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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인 러브
로지 술탄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9개월 열병을 앓은 후
2중 장애를 갖게 된 헬렌입니다.
귀가 멀어버려 말을 하지 못하게 되고
눈이 멀어버려 앞을 보지못하게 되죠
우리는 그녀의 사진에서 똘망똘망한 눈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진 속 눈은 유리알이라는 걸 이 책을 읽게 되면 알게 됩니다.
책은 파격적이게도
헬렌이 새벽에 야반도주를 하려고 짐을 싸놓고 집 앞 포치에서 애인을 기다리면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는 다시 어머니의 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37살 그녀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이 사랑이야기는 실제라고 합니다.
장애를 갖게 된 한 소녀가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쳑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저도 어릴때 읽고 우와~~~ 멋지다!라고 생각했으니깐요.
하지만 그 후의 삶을 우리는 정말 간과하고 있었던듯 싶어요.
그녀는 그대로 영웅이 되고 위대한 사람이 되어
전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우리는 그녀가 원한 삶이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 수단이 되어
전세계를 스승인 애니와 강연을 다닌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했으니깐요.
그런 그녀가 비장애인들처럼
사랑도 하고 그 사랑에 가슴아파하기도 하고
어쩌면 결혼을 원한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속에서 지워버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또한 그녀를 생각하면 강인한 여성 정도가 떠오르지
사랑을 하는 여성은 떠오르지 않으니깐요.
우리의 편견은 아마도 그녀의 삶속에 엄청난 압박으로 녹아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녀가 처음 로맨스 소설을 읽고 스승인 애니에게
질문했을때, 스승은 단칼에 잘라버리죠
그런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에 일을 더 하라고 말이죠
그렇게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그 어떤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게 되는 삶을 살게 되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녀
말하지 못하는 그녀는
철저하게 스승 애니에게 길들여지고
가족들에게 지배를 당합니다.
이제 나이 50이 되어 건강이 악화된 애니를 대신해
아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남편에게 부탁해
피터라는 남자를 소개받게 되죠
애니 대신 헬렌에게 비서일을 봐 줄 사람을 말이예요
헬렌의 묘사 속에서도 그는 깔끔한 젠틀맨 타입은 아닙니다.
그리고 애니도 그를 조심하라고 자꾸만 말하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그에게 끌리는 헬렌
그렇게 그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피터는 보스턴 강연을 가서
보스턴 시청에서 결혼허가증을 받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중에 목사가 있다고
그 앞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말하죠
어찌나 사기꾼 같던지요
하지만 헬렌은 그와의 결혼에 부풀고
함께 강연이 끝난 후 결혼허가증을 발급받으로 가지만
기자에게 들켜 신문에 기사가 나게 되요
피터에게는 이미 약혼한 여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되지만
헬렌은 그래도 그를 선택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여자 헬렌
늘 남의 말대로,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그녀이기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되면 늘 손해를 보고 힘들어지는 것은 헬렌 본인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그녀는 애니의 말도, 엄마의 말도 너무나 잘 듣는 착한 헬렌의 가면을 쓰게 되죠
하지만 그녀는 사실 그렇게 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며, 누구나 바라는 그런 삶을 살길 보통의 삶을 살길 바라는 여자 였던 거죠
장애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그녀의 인권은 이미 없어진거와 같단 생각 들었습니다.
돌봐준다는 명목으로 가족들은 그녀를 강연장으로 등 떠밀고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그녀를 철저하게 가둬버리는 스승 애니를 보면서
어쩌면 그녀가 다른 시대 다른 삶으로 태어났다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조금은 더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이의 장애를 영웅시해서 돈벌이에 이용하는 가족을 보면서
얼마나 치를 떨었던지요
애니가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가게되고
헬렌은 엄마와 함께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리고 둘은 야반도주를 계획하고
어느날 밤 헬렌은 다들 잠든 틈을 이용해 짐을 들고 현관 포치에서 피터를 기다리죠
헬렌을 데리러 온 피터에게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헬렌의 제부가[헬렌의 여동생의 남편] 총을 들이대며 위협합니다.
그렇게 쫒겨난 피터는 이튿날을 기약하는 듯 했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죠
그녀의 삶을 가로 막은 것은 그녀의 가족이였죠
결코 피터가 사기꾼이여서, 용기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헬렌보다 어렸던 피터는 군대문제도 있었지만
어쩌면 헬렌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헬렌 가족이 보여주는 두려울 정도로
이기적인 모습에 치를 떨며 그대로 떠나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사랑도 삶도 자신의 의지대로 한번도 살지 못한 그녀
세상에 이렇게 불쌍한 그녀가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것은 축복일텐데
여자로서의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복중에 하나일텐데
결국 그녀는 그런 축복하나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먼 훗날 피터의 다큰 딸이 헬렌에게 편지를 보내죠
왜 아버지는 헬렌의 사진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죽을때까지
바라보며 그리워했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다고요
헬렌에게는 들리지 않은 것도 말하지 못하는 것도
보지 못하는 것보다
그녀의 가족들이 더 그녀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심리적인 장애인으로 만든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 이 책은 소담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읽고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