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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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승리

THE

33

 

"그들에게는 기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바로 기적이었다!"

 

아~책을 받아드는 순간 가슴 한 켠이 뭉클했다. 작년 여름 처음 그들의 이야기는 전파를 타고 세상에 전해졌다. TV나 신문에서 본 짤막한 영상과 글보다 책으로 접한 그 때 상황과 일들은 정말 기적이 아닐 수가 없다.

 

칠레 광부 33인중에는 아이의 보육비를 벌기 위해 첫 출근한 광부도, 51년째 묵묵히 일해온 늙은 광부도 있었다. 첫 아이의 출산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광부도, 일주일 전에 아버지를 잃은 광부도 있었으며,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과산에서 새 출발하려는 광부도 있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원망하고 후회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그 때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 광부들은 가족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거나 자신들을 막고 있는 70만톤 바위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그들의 일터인 산호세 광산은 다른 광산에 비해 위험도가 높았음에도 월급을 몇 배 이상 더 준다고 하는 그 곳에서 일을 하던 광부들.  평소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그들은 갇히고 만다. 갱도 안을 잘 아는 광부들이었기에 대피소로 모두 모였고 그렇게 막연하게 구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식량이 모두 바닥났고 먹을 물도 없는 상황. 17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하지만 한 광부는 사람들을 모아 기도를 드렸고, 한 광부는 수로를 정비했으며, 한 광부는 식량을 엄격히 배분했다. 또 한 광부는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해 조명 장치를 만들어 낮과 밤을 구분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록담당, 유머담당, 의학담당이 생겨났다. 갇힌 사람들의 열린 사고가 만들어 낸 기적의 순간이었다.

 

드디어 시추기가 지하 700미터의 광부들이 자리하고 있는 대피소의 위치를 정확히 뚫었다. 이렇게 구멍을 뚫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 동안 약해질대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드릴이 돌덩이에 박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몇일씩 시추기 돌리는 작업이 중단되고 그러다 드디어 광부들을 위치를 파악하게 되었다. 우선 그들에게 음식물 지급이 우선이었다. 17일씩 제대로 먹지 못한 광부들에게 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려 보낸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먼저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음식으로 시작하여 점점 고형물의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여러 물자들이 제공이 됐다. 텔레비전이 지하 700미터 갱도 안으로 들어왔을 때 광부들끼리 그동안 생기지 않았던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도시간에 참여하지 않는 광부들이 늘어났고, 텔레비전에 시선을 멈추고 하루종일 지내는 광부가 늘어났으며 음식물이 풍족하게 제공되니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나고 그 악취는 점점 심해져갔다. 그 속에서 문명 생활이 시작되면서 욕심이 생기고 분란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보여주었다. 우리의 삶이 단 2분 만에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삶을 향한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희망을 이기는 고난은 없다는 것을....

 

마침내 광부 한 명 한 명 구조 될 때에는 가슴이 또 한번 뭉클해졌다. 죽을 뻔 하다가 이렇게 살아났으니 가족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고 광부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부딪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거라고 느꼈다.

 

칠레광부 33명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예전에 멕시코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 '멕시코 광부'라고 검색을 해보니 이러한 기사가 나왔다.

[2006년 멕시코 북부 접경지역에 있는 파스타 데 콘초스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나면서 광부 65명이 매몰됐고, 당국은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한 채 사고 6일 만에 광부 전원이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손도 써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몰된 광부 65명이 모두 사망을 했다는 이 기사는 이번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와 몹시 상반된 내용이다. (참으로 슬픈 비교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이 후 광부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건강은 많이 회복이 됐는지,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사는지,  구조가 되더라도 우리는 광부이기 때문에 광부의 삶을 살아갈꺼라고 했는데 여전히 산호세 광산에서 일을 하고 계신지....

사람이 이러한 기적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뜻깊게 읽은 칠레 광부 33인이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남편이자 형제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초라하고 절박한 광부 서른 세명과 그들의 가족은 어떻게 믿음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을까? 이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지도 못했으며,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어두운 동굴 속에서 날마다 죽음을 모면하며 일하는 억센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땅속에 갇히자 배회하는 굶주린 짐승들처럼 좁은 세상 속에서 아무데나 똥오줌을 쌌다. 단결의 필요성을 무시한 채 따로따로 갱도 여기저기 뚫려 있는 굴로 들어가거나 홀로 탈출을 시도했다. 담배와 술, 마약에 찌든 거친 광부들은 성난 말다툼을 벌였고 통제력은 점점 상실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저주와 욕설, 분노와 폭력의 시간을 다스렸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전 세계인들에게 생존의 상징이 되었으며, 악이 존재하듯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들은 빛 한 조각 들지 않는 지옥 같은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정신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싸우고자 했습니다. 바로 우리 가족을,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싸우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일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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