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이재무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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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표지,

‘한 사람이 있었다’ 그 황홀한 고통의 노래.


시인들 사이에서 이재무시인은 ‘빙어’로 통한다고 한다. 5분만 마주하고 이야기하면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속내가 가식 없이 모두 드러난다고 지어진 별명이다. 이재무시인은 그만큼 가식이 없고 직설적 화법으로 시를 써낸다. 나태주 시인께서는 한국 시단에서 솔직, 담백, 명쾌, 단순하게 시를 쓰는 시인을 꼽는다면 단연 ‘이재무’시인이라 말한다. ‘한 사람이 있었다’는 연시집의 제목. 그 한 사람은 이재무 시인의 첫사랑, 이웃 마을 ‘숙이’를 말하는 것이다.


오민석 평론가의 말을 빌자면, 이재무시인은 ‘황홀한 재앙’을 자처하는 시인이다. 연시집 ‘한 사람이 있었다’는 그를 시인으로 잉태시킨 ‘사랑’에 대한 시로 가득하다. 특히 ‘첫사랑’의 부재의 고통을 노래한 시들, 그래서 황홀한 고통의 노래라 한다. 


시인의 말에서도 ‘어릴 적 이웃 마을에 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 시절 그녀는 내 세계의 전부였다. 그녀로 인해 아프고 행복했다. 내 시의 베아트리체였던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 첫사랑은 갈망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아 가슴이 아려 ‘아프고’, 문득 만나면 ‘행복하고’, 세월이 지나보니 ‘고마운’ 것이다.


첫사랑에 도달할 수 없어 시를 쓰고, 결국 첫사랑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시’뿐이라 시인이 된, 이제는 육십 대 중반의 시인. 첫사랑의 결핍이 없었다면 시를 썼을 리 만무하고, 첫사랑이 그의 시의 기원이 되었다고 말한다.


[병적인 그리움] 이란 시에서, ‘다 식어 차가와진 몸속에서 도무지 지칠 줄 모르고 타는, 화수분처럼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병적인 그리움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무섭고 징그러웠다.’ 라고 쓰고 있다. 


사랑은 그런 것인가 보다. 내 스스로가 무섭고 징그러울 정도로 병적인 그리움을 안고 사는. 이는 사랑의 처절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사랑에 허기진 내면, 그것을 ‘활화산’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처연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유일한 것.... 그것이 ‘첫사랑’인가 보다.


이재무시인님의 아름다운 시, 그리고 커피와 필사할 노트가 있으니 이 가을이 따스하다. 읽고 쓰고 음미하고 그리워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 처절한 고통이 그립다.


#이재무 #한사람이있었다 #열림원 #시필사 #시필사그램 #아름다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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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김경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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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안목에 대한 이야기.


🔖작가 : 김경훈

한국인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 로이터 통신 ‘올해의 사진’수상 등 사진기자로는 큰 상을 여러번 수상했다. 작가는 수많은 사진 중 선택에 의해 좋은 사진 한 장이 만들어지듯 삶에 우연이란건 없기에 모든 순간이 쌓여 결과를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고 말한다.


김경훈 작가의 이전 책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에서 2차 세계대전당시 일본의 원폭에 대한 취재과정 중 미국의 사진가 ‘조 오도넬’이 담은 <Brotherly love wothout boudaries,1945>에 대한 내용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집인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에서 20여년간 사진기자생활을 통해 겪은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안목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한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진기자답게 사진의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는 피사체와의 거리(진심이 통하는 가장 적당한 거리), 각도(삶의 태도에 관하여), 색감(순간의 감정에 대하여), 피사체(인생의 목적에 대하여)로 구성하여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국민 어느 누구나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는 요즘, 누구나 사진이나 동영상촬영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기자는 될 수 없지만 기자에게 중요한 사진과 진실을 담을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왜곡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 누구나 지켜보고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사진, 즉 ‘이미지’가 주는 전달력은 때론 글이나 말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천개의 말을 대신한다’는 말도 있다. 최근 일례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020년 5월 경관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도 당시 현장에 있던 다넬라 프레이저(18세)가 담은 동영상에 의해 세계에 알려졌다. 김경훈작가의 말처럼 언론이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데 있어 시민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현재와 삶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쉽지 않은 일이다.



<책속으로>


📖P130 (사진기자는 두 눈을 뜨고 사진을 찍는다)

두 눈을 모두 뜨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사진기자만이 아닐겁니다.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 볼 때 여러분은 한 쪽 눈을 감지는 않나요? 보고 싶은 곳만 바라보지는 않나요?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면 두 눈을 번쩍 떠야 합니다.


📖P185 (사진의 타이밍, 인생의 타이밍)

“인생에 타이밍이 중요하나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 타이밍은 참 많이 찾아오더라. 오늘 새벽에 매직아워를 놓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저녁 해 질 무렵에 다시 매직아워를 볼 수 있고, 내일도 해는 뜨고 또 질 테니까. 인생의 때를 놓쳤다고 초조해하지 말렴, 결정적 순간을 놓쳤으면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르면 된단다.”


📖P241 (코닥의 흥망성쇠로 보는 우리의 인생)

“순식간에 변화를 일으킬 마법같은 일을 찾는 것은 능력의 낭비일 뿐이다. 변화는 홈런을 치는 것이 아니라 야구에서 안타를 꾸준히 치는 것이다.”


📖P.265 (어느 사진기자의 인생사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은 기관총이 될 수 있고, 따뜻한 키스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동안 찍은 사진을 되짚어 보았을 때 모두 습작처럼 보일지라도, 제 사진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키스와 같은 사진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결정적 순간이란...


책의 띠지에 “매순간 최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란 글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마주하니 결정적 순간 또는 찰나의미학이라 일컫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말이 떠올랐다. 결정적 순간이란 말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지침이 되고 있다.

“나는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는데, 돌이켜보니 삶의 매 순간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건 나의 삶을 바라보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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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10주년 기념 김창열 특별판)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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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을 드넓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한 척의 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어느 날 생각하지도 못한 행운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싣고 난데없이 찾아오는 작거나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파도를 넘는데 심리적 안정이나, 자신감, 긍정의 태도가 가장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또는 춤이나 무용, 연극이나 영화에서, 미술관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마주했을 때 그 삶의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과 상처를 치유할 힘을 얻는다.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그것이 예술의 가치이다. 고대 세네카가 말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몇 년전 뉴욕 출장길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들른 적이 있다. ‘영혼의 편지’를 통해서 고흐에 푹 빠져있던 시기였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원작을 봐야한다는 목표는 뚜렸했다. 대략 2시간의 일정으로 둘러 볼 예정이었으나, 나는 거기서 서성이며 반나절을 보냈다. 사실 서성거렸다고 하지만, 조그마한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대작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 사실 심장이 두근거려 무엇부터 봐야할지 우왕좌왕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생각보다 큰 작품도 있었고 생각보다 작은 작품도 있었다. 물론 가장 오랜시간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앙리루소의 ‘잠자는 짚시’였다. 잠자는 짚시는 생각보다 큰 가로 2미터, 세로 1.3미터의 큰 작품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휘몰아치는 하늘과 멋진 곡선으로 하늘을 향하는 사이프러스를 이야기할 때 나는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교회의 첨탑과 마을 한집 한집 창가에 따스하게 불이 켜진 작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일찍 집을 떠나와 평생을 그리워했을 그 따스한 불빛이 켜진 집, 고흐가 그리워했을 고향의 집인 것이다. 그러한 고흐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특히, 앙리루소의 ‘잠자는 짚시’는 미술관을 나가려다가 다시 한번 올라와서 한참을 본 작품이기도 했다. 황량한 사막에 떠돌다 잠든 짚시, 악기와 지팡이와 물병으로 보이는 간소한 소지품, 그리고 고개를 살짝 내려 짚시를 살치는 사자와 밤하늘에 밝게 떠 있는 휘영청 밝은 달.


김선현교수님의 ‘나 혼자는 아닙니다’란 제목의 해설을 읽으니, 그 때 그 그림을 보았던 내 심리가 좀더 명확해졌다.


한 개의 이미지가 천개의 말을 대신한다는 말이 있다. 그림, 이미지가 주는 힘은 그러한 것이다. 김선현교수님은 20여년간 미술치료 현장에서 그림이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 힘을 직접 목격했고, 우리의 삶을 최고의 상태로,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그림 62점을 선정해 ‘그림의 힘2’로 엮었다. 어느 그림,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길지 않은 분량으로 되어 있어, 침대 맡에 놓고 잠들기 전이나 짜투리 시간에 보기 딱 좋은 책이다. 


It's silly not to hope. It's a sin, he 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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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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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

-The Call of Character-

 

[저자소개]

마리 루티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학부 과정을, 프랑스 파리7대학교에서 심리분석 이론으로 석사 과정(DEA)을 수료했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과 비교문학 전공으로 2000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학교에서 여성, 젠더, 섹슈얼리티 연구 프로그램의 부소장으로 지내며, 학부생들에게 사랑과 성역할에 대해 강의했다. 현재는 토론토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과 철학, 심리학, 여성학, 대중문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 마리 루티’, 심리분석을 전공하고, 여성과 젠더, 섹슈얼리티를 연구한 학자가 본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충만한 삶, 즉 가치 있는 삶을 이야기 할 때 체험적이거나 영적인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자기수련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핵심을 기르는 것보다 다소 애를 먹더라도 우리가 가진 모든 열과 성을 다 바치려는 삶 역시 어떤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의 사상과 니체, 쉽게 설명한다고 하였으나,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역시 가치 있는 삶을 깨닫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보다. 책을 읽으며, 마치 차라투스트라가 아직도 내 이야기를 못알아 듣는 군, 내가 늘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Be Ubermensch! 초인이 되라고 말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마리루티의 말대로 수사학적으로 대단히 난해한 텍스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난해한 글로 가리고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정신분석학이나 심리분석분야에 대한 나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 위로하였다.

 

책의 원제목은 기질의 부름이다. 우리가 살아온, 혹은 자라온 사회는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없애야 할 것, 그리고 그 불안을 없애야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오는 것으로 학습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자만의 기질의 본능을 따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그 내면의 희망과 목표를 찾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 이야기한다. 그러한 각자의 기질에 충실할 때 나를 책임질 줄 아는 삶, 나를 잃어버릴 용기, 진정한 나로 사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책속으로...>

🔖P246

우리는 항상 균형을 잃게 될 위험이 있기에, 평온함이 계속해서 지속된다는 것은 예외적이며 불안을 어느 정도 느끼며 사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다. 어떤 사람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을 더 쉽게 느끼고,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쉽게 불안해하지만, 불안을 우리 삶에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의 압박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P69

중심을 지키지 못하면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중심이 너무 강하면, 즉 우리 내면이 너 무나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으면 유연성과 즉흥성을 잃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중심은 결코 정적인 존재로 고정되어서는 안 되며, 우리 존재의 다양한 요소를 한데로 모으는 융통성 있는 메커니즘 역할을 해야 한다.

 

🔖P76

기질의 부름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질 의 부름은 개인적인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문 화적 질서가 요구하는 가치에 우리가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 도록 하여 비판 능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 부름은 우리 마 음을 항상 활기차게 하고, 사회적 규범에 매몰되어 호기심보 다는 편협한 마음을 갖게 하는 정신적 죽음을 막을 수 있다.

 

🔖P73.

세상과 접촉하며 기질을 조각해 나가는 것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세상의 관습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P85

그러나 슬프게도, 의미 (또는 자기 성취)를 필사적으로 탐구하는 일은 때때로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많아서 부 담만 되는 문의미한 것들을 잔뜩 긁어모으게 한다

 

🔖P141

고통은 불필요한 것들을 씻어 낸다. 고통은 불순한 것 들을 제거해 우리를 더욱 자애로워지게 한다. 이것이 고된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종종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다재다능한 이유다. 그런 사람들은 고 통을 겪으며 축적된 지혜를 활용할 정도로 아주 강력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도 그 기질을 느낄 수 있다.

 

🔖P218

이처럼 기질의 부름을 받는 것은 좋은 삶의 관습적인 정의에만 매여 있던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준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기질은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조금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기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 나가길 원한다. 또한 기질은 파문이 일어나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숨이 막힐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에 관심이 있지, 그저 편한 삶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P281

기질을 형성한다는 것은 자아를 완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자아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들 수 있는 능력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완벽의 추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삶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절대로 실현되지 않을 목표와 야망에 영원히 집착하게 한다.

 

#을유문화사 #출판사제공도서 #서평단활동 #마리루티 #가치있는삶 #철학 #완독1002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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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산책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1
양철주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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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삶은 꿈을 찾는 시간이 아닌 꿀 한 방울을 찾는 시간일 때가 많다”


📚종이 위의 산책자.


추석 연휴를 무료하게 보내긴 싫었고, 두꺼운 책은 시작하기도 전에 질려버릴까 싶어 고심하던 중, 3일간 정독하기 딱 좋은 책을 만났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후 네시에 거실창으로 스미는 햇살처럼 따스한 책 ‘종이 위의 산책자’를 만났다.


‘종이 위의 산책자’는 ‘구름의 시간’ 출판사에서 나온 첫 에세이집인데 표지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01’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나와 잘 지내는 시간’시리즈로 다양한 책이 출간 예정인 듯 하다. 관계의 풍요속, 자아의 빈곤이라 생각되는 요즘에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 ‘종이 위의 산책자’만큼만 만들어 진다면 말이다.


책의 서문에 양철주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이야기했던가. 나는 강을 따라 걷거나 숲으로 길을 떠나는 대신 글과 문장 속으로 산책을 간다고,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그러다가는 아예 주저앉아 그 글을 베껴 쓰기 시작한다고.’ 서문부터 나를 확 끌어당기는 기분이었다. 요근래 필사를 하는 이유와 기분을 그대로 작가님께서 글로 옮겨 놓았으니, 많은 부분을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짧은 시를 필사하는 나와는 필사량부터 차이가 난다.


완독하기도 힘들다는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15년부터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는 현재 2022년 8권(민음사판)까지 진행되고 있다. 6권까지 필사하는데 13개월이 필요했다고 하니 왠만한 사람은 벌써 포기했을 꽤 긴 시간을 필사한 셈이다. 그 외 명문장으로 가득한 ‘모비 딕’을 꼬박 7개월에 걸려하였고, 그외에도 완필한 책이 릴케의 ‘말테의 수기’, 카뮈의 ‘결혼,여름’ 등 13종에 이르니 엄청난 필사량이라 하겠다. 릴케와 장그리니에, 헤세와 카뮈를 특히 사랑하시는 듯하다. 작가는 그러한 필사를 통해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기 위해 이 책을 내었을까. 여러편의 에세이가 모두 필사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필사에 대한 애정과 그 외 필사의 배경으로 힐링을 주는 음악, 유년시절의 추억담도 만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같은 추억을 공유한 얌전하고 지혜로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필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이나 필사를 하고 있는 분들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필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기쁨과 깨달음이 두런두런, 따스하게 채워져 있다. 책을 덮을 즈음엔 스산한 새벽공기에 따스한 이불을 끌어당겨 포옥 덮은 기분이다.


📚 책속으로📚 


P6(들어서며)

🖋문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도 아닌 것이 영락없이 사람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중략)...책은 집에 있어도 문장은 우리 가슴과 함께한다. 그 문장은 음악이 되고, 철학이 된다. 문장은, 때로 우리의 심장이 된다. 소중한 문장을 마음에 품은 사람은, 그러므로 두 개의 심장으로 산다.


P33

🖋단지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라면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필사는 기억 이상의 것, 그 너머를 바라보는 행위아다. 필사는 텍스트의 음미 속도를 늦춘다. ... (중략)...칡뿌리를 씹는 것은 그 즙으로 인해 배부르고자 함이 아니라 즙을 음미하고, 씹는 행위를 즐기는 것이다....필사는 무엇을 창조하려 함이 아닌 작품의 곱씹음 혹은 작가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P95

🖋더 오랜 시간이 지나 책은 잊혀져도 밑줄은 남고 그 밑줄에서 하나의 책이 태어날 수도 있다. 밑줄은 다시 여기로 돌아오겠다는 약속 같은 것. 다시 돌아와서 확인하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빛나고 있는 불빛 하나와 같다. 바람이 불어도 훌치지 않는,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밑줄은 동굴의 울림을 갖는다.


P133

🖋카뮈는 하나의 주제만을 가지고 에세이를 썼는데 그것은 ‘진실’이며, 달리 말하면 진실 아닌 것과의 투쟁이다. 진실은 지속되는 것, 썩는 것이며, 신화나 시같은 것이 아니며, 죽음 이전의 것들이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현세주의자의 면모를 고집한다. 그는 취하지 않고 쾌락을 맛보는 사람이다.


P143

🖋어린 시절에도 죽음의 그림자는 늘 어른거렸고, 우리는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났다. 시간이 지나갔다고 해서, 어느 한 시절을 벗어났다고 해서,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때의 간절함과 열정이 부정되지 않기를. 그 시절의 간절함 속에서 우리는 가장 뜨거웠다. 지금은 그때와 너무 다른 열정 혹은 빙하기를 통과하는 중이라 해도.


P147

🖋필사가 즐거운 이유는 아름답고 힘이 되는 문장을 내것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P201(나가며)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부치댕이댁이 늘 하시던 말씀 하나,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조르르 흘러내려 남은 게 없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무럭무럭 잘 자란다는 이야기. 나의 손과 눈과 시간을 통과해 간 문장들이 그저 의미 없고 허무하게 흘러가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책키라웃과 구름의시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종이위의산책자 #양철주 #구름의시간 #필사에관한책 #책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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