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먼 러니언 -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5
데이먼 러니언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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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장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편을 무지 좋아할 뿐. 보니까 사람에 따라서 단편은 아예 보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단편을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단편을 좋아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로 읽지 않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분량이 짧으니 뭔가 스케일이 거대하고 기승전결이 분명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펼치기도 어렵고, 특정한 상황에서 인물 몇 명에 대한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열린 결말로 다루는 경우가 많으므로. 물론 나는 그렇게 때문에 단편을 좋아하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훌륭한 소설이 많고 그 안에 또 단편으로 유독 이름난 작가들이 참으로 많은데, 그중에서도 현대문학에서 나온 세계문학 단편선은 단편소설 애호가를 위한 매우 훌륭한 컬렉션이다. 대부분의 세계문학 전집이 좋은 책, 별로인 책, 재미있는 책, 지루한 책이 다소 복불복으로 들어있다면, 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한결같이 빼어난 작품들만 모아놨다. 물론 나도 다 읽어본 것이 아니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읽어본 사람들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ㅋㅋ)

현재 35권인가까지 나온 이 현대문학 시리즈를 나는 틈틈이 모아 한 15권쯤 가지고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먼산) 그러다가 머리도 비울 겸 평소에 좀 모르던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데이먼 러니언이라는 처음 들어본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작품부터 정말 놀랐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재밌냐면,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서 한 번에 다 못 읽고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당장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등극하고 올해의 책 중 한 권으로 바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너무 좋다.

데이먼 러니언은 <아가씨와 건달들>이란 뮤지컬의 원작자인데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 소극을 많이 썼다. 국내에는 이상할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 작가라고 한다. 맨해튼에 본인의 이름을 딴 거리까지 있을 정도로. 희한한 것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살인, 강도, 폭력배, 건달, 매춘부 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엄청나게 경쾌하고 밝다는 것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뮤지컬을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대부분의 작품이 그 암울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아주 희극 중의 희극이다. 문체 또한 엄청나게 명랑해서 거의 개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재미있다.

아주 명석하고, 차분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개그감각을 지닌 재간둥이 이야기꾼을 만나는 느낌이다. 문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스티븐 킹과 아주 아주 살짝 비슷한데(소재가 아니라) 훨씬 더 차분하고 정제되어 있는 동시에 웃기고 재미있는 느낌. 너무 재미있고 유쾌해서 아주 아주 매력적인 바람둥이를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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