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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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Start With Why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란 책으로 알려진 ‘사이먼 시넥’ 이 이번엔 ‘인피니트 게임’으로 찾아왔다. 승리나 ‘이익추구’ 같은 단기적 성과나 목표, 라이벌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지상 목표로 삼고 경영한다면 잠깐의 꿀 맛(?)은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현 기업생태계에서는 결국 퇴출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궁극적 가치는 인류 혹은 사회 기여를 위한 긍정적 대의명분에서 출발하여 단기 경쟁에서 승리나 이익창출이 아닌 ‘더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시장에서 살아남는 영원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때 잘 나가던 기업들(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코닥 등)이 잘못된 경영 마인드를 가진 CEO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해갔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인생을 걸고 기아 퇴치와 생태적 재해 예방에 기여한 러시아의 ‘니콜라이 바빌로프’ 식물학자의 사례는 의미있는 ‘대의명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사례였다. 바빌로프는 대의명분을 추구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장작더미로 걸어 들어가 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신념을 저버릴 수는 없다.” 모든 시작은 ‘대의명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이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주주자본주의가 등장하고 결국 단기적 수익성과를 끌어내, 성과금 잔치를 즐기는 이기적 CEO들만 만연해졌다. 그 그릇된 정의가 기업들을 약화시키고,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은 200년전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의 가치를 따르고 존중했어야 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고 보고서만 써대는 공돌이 출신인 나에게 저 멀리 있던 경제와 경제원리, 신뢰 있는 경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깨어있는 사고와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을 글로 풀어준 사이먼 시넥 덕분에 몰랐던 공부를 하게 된 책이다. 곁에 두고 다시 읽어 봐야할 책이다.


___책속으로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는 ‘유한게임’방식 플레이에서 ‘무한게임’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한게임 사고방식을 지니고자 하는 리더라면 다음 기본 원칙 다섯 가지를 따라야 한다.


1)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대의명분’을 추구하라

2)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라

3) 나를 발전시킬 ‘선의의 라이벌’을 항상 곁에 둬라

4) 본질 외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유연성’을 가져라

5)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갈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줘라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S&P 500기업의 평균 수명이 1950년대에는 61년을 기록했는데 이후 40년간 점점 줄어들어 오늘날엔 불과 18년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가 된다는 목표는 절대 대의명분이 될 수 없다. 임의의 시점에서 특정 실적을 기준으로 최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는 일시적일 뿐이다. 한 번 1등을 기록했다고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무한게임 리더들은 ‘최고’대신 ‘더 나아감’을 추구한다. ‘더 나아감’을 좇는 것은 끝없이 개선해나가는 여정이며 사람들은 그 진전을 위해 재능과 에너지를 쏟도록 초청받았다고 느낀다. 


*성장은 산출된 결과일 뿐 존재의 의미나 대의명분이 아니다. 올바른 대의명분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을 기꺼이 포기한다. 반면 돈이나 성장을 대의명분으로 삼으면 사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대의명분 자체를 저버리기 쉽다. 풍선은 언젠가 터지고 거품은 결국엔 꺼지기 마련이다. 경제에서도 예외는 없다.


성장은 산출된 결과일 뿐 존재의 의미나 대의명분이 아니다. 올바른 대의명분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을 기꺼이 포기한다. 반면 돈이나 성장을 대의명분으로 삼으면 사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대의명분 자체를 저버리기 쉽다. 풍선은 언젠가 터지고 거품은 결국엔 꺼지기 마련이다. 경제에서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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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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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작은 물방울들이 축제장의 불꽃놀이라도 보여주듯 반짝인다. 반짝인다는 것은 아름다운 빛의 찰라의 반사와 또 찰라적 사라짐의 연속에서 보여지는 것. 그 찰라의 아름다움과 사라짐의 연속, 그 과정이 곧 다름 아닌 삶의 과정이 아닐까싶다. 박완서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삶의 기쁨과 슬픔이 마음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곧 사라지고 다시 웃음을 짓게 된다. 책을 덮을 즈음엔 모든 것이 녹아져 있어 혼돈스럽기도 하지만, 어찌 이리 삶의 다양한 감정을 쉽게 써내려 가셨는지...

박완서작가님의 에세이의 정수라고 하는 35편의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가 ‘윤슬에디션’으로 재발간되어 다시 읽었다. 이번 에디션에서는 윤슬속에서 유영하는 아이(?)들의 그림, 영국 작가 ‘고든 헌트’의 작품을 표지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박완서님께서 추억하시고 회상하신 일상적 삶을 읽다보면 그 치열한 삶속에 있되 관조적으로 삶을 뚫어보는 지식과 혜안도 느껴진다.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의 가르침과 말씀이 조곤조곤 들려온다. 스며든다. 그래서 참 좋다.

___책속으로___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건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대화가 있고, 자유와 구속이 적당히 조화된 가정으로서의 집이었다._<집 없는 아이> 중.

*그런 식으로 만들어본 보통 사람은 대략 이러했다. 살기는 너무 부자도 아니고 너무 가난하지도 않을 것, 식구끼리는 화목하되 가끔 의견 충돌이 있어도 무방함, 부모가 생존해 계시되 인품이 보통 정도로 무던하여 자식에게 보통 정도의 예절과 공중도덕을 가르쳤을 것, 학력은 내 자식이 대학은 나와야겠지만 일류냐 이류냐까지는 안 따지기로 하고 그 대신 적성에 안 맞는 엉뚱한 공부를 해서 대학을 나오나마나이면 절대로 안 되고, 용모나 키도 보통 정도만 되면 되지만 건강할 것, 돈 귀한 줄 알고 인색하지 않을 것, 등등이었다._<보통 사람> 중.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 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에 대여섯 번도 더 연속 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_<다 지나간다> 중.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예수님도 말씀하셨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너희들 모두모두 행복하라는 말씀과 다름없을 것입니다._<행복하게 사는 법>중.

*손자와 함께 맡는 민들레꽃 내음은 참으로 좋았다. 그 조그만 게 피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뿌리 내린 흙의 저 깊은 속살의 꿋꿋함과 그 조그만 것까지 골고루 사랑한 봄바람의 어질고 부드러운 마음까지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_<민들레꽃을 선물 받은 날> 중.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 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기기를._<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

*모두의 삶이 윤슬처럼 반짝이기를, 삶의 끝에서 아쉽지 않기를, 따스한 삶이었기를.....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박완서에세이 #윤슬에디션 #독서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물속을시원하게유영하고픈 #세계사출판사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 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기기를._<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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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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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바라 본 비행의 역사 ‘마법의 비행’<을유문화사/2022>


우리에게 ‘이기적 유전자’와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 세계 최고의 지성인, 역사상 가장 영감을 주는 과학자로 꼽히는 그가 독특한 지적시선이 보이는 책을 출간했다. 진화학자가 바라 본 비행의 역사에 관한 책 ‘마법의 비행’이다, 영어 원제는 Flights of Fancy: Defying Gravity by Design and Evolution 로, 진화와 디자인을 통한 중력에의 저항이란 부제 설명이 붙어 있다.



인간과 동물에 있어 비행은 꿈인가? 아니면 도전인가? 살아 남기 위한 진화인가? 왜 하필 그 방향으로 진화했는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문득 떠오른 것은 ‘누리호’와 ‘탑건:매버릭’이었다. 하나는 현재 한국 우주기술의 실제적 증명이었고, 하나는 사실에 기반한 있을 법한 ‘영화’였지만, 둘의 경계는 모호했다. 


얼마 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차 발사에 걸쳐 성공했다. 다음 3차 발사는 2023년에 계획되어 있으며, 6차 발사는 2027년까지 예정되어 있다. 2031년에는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해 달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얼마전 36년을 기다려 본 영화 <탑건;매버릭>에서 테스트 비행사인 ‘매버릭’이 인간 기술의 한계속도 ‘마하10’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적의 우라늄 창고를 파괴하기 위해 전투비행의 한계에 도전하는 탑건들의 모습도 그 의리와 우정속에 묘사되었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인가? 한계의 도전인가? 생존의 문제인가?


그리스 신화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만든 날개를 다고 크레타 섬을 탈출했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단 이카루스의 욕심은 태양을 향했고,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태양에 다가갔다 밀랍이 녹아, 이카루스는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 하늘 높이 날고자하는 인간의 욕구를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이카루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날고자 하는 것인가? 인간의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 혹은 꿈 혹은 도전은 진화론적으로 이미 우리 유전자에 코딩되어 있는 것인가? 저자는 동물들의 진화를 통해 본 비행의 원리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도전을 교묘하게 접목하여 묘사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 기술과 진화적 측면의 ‘경제적 Trade off’, 즉 ‘균형과 타협’이란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날개(비행)가 그들에게 유용하거나, 생활방식에 불리할 것이기 때문에, 혹은 날개가 진화적 측면에서 유용하더라도 경제적 비용이 그 유용성을 초과하기 때문에 소중한 ‘날개’를 버린 동물의 예시를 통해 모든 진화는 결국 트레이드 오프라는 경제적 계산을 수반한 것이었으며, 이익과 비용사이의 형평을 통해 진화해왔다니, 결국은 진화도 이익과 비용의 트레이드 오프로 해석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실, 인간의 모든 활동(심지어 범죄심리에서도)은 트레이드 오프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 단순한 계산의 반복된 과정의 반복이 진화일까. 진화(비행의 진화를 포함한)에 있어 우연의 법칙은 없는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적, 생태학적 지식과 슬로바키아 예술가 야나 렌초바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진 책, 자연과 인간이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 역사(진화)에 대해 가장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쉽고(가끔 베르누이 정리, 공기역학적 설명도 있지만) 재미있게 설명되는 책을 없을 것 같다.



<책 속으로...>

P19

「꿈은 계속된다. 매일 인터넷을 날아다닐 때마다 우리의 상상은 솟구친다. 영국에서 내가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는 ‘날아올라’ 클라우드로 들어가서 미국의 어느 컴퓨터로 ‘날아내릴’ 준비를 한다. 나는 빙빙 도는 지구의 이미지에 접속하여 옥스퍼드에서 호주로 가상으로 ‘날아갈’수 있고, 도중에 방향을 바꾸어서 알프스와 히말라야산맥을 ‘내려다볼’수도 있다. 나는 과학소설의 반중력 기계가 현실에 등장할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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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3

「...여기에서도 뼈를 가능한 한 가볍게 만드는 것과 잘 부러지지 않게 만드는 것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빨이 별로 무겁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새는 조상이 지녔던 이빨을 버렸다. 이빨 대신에 각질의 부리가 더 가볍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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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9

「...살기 위해 벗어 던지다. 블랑샤르는 1785년 영국 해협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위험할 만치 고도가 떨어지자 그들은 곤돌라에 실린 모든 것을 내버려야 했다. 옷가지와 방향타까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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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3

「집단의 다른 많은 유전자에서도 줄곧 같은 일이 일어나며, 각각은 나름의 방식으로 비행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수많은 세대 동안 수백만 년에 걸쳐서 집단에 좋은 비행 유전자들이 쌓인 뒤에,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우리는 아주  뛰어난 비행자 집단을 본다. ...(중략)...날개와 꼬리는 인간 공학자가 제도판에서 설계를 하고 풍동 실험을 통해 완성한 듯, 모든 세세한 측면에 이르기까지 알맞은 모양과 크기를 지니도록 진화했다.」


P320

「...그러나 나는 진화생물학자이기도 하므로, 더 깊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중략)...수백만 세기 전으로 돌아가자면, 최초의 어류가 뭍으로 올라오는 모험을 한 것도 같은 외향 충동에서였을까? 그 물고기는 유달리 모험심 강한 총기류였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한 사고로 벌어진 일이었을까? 최초로 공중으로 뛰어오른 파충류는 어떨까? 최초로 도약 야심을 드러낸 깃털 달린 공룡은 조류라는 위대한 가문을 탄생시키게 된다. 명석한 석구적인 개체였을까? 아니면 오로지 우연한 일일까?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P320

「...그러나 나는 진화생물학자이기도 하므로, 더 깊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중략)...수백만 세기 전으로 돌아가자면, 최초의 어류가 뭍으로 올라오는 모험을 한 것도 같은 외향 충동에서였을까? 그 물고기는 유달리 모험심 강한 총기류였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한 사고로 벌어진 일이었을까? 최초로 공중으로 뛰어오른 파충류는 어떨까? 최초로 도약 야심을 드러낸 깃털 달린 공룡은 조류라는 위대한 가문을 탄생시키게 된다. 명석한 석구적인 개체였을까? 아니면 오로지 우연한 일일까?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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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얼굴들 -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적 시선
조수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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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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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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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탁조명을 선택할때 ‘루이스폴센’을 쓸테없이 비싼 수입조명으로 인식했던 내가 얼마나 무식했던가! 간접광과 직사광의 장단점을 아우르기 위해 수많은 고민끝에서 탄생한 작품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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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매직아워에 만들어내는 빛의 포근함, 여름저녁 만들어지는 다이나믹한 붉은 노을, 그리고 기온차가 클때 만들어지는 운해위로 비치는 빛내림을 꿈꾸며 다녔고, 카메라는 흔들거리는 트렁크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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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교수는 ‘공간의 미래’에서 획일화된 공간에 대해 우려를 역설했다면, 조수민 작가는 바로 그 공간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빛의 성질과 원리와 이해를 분석적으로 이야기 하였지만, 일반인을 위한 쉬운 용어를 사용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단지 빛과 조명을 이해하고 다루기 위한 딱딱한 이론서는 절대 아니다. 빛(조명)과 우리의 삶에 대한 인문적 시선을 풀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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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빛은 바로 나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곧 우리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빠른 산업화와 함께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속에, 조명은 어떻게 (주광색 형광등으로) 획일화되어 채워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제는 단순히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빛을 사용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휴식, 독서, 집중, 취침, 요리, 식사, 대화 등 용도와 시간에 맟춘 보다 좋은 빛을 맞춰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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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편리성에 의해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조명이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사용되고 광해(光害)로 작용되어 야간에 활동하는 생명체들의 시각 능력과 방향 탐지에 혼선을 가져와 수많은 곤충과 새들이 비행중에 길을 잃고 헤매는지, 그들의 시각능력이 저하되어,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는지 일상에서 간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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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인문적으로 풀어낼까 궁금증에 잡게된 책이었다. 작가는  빛의 성질과 사람, 공간과 사회라는 범주로 본인의 사유를 통한 느낌과 경험을 글로 풀어놓고 있다. 흔하지 않는 소재로 흔하지 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책속으로..>

P20

좋은 공간, 고급스러운 마감, 멋진 가구와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빛을 통해 우리가 그것들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대상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P27

빛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있는가, 어디를 바라보는가, 상대는 어디를 바라보는가, 우리가 대하는 대상과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들은 빛과 공간 그리고 우리가 보는, 느끼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P38

대상의 풍성함만큼 우리가 누리는 빛의 풍성함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세상을 풍성한 색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풍성한 빛의 팔레트가 준비되어야 한다.


P77

우리의 ‘본다’라는 행위는 대단히 개인적이며 상대적인 감각이다. 같은 환경과 공간에 머물러 있더라도, 각자가 가진 눈의 위치, 시선, 빛의 방향, 시력, 빛에 대한 민감도, 시각 정보를 인지하는 뇌의 활동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P119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은 단지 소리나 영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빛의 영역에서도 이렇게 서서히 켜지고 또 서서히 꺼지는 기능은 매우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P130

우리는 모두 같은 환경에서 다른 것을 보며, 또 각자가 가진 방식으로 보정하여 기억하고 기록한다. 어쩌면 사진 기술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점점 더 닮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6

개별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공간과 사물은 빛을 받아 반사함으로써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색은 서로에게 묻게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각자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빛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마치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처럼.


P272

지구는 우리 인간만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 자고 있을 때 그 방의 불을 함부로 켜지 않듯이, 아기 거북이 온전히 바다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의 불을 하나쯤 꺼 두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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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 20세기 영화음악, 당신의 인생 음악이 되다
김원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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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진을 담는 행위, 혹은 지난 빛바랜 사진을 뒤척이는 이유는 본질적 측면에서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훗날 혹은 현재 잊혀져 갈 만한, 잊혀지는 두려움에 대한 대비, 사람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추억’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 그 행위의 설명이 될 것이다. 무엇으로 찍었는지, 잘 찍은 사진이거나 초점이 나간 사진이거나 흔들린 사진이란 평가는 그 본질적 기능에 빚댈 이유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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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떠한가, 영화는 그 ‘추억’ 혹은 ‘지우고 싶은 몹쓸 기억’을 가리지 않고 강제적 부름에 사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때론 잔인할 만큼 갑자기 훅 다가오기도 한다. 생각치 못한 CF음악을 통해서, 드라마의 배경에서, 그 기억속 음악을 통해 첫 사랑, 첫 눈, 그리고 누가볼까 혼자 눈물을 찔끔거렸던 기억, 그 울움을 숨기고자 침을 꼴깍 꼴깍 넘기고 그 소리를 숨기고자 들남숨이 엊갈려 숨통의 고통을 느꼈던 기억까지 있지 않은가…나의 영화에 대한 기억은 아름다움과 또 그 아름다움의 별리에 대한 아픔과 때론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벅찬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영화음악을 통해 배가된다. 벌써 30여년이 흐렀지만, 난 아직도 론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에서 커트러셀이 화염속에 추락의 위험에 빠진 동료의 손을 가까스로 잡고 한 대사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You go, we go)’ 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비장함이 그대로 녹인 위대한 현역 작곡가 ‘한스 짐머’를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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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시간이 흐르고 ‘혼자 영화보기’를 즐기는 시간도 꽤 있었다. 그 때 영화관을 나서면 스산한 바깥의 공기와 시간의 공허를 느끼는 적도 있었지만, 그 공허도 잠깐의 영화속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질 들뢰즈]의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란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네 삶은 영화이며, 영화가 곧 삶인 것이다. 삶은 모든 것을 경험하기엔 너무나 짧기에 우리는 책 혹은 영화를 경유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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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맞이를 할 무렵, 나의 잊혀질 추억을 잠깐 잠깐 꺼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책을 만났다.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어딘가 많이 익숙한 제목. 나와 비슷한 세대이며 영화 보는 것을 즐기던 사람들이면 알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정든 님 #정은임의 영화음악 이란 프로그램, 나에겐 2-30대 추운겨울의 화롯불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가장 좋아했던 코너가 영화평론가 ‘정성일’교수님이 출연하시는 코너와 청취자들의 영화와 얽힌 사연으로 한시간을 편성한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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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테이프를 찾아 라디오 녹음을 했던 프롤로그부터, ‘디어헌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 유명해진 ‘러브 어페어’, 모든 남자 꼬맹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존위릴엄스 ‘슈퍼맨’주제곡, 영화 스팅의 ‘Easy Winner’ 등 우리가 자주 접했던 곡 10곡을 소개로 시작한다. 2부에서는 영화음악 팬들이 사랑할 만한 33곡과 3부에서는 영화음악인지 모르고 들었을 법한 곡15곡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메인테마 곡외에도 같이 들으면 좋을 곡도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가사와 번역도 수록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 사랑을 위하여(Dying young), My girl, 커다란 함박웃음이 인상깊었던 줄리아 로버츠 출세작 ‘귀여운 여인’….그리고 늘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 정은임 영화음악의 오프닝 시그널 음악 마크노플러의 ‘Wild theme’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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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의 기차역을 통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들어갔다면, 나는 한달여간 이 책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내 추억속으로 한장 한장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추억으로 통하는 책장속 숨겨진 문같은 책을 집필해준 김원중작가님과 꿈공장플러스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늘 영화의 뒤에서 그 배경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음악’의 소중함, 그 커넥트, 내 책상위에서 한동안 친한 추억속 친구로 함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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