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20여 년의 연구 끝에 찾아낸, 초대형 히트작의 12개 흥행 코드
제임스 W. 홀 지음, 임소연 옮김 / 위너스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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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것>(원제: YOU)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재미있다길래 보기 시작했다가 결국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여러 가지 설정상 구멍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오글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끝까지 본 사람들의 평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보다 보면 또 괜찮아지는 모양인 것 같기는 하다만.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서점 직원인 주인공이 손님으로 온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 뒤 그녀를 몰래 스토킹 하면서 곤경에 처할 때마다 구해주는 것이 골자이다. 스토커 주제에 참 별일이다. 이 드라마의 이상한 점에 관해서라면 그 외에도 할 말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일단 여기서는 제쳐두고.

드라마의 첫 장면은 주인공이 서점 고객들을 품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한 남성이 문학코너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드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흥, 난 저렇게 생긴 작자들을 잘 알지. 어차피 그건 눈속임이고 곧 댄 브라운 책 고를 거지? 민망하니까 위장용으로 다른 거랑 같이 사는 거잖아. 거 봐, 그럴 줄 알았어!!! 댄 브라운은 그러니까 다빈치 코드를 쓰신 그분이다. 아니 댄 브라운 읽으면 어디가 어때서! 하여간 한국이나 미국이나 책 께나 읽는다는 놈들이란....

주인공이 댄 브라운을 언급하는 까닭은 그가 누구나 아는 대중문학의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이다. 딱히 주인공만이 아니더라도 사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 어딜 가도 비슷하다. 만약 책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 가서 ㅇㅇㅇ이라든가, xxx이라든가, 혹은 ㅁㅁㅁ작가를 좋아한다고 밝힌다면 아마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실상 큰 인기를 끌고 많은 수익을 올리지만 ‘작품성’의 측면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미술, 모든 면에서 마찬가지인데, 심지어는 그전까지는 인정을 받다가도 우연찮게 대중의 인기를 끌면 이후로는 폄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까 대중성과 작품성은 애초부터 같이 가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성이 없다고 가치가 없는 책인가 하면 그것은 아닌 말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8100만 부가 팔렸다. 2012년 기준 자료이므로 지금쯤이면 멱 법칙(ㅋㅋㅋ)에 의해 1억 부에 수렴할지도 모르겠다. 자그마치 1억 부다. 대한민국 인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는 뜻이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책이라고 한들 이 정도쯤 되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특한 지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지점은 무엇일까?

플로리다 국제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던 제임스 홀은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베스트셀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10여 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12권 사이의 12가지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 공통점을 정리한 것이 바로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제임스 홀에 의하면 일반적인 베스트셀러를 넘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은 ‘모체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슷하다고 한다. 마치 같은 책을 세대가 바뀔 때마다 디테일만 바꿔서 고쳐 쓴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12권의 베스트셀러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앵무새 죽이기>, <인디언 여름>, <인형의 계곡>,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죠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붉은 10월호>,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대부>, <다빈치 코드>, <엑소시스트>, <죽음의 지대>.

물론 판매량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지만(언급된 순서는 판매량과는 관계없다), 한 번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의 경우 이후의 작품들 역시 멱 법칙(ㅋㅋㅋ)에 의해 계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므로 그러한 작품들은 제외하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초기작 중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만을 기준으로 추린 것이다. 판매량은 높았으나 다른 작품과 쌍둥이처럼 비슷한 소재와 줄거리를 가진 작품들 역시 배제되었다.

나 역시 위의 리스트 속 12권의 베스트셀러 대부분을 어린 시절에 읽었다. 책이 지금처럼 풍족하지도 않았던 시기에 변방의 국가에 사는 어린 소녀가 읽었을 정도이니 현지에서의 위상은 아마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작가들은 모두 재벌이 되었을 테고.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 이렇게 다시금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전개가 엄청나게 빠르다. 고전이나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인물의 내적 갈등에 치중하는 것과는 다르다. 인물 역시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거침이 없다. 말하자면 “다른 많은 책들에 등장하는 조심성 많고 내향적인 햄릿 타입의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파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아 문제를 분석하고 토론하고 망설이고 그러다 또 흔들리는 것”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주인공의 일천한 배경에 비해 뛰어난 능력, 명확하고 알기 쉬운 플롯, 자극적인 소재, 거대한 스케일의 배경과 그 아래 소소한 이야기, 사람들이 꿈꾸는 원형으로서의 어떤 이상적인 세계의 제시와 그것의 파괴, 전문분야 관련 대단히 디테일한 묘사, 비밀스러운 결사와 연대, 두 가지의 대비되는 환경의 제시, 국가 신화에 대한 찬양 또는 비판(말하자면 신분이 상승하거나 몰락하는 스토리), 대개 반항아와 외톨이 또는 이단아인 주인공, 성적인 사건 등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인데, 실제 사례들과 적절하게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아주 유익하고 동시에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작가의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인해 한 편 한 편의 소설을 뜯어보는 과정은 아주 재밌었고, 미국 출판업계의 동향과 대중문화 연구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한국인이 미국 출판업계와 대중문화 동향을 알아 뭐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가 미국과 일본이므로 나와 같이 책과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책임에 분명하다.

동시에 이 책은 베스트셀러 작법서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 그러니까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보면 엄청나게 유용한 내용이라는 뜻이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본능적으로 그러한 감을 타고난 천재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훈련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기른다. 실제로 제임스 홀과 함께 이 베스트셀러 연구를 진행했던 제자들 대부분이 소설가로 데뷔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루헤인은 <셔터 아일랜드>와 <미스틱 리버> 등을 써서 훌륭한 장르소설이자 대중소설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저자인 제임스 홀 역시 본업인 영문학 강의를 하며 틈틈이 소설을 끼적거렸으나 그 애매한 문학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이 연구 이후 깨달음(!)을 얻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여 장르 소설 집필 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될 정도의 좋은 반응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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