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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다부사 에이코 지음, 윤지영 옮김 / 이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지만 선뜻 펼치기 힘들었다. 책 속에서 내 엄마의 모습과 내 딸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1) 피아노는 싫어요!

왜, 왜, 왜 피아노 따위를 너도나도 했을까. 엄마는 형편도 어려운데 나를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난 피아노가 너무 싫었다. 늘지 않았다. 돈 좋아하는 원장은 석달만에 포커페이스 유지를 포기하며 말했다. "넌 이청멍이야. 이, 청, 멍!" 미친 건가? 하하하하.
이 경험이 준 결과는 의외로 치명적이다. 떠밀려서 갔던 잘난 대학에서 피아노 연주 기술이 필수였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학교를 때려친 이유 중 '피아노가 싫다'라는 항목도 있다. ㅠ_ ㅜ 우허
2) 똑바로 못하니?

5살(만 3세)에 불과한 내 딸을 울 엄마가 붙들고 있는 걸 보다 짜증을 내곤 한다. 숫자잇기를 하면 못 기다려 다음 숫자를 가르쳐주고, 종이오리기를 직접 해주고 어떻게 만드는지 보라고 한다. 삐뚤빼뚤하면 눈에 안 차고, 느리면 기다리기 힘든 모양이다.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고, 못할까봐 두려워지게 하는 교육법이다. 내가 소심했던 이유였겠지.
3) 나는 못난 사람

85쪽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나도 그랬다. 거울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서도. 에이코가 자신이 일그러진 곱등이일거라 믿었듯 나도.
4) "죽고 싶다"는 집요한 목소리

난 거울조차 못 보고, 원하는 게 뭔지 알지도 말하지도 못 하고 그저 나이 먹었다. 성경책 텍스트 위에 붉은 색으로 휘갈긴 저주의 말들. 죽고 싶다, 죽고 싶다는 요란한 목소리. 메마르고 너덜너덜한 마음은 다시 밖으로 뻗쳐나가 다른 이들을 괴롭히곤 했다.
5) 그리고 엄마가 되어 나는 딸을 괴롭힌다.

돌고 돈다. 가끔이지만 나도 내 딸래미에게 소리를 꽥 지르고 엉덩이를 주먹으로 질러 버릴 때가 있다. "울지마!!!" "시끄러!!!!" "조용히 좀 핵!!"
그러곤 가라앉으면, 꼭 안아준다. 상황만 보면 공포영화다.
'미안해, 내가 잘못 했어.'라고는 하지만 내 딸도 에이코의 상황처럼 받아들이고 있진 않을까?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다부사 에이코의 대답은 'YES'다. 그도 엄마를 미워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 타일렀고, 죄의식을 느꼈다. 남들이 뭐라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엄마는 에이코의 말을 듣지 않고 제 뜻대로 만들려 했다. 에이코의 삶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는지 일장연설을 늘어놨다. 에이코가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서로 엉켜붙어 계단을 굴렀다.
에이코는 자존감을 잃었고, 자신을 못난이라 믿었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에이코는 엄마를 미워해야 했다. 딸을 피 말리는 엄마를 평생 막아서지 않고, 에이코와 대화 한 번 않은 채, 되려 에이코가 나쁘다고 거드는 아빠도ㅡ 미워한다. 아빠도 아무 것 않으며 많은 악영향을 줬다.
에이코는 엄마 그리고 아빠가 너무 싫어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진이 빠져 쓰러지고, 아이를 유산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지 않기로 한다. 의사를 찾아가 상담 받고, 처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 화를 들여다 보며 조금씩 바꾸면서ㅡ 산다. 드디어 자신을 존중하며.
부모된 자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자기 욕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었다면, 치유법이 뭘까, 무엇이 옳을까 스스로 찾을 기회가 온다.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를 돌보지 못한 부분은 스스로의 잘못이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정신 없어도, 정말 중요한 일을 하기위해 짬을 낼 수 있다.
에이코도 안다. 그러나 엄마를 바꿀 수는 없다. 에이코 자신을 구제하는 것조차 벅차다. 그래서 엄마는 포기한다. 미워하기로 한다.
효녀인 척 하지 말고, 예수인 척도 의사인 척도 하지말고. 도저히 안 되겠다면. 포기하고 미워해 버리자.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자.
'나'라도 구렁텅이에서 빼내야, 내 자식이 내게서 그 미운 얼굴을 보지 않을 거다.
유교주의 오지라퍼들은 저리 꺼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