨간 줄을 많이 쳐놨는데, 책을 빌려줘서 뭔 소리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ㅡㅡ;  그저 내 피부에 스며들어 버렸을 뿐!

    <<남쪽으로 튀어!>> 엉뚱하고, 재밌고, 통쾌하다. 북세통에 소개된 걸 보고 어서 눈앞에 보이길 발 동동그리며 기다렸다. 정말로. 그리고 우에하라 씨의 고향 어르신이 지로를 "지루"라고 부를 때마저도 웃었다. 파리를 "포리"라고 하듯, 어떤 어르신들에겐 절대 발음할 수 없는 음이 있다.^ㅡ^ 책을 잡을 때만은 모든 의문 떨치고, 다만 이 안에 캐릭터들을 만나면 되겠다. 그들을 만나고 무언가 생각하고..... 단지 알기만 해도 좋다. 재밌는 이야기로도 충분하다.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소설이다.

    헌데 아나키스트이고 싶은 사람들은 조금 절망할 지 모르겠다. 생활을 떨치고 찾아갈 남쪽 섬 고향이 없고, "지루야"라며 옥수수, 고구마, 집안 살림살이들을 실어다 줄 순박한 이웃도 없고, 율도국 비스꼬룸한 이상세계 파이파티로마로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없는 이 삭막한 도시의 몽상가들은 어떻게 하나?

    이상은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 '끝없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상을 품고 살아가기만 해도, 이미 삶이 풍족하지 않을까. 외로워질 때마다, "남쪽으로!!"라고 수선을 떨어볼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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