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 20세기 영화음악, 당신의 인생 음악이 되다
김원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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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진을 담는 행위, 혹은 지난 빛바랜 사진을 뒤척이는 이유는 본질적 측면에서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훗날 혹은 현재 잊혀져 갈 만한, 잊혀지는 두려움에 대한 대비, 사람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추억’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 그 행위의 설명이 될 것이다. 무엇으로 찍었는지, 잘 찍은 사진이거나 초점이 나간 사진이거나 흔들린 사진이란 평가는 그 본질적 기능에 빚댈 이유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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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떠한가, 영화는 그 ‘추억’ 혹은 ‘지우고 싶은 몹쓸 기억’을 가리지 않고 강제적 부름에 사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때론 잔인할 만큼 갑자기 훅 다가오기도 한다. 생각치 못한 CF음악을 통해서, 드라마의 배경에서, 그 기억속 음악을 통해 첫 사랑, 첫 눈, 그리고 누가볼까 혼자 눈물을 찔끔거렸던 기억, 그 울움을 숨기고자 침을 꼴깍 꼴깍 넘기고 그 소리를 숨기고자 들남숨이 엊갈려 숨통의 고통을 느꼈던 기억까지 있지 않은가…나의 영화에 대한 기억은 아름다움과 또 그 아름다움의 별리에 대한 아픔과 때론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벅찬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영화음악을 통해 배가된다. 벌써 30여년이 흐렀지만, 난 아직도 론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에서 커트러셀이 화염속에 추락의 위험에 빠진 동료의 손을 가까스로 잡고 한 대사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You go, we go)’ 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비장함이 그대로 녹인 위대한 현역 작곡가 ‘한스 짐머’를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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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시간이 흐르고 ‘혼자 영화보기’를 즐기는 시간도 꽤 있었다. 그 때 영화관을 나서면 스산한 바깥의 공기와 시간의 공허를 느끼는 적도 있었지만, 그 공허도 잠깐의 영화속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질 들뢰즈]의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란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네 삶은 영화이며, 영화가 곧 삶인 것이다. 삶은 모든 것을 경험하기엔 너무나 짧기에 우리는 책 혹은 영화를 경유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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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맞이를 할 무렵, 나의 잊혀질 추억을 잠깐 잠깐 꺼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책을 만났다.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어딘가 많이 익숙한 제목. 나와 비슷한 세대이며 영화 보는 것을 즐기던 사람들이면 알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정든 님 #정은임의 영화음악 이란 프로그램, 나에겐 2-30대 추운겨울의 화롯불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가장 좋아했던 코너가 영화평론가 ‘정성일’교수님이 출연하시는 코너와 청취자들의 영화와 얽힌 사연으로 한시간을 편성한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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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테이프를 찾아 라디오 녹음을 했던 프롤로그부터, ‘디어헌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 유명해진 ‘러브 어페어’, 모든 남자 꼬맹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존위릴엄스 ‘슈퍼맨’주제곡, 영화 스팅의 ‘Easy Winner’ 등 우리가 자주 접했던 곡 10곡을 소개로 시작한다. 2부에서는 영화음악 팬들이 사랑할 만한 33곡과 3부에서는 영화음악인지 모르고 들었을 법한 곡15곡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메인테마 곡외에도 같이 들으면 좋을 곡도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가사와 번역도 수록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 사랑을 위하여(Dying young), My girl, 커다란 함박웃음이 인상깊었던 줄리아 로버츠 출세작 ‘귀여운 여인’….그리고 늘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 정은임 영화음악의 오프닝 시그널 음악 마크노플러의 ‘Wild theme’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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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의 기차역을 통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들어갔다면, 나는 한달여간 이 책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내 추억속으로 한장 한장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추억으로 통하는 책장속 숨겨진 문같은 책을 집필해준 김원중작가님과 꿈공장플러스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늘 영화의 뒤에서 그 배경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음악’의 소중함, 그 커넥트, 내 책상위에서 한동안 친한 추억속 친구로 함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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