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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과사무실에 신문은 자꾸 들어오는데,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문도 책도 인기가 없기는 없구나 싶다. 지적 자만심은 충만한데, 그걸 자랑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꼬질꼬질한 대학생이라니! 이렇게 혼자 신문을 뒤척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가, 신문 가운데서 묵직한 것을 발견했다.
<18도>, 두뇌 활동 최적 온도라나? "담론과 책과 에세이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18.0℃>는 한겨레신문 금요일자에 끼워오는 종이 뭉텡이 표제이다. 새로 나온 책 소개하고, 사상가도 소개하고, 역사 얘기도 하고, 환경 얘기도 한다. 올드독의 <고충상담실>도 실린다.(올 모씨 살랑해요. 그 늘렁늘렁한 팔뚝, 섹시햇!)
그 안에서 라이더 홍은택 씨를 만났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는 일정을 보고해오는 것이었다. 떠나길 꿈꾸지만 한 걸음 떼지도 못하고, 이 땅 위에 붙박혀서, 떠나는 사람들이나 떠났다 돌아오는 사람들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우리 중생들은 라이더 홍은택을 만나보는 게 좋으시겠다.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어서, 능력과 생활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핑핑 놀고 다닌다고,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고 분노하는 사람인가? 그런 사람들이라도 이 사람을 만나서 손해볼 것 없다.
난 떠나지 못하여, "난 한심하게 한가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 축에 끼지만, 그래도 내 말이 공허한 것을 알고 있다. 살다보면, 나 말고 다른 누군가 중에 꼭 한두 명은 너무 당당해서, 우리 변명을 쪼그라들게 하지 않던가? 즐겁게 과학하고 그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려는 리처드 파인만이 있어서, 공식 끄적이고 일반인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며 젠 체 하는 지식인들이 충분히 초라해지고, 천식에 시달리면서도 민중을 위해 "총을 든 예수"로서 죽은 체 게바라가 있어서 목소리 높은 자칭 "혁명전사"들이 짜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떠나서,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기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진다. 꼭 한두 명은 당당하게 길에서 큰다, 자란다. 사람이 된다. 한비야 씨나 홍은택 씨는 지명도 있기도 하거니와, 홍은택 씨는 여행이 일이었기에, 차고 넘치는 담과 돈이 있었으리라는 의심이 꾸물거렸지만, 내가 떠나보고 나서야 꼭 그렇지도 않은 걸 알았다. 하루분 도시락과 돗자리와 돈 몇 푼을 들고, 생활한복을 입은 채(사람들이 약간 어렵게 느끼라고 그랬음. 괜히 도를 알 것 같은 분위기잖아요^^) 나도 친구네 찾아가 보았다. 광양서 부산까지, 순천서 강진까지, 광주서 평택은 가다가 내려왔고.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어!! 나도 길 위에 선다!! 꾸쿵~~"
언젠가는 홍은택 씨처럼 자전거를 탈 생각이다. 곧 돈을 벌 것이니, 자전거를 살 수 있을 터. 길 위에 선 고통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웃고 떠들고 다투기도 하다가 헤어질 것이다. 떠났다 돌아왔던 모든 길 위에서 그랬듯이. 떠나기 전에 길 위에서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떠났다. 일단 살아돌아오면 부쩍 자라있었다.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별별 사람과 풍경을 보여준 여행자들- 한비야, 홍은택 등등 덕에 용감하게 다녀왔고, 지금도 살아있다.
길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고, 깨질 각오, 죽을 각오(무셔라~) 하고, 무서운 기세로 떠나야 한다. 혼자 가면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 있다면 함께 가기를~ 아직 떠나기 두렵다면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겠다. 마음의 동지가 있음을 알고 살다보면, 어느날 내일이 아닌 '오늘' 길이나 길 아닌 곳에서 마구마구 자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 것 같다. ^ㅁ^ 미국이든 한국이든 길이 있는 데라면 어디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