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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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PART 1) 잠 : 통제와 무방비

잠이 부족할 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잠이 모자라면 몸만 둔해지는 게 아니다.

'나 지금 괜찮은가?'를 판단하는 머리도 같이 둔해진다.

술 취한 사람이 '나 안 취했어'라고 우기는 거것과 똑같다. 정작 판단을 내리는 머리가 이미 취해 있으니, 자기가 취한 줄을 모른다.

잠도 똑같다. 그래서 가장 피곤할 때 사람은 오히려 "아직 괜찮아"라는 결론을 가장 쉽게 내린다.

무너지는 몸은 한동안 멀쩡한 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척에 가장 먼저 속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당신에게 남는 질문]

Q. 내가 한 모든 행동을, 언제나 '내가 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Q. 분명히 '봤다'고 느낀 것이, 정말 내 눈앞에 있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Q. 두려움이 먼저 밀려오고, 그다음에 내 머리가 거기에 형체를 그려 넣은 것은 아닐까.

Q.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잠 그 자체일까,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야 한다'는 기준일까.

Q. 고장 난 것은 내 잠이 아니라, 잠에 대해 내가 믿고 있는 기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잠은 우리가 매일 드나드는 가장 익숙한 상태다. 그런데 이 장의 사례들은 그 익숙한 상태가 우리 뜻대로 켜지고 꺼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공통점은 하나다. 그들은 모두 자기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으면서도, 그것을 가장 늦게, 가장 자주 잘못 읽었다. 잠은 우리가 자신을 안다고 믿는 첫 번째 영역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먼저 그 믿음이 흔들리는 영역이기도 하다.

PART 2) 기억 : 진실과 조작

인간은 왜 자신의 기억을 그토록 굳게 믿을까. 왜 "내가 똑똑히 기억한다"는 말을, "그 일은 실제로 있었다"는 말과 거의 같은 것으로 여길까.

우리는 기억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시간 지나면 흐려지고, 너무 힘든 일은 마음먹고 잊으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가 오래전 일을 아직도 힘들어하면 쉽게 말한다. "다 지난 일이잖아. 이제 그만 잊어."

잊는다는 건 늘 잃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잊는다는 건 늘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지나간 일을 지나간 일로 남겨두는 방법이다.

[당신에게 남는 질문]

Q. 또렷하게 기억난다는 것이, 그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Q. 내 기억 속 장면에는, 직접 겪은 것과 나중에 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섞여 있을까.

Q. 나는 확신이 클수록 더 정확한 기억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Q. 가장 위험한 기억은 흐릿한 기억이 아니라, 너무 확실해서 두 번 다시 의심하지 않는 기억은 아닐까.

Q.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은, 정말 마음먹으면 되는 일을 권하는 걸까.

Q.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너무 쉽게 '의지가 약해서'로 바꿔 읽고 있지는 않은가.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을 한 사람으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기억을 의심한다는 것은, 가장 확실하다고 믿었던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ART 3) 쾌락 : 욕망과 지배

인간은 왜 즐겁지도 않은 것을 계속 찾을까. 왜 몸이 싫어하는 감각을 일부러 다시 찾고, 남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갖고 싶어 하고, 맑은 정신에서 굳이 벗어나려 할까.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적 있을 것이다. 원하는 마음은 분명한데, 막상 그것이 즐거움으로 이어지는지는 애매하다. 우리는 보통 이걸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원했으니까 좋아하는 거고, 가지면 만족하는 거라고 여긴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하게 되면, 그 안에 분명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자꾸 확인하는 건 확인할 게 있어서고, 멈추지 못하는 건 그만큼 좋은 것을 얻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행동이 반복되면, 그만한 보상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착각이다. 우리는 자신이 보상을 기다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오래 붙드는 것은 보상 자체가 아니라, 보상이 올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이다.

우리는 맑은 정신을 인간의 기본값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 정신을 흐리려는 욕구는, 의지가 약하거나 삶이 무너진 사람들에게만 생기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하려는 마음은 어딘가 비정상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루 종일 같은 생각, 같은 걱정, 같은 자기 자신 안에 머문다. 잠깐 다른 상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 자기 자신에게서 잠시 쉬고 싶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쾌락을 단순하게 생각한다. 좋은 느낌은 좇고, 나쁜 느낌은 피하는 것. 그래서 인간은 편안함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떤 불편함은 사라질 때보다, 적당히 남아 있을 때가 더 강한 즐거움이 된다.

우리는 어떤 것이 좋아서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원하기 때문에 원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지라르는 이것을 '모방 욕망'이라 불렀다.

[당신에게 남는 질문]

Q. 지금 내가 원하는 이것은, 정말 좋아서 원하는 걸까.

Q. 막상 손에 넣으면 그리 좋지도 않은데, '다시 확인하고 싶은 힘'에 끌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Q. 재미보다 '혹시'가, 나를 더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Q. 커피로 깨우고, 술로 풀고, 영상으로 멍해지는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정말 '취함'과 무관한 사람일까.

Q. 내가 원한다고 믿는 이것은, 정말 내 안에서 시작된 욕망일까.

Q. 혹시 나는 그것 자체보다, '남들이 그것을 원한다'는 사실에 더 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즐겁지 않으면서도 계속 원하고, 보상보다 불확실함에 더 오래 붙들리고, 몸이 위험하다고 보내는 신호를 즐거움으로 바꿔 읽고, 남이 원하는 것을 슬그머니 자기 욕망으로 받아들인다.

가장 사적인 영역처럼 보이는 욕망에서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의 온전한 주인이 아니었다.

PART 4) 치료 : 선의와 해악

인간은 왜 자신을 해치는 것을 치료라고 믿었을까. 왜 피를 빼고, 뇌를 자르고, 안전하다는 독을 삼키면서도, 자신이 낫고 있다고 확신했을까. 인간이 무엇이 자신을 낫게 하고 무엇이 해치는지 스스로 가려낼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변화를 회복으로, 조용함을 호전으로, 역겨움을 무효로 너무 쉽게 착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다.

몸이 회복되는 모습과 몸이 약해지는 모습은, 바깥에서 보면 종종 닮아있다.

사람은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자신이 믿고 있는 치료의 증거로 바꿔 읽는다.

어떤 문제가 잠잠해지면, 우리는 그것이 해결됐다고 여긴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우리는 별 두려움 없이 삼킨다. 전문가가 괜찮다고 했고, 나라가 허락했으니 괜찮은 것이겠지. 그렇게 우리는 몸이 느끼는 어렴풋한 불편함보다, 포장지에 적힌 말과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설명을 더 믿는다.

대개는 그래도 된다. 현대 의학은 그 믿음 위에서 작동한다.




평소에는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고, 깊이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질문들을 내 앞에 툭 던져놓는 느낌이었다. 내가 믿어온 '나 자신'과

'정상'이라는 기준이 흔들리는 게 신기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PART 2 '기억' 파트가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는 보통 '내가 똑똑히 기억해'라는 말을 절대적인 진실처럼 믿곤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 기억조차 나중에 들은 이야기나 내 감정이 섞여 조작되거나 왜곡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억을 의심한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괜히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내가 간직해 온 기억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서늘하고 매혹적인 시간이었다.

가장 깊게 와닿았던 또 하나의 파트는 PART 3 '쾌락'이었다. 막상 가졌을 때 엄청 즐겁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확인하고, 원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상 그 자체보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확실함'에 인간이 더 강하게 매달린다는 분석이나, 내가 정말 원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원하기 때문에 욕망한다는 '모방 욕망' 이야기는 마치 내 마음속을 그대로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내 뇌와 심리가 나를 어떻게 속여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파헤쳐 주다 보니, 책장이 정말 술술 넘어갔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나'라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게 되면서,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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