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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얼굴들 -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적 시선
조수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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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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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탁조명을 선택할때 ‘루이스폴센’을 쓸테없이 비싼 수입조명으로 인식했던 내가 얼마나 무식했던가! 간접광과 직사광의 장단점을 아우르기 위해 수많은 고민끝에서 탄생한 작품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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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매직아워에 만들어내는 빛의 포근함, 여름저녁 만들어지는 다이나믹한 붉은 노을, 그리고 기온차가 클때 만들어지는 운해위로 비치는 빛내림을 꿈꾸며 다녔고, 카메라는 흔들거리는 트렁크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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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교수는 ‘공간의 미래’에서 획일화된 공간에 대해 우려를 역설했다면, 조수민 작가는 바로 그 공간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빛의 성질과 원리와 이해를 분석적으로 이야기 하였지만, 일반인을 위한 쉬운 용어를 사용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단지 빛과 조명을 이해하고 다루기 위한 딱딱한 이론서는 절대 아니다. 빛(조명)과 우리의 삶에 대한 인문적 시선을 풀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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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빛은 바로 나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곧 우리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빠른 산업화와 함께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속에, 조명은 어떻게 (주광색 형광등으로) 획일화되어 채워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제는 단순히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빛을 사용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휴식, 독서, 집중, 취침, 요리, 식사, 대화 등 용도와 시간에 맟춘 보다 좋은 빛을 맞춰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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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편리성에 의해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조명이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사용되고 광해(光害)로 작용되어 야간에 활동하는 생명체들의 시각 능력과 방향 탐지에 혼선을 가져와 수많은 곤충과 새들이 비행중에 길을 잃고 헤매는지, 그들의 시각능력이 저하되어,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는지 일상에서 간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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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인문적으로 풀어낼까 궁금증에 잡게된 책이었다. 작가는 빛의 성질과 사람, 공간과 사회라는 범주로 본인의 사유를 통한 느낌과 경험을 글로 풀어놓고 있다. 흔하지 않는 소재로 흔하지 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책속으로..>
P20
좋은 공간, 고급스러운 마감, 멋진 가구와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빛을 통해 우리가 그것들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대상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P27
빛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있는가, 어디를 바라보는가, 상대는 어디를 바라보는가, 우리가 대하는 대상과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들은 빛과 공간 그리고 우리가 보는, 느끼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P38
대상의 풍성함만큼 우리가 누리는 빛의 풍성함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세상을 풍성한 색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풍성한 빛의 팔레트가 준비되어야 한다.
P77
우리의 ‘본다’라는 행위는 대단히 개인적이며 상대적인 감각이다. 같은 환경과 공간에 머물러 있더라도, 각자가 가진 눈의 위치, 시선, 빛의 방향, 시력, 빛에 대한 민감도, 시각 정보를 인지하는 뇌의 활동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P119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은 단지 소리나 영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빛의 영역에서도 이렇게 서서히 켜지고 또 서서히 꺼지는 기능은 매우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P130
우리는 모두 같은 환경에서 다른 것을 보며, 또 각자가 가진 방식으로 보정하여 기억하고 기록한다. 어쩌면 사진 기술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점점 더 닮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6
개별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공간과 사물은 빛을 받아 반사함으로써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색은 서로에게 묻게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각자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빛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마치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처럼.
P272
지구는 우리 인간만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 자고 있을 때 그 방의 불을 함부로 켜지 않듯이, 아기 거북이 온전히 바다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의 불을 하나쯤 꺼 두는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