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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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하는 사람들, 참 잘했어요.>

                                                 -이기호 장편소설-

미안하면서도 쑥스럽고, 상대방에게 나의 ‘잘못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렵거나 힘들거나. 혹은 만만히 볼지 모른다는 수치감 때문에 더욱더 힘든 고백 사과. 
 

<사과는 잘해요>(-이기호/현대문학 펴냄) 에는 사과를 누구보다, 더 전문적으로 잘하는 나와 ‘시봉’이의 이야기다. 시설에서 나와 ‘시봉’이는 양말을 포장하거나, 비누에 상표를 붙이는 일을 생활처럼 여기며 시설의 기둥들을 자처하며 살아간다. 시설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키작은 복지사와 청바지에 군화를 신고다니는 키큰 복지사가 복지원을 감독하며 있지만 이들은 대게 하루의 팔할을 나와 ‘시봉’을 때리는 데 할애한다. “시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거의 매일 매를 맞았다. 아침에도 맞았고, 점심에도 맞았고, 자기 전에도 맞았다. 어느 땐 아침에 맞지 않고 저녁에 두 번 맞은 적도 있었고...p16" 시설에 있으며 문제가 생긴 것은 새로 들어온 구레나룻 아저씨가 갇혀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였다.
결국 복지원은 문을 닫고 나와 시봉을 괴롭히던 원장과 복지사들은 구치소에 수감된다.

갈 곳이 막막해진 나와 시봉은 시봉의 여동생의 집을 찾아 간다. 여동생의 집에는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사설 경마에 헤어 나오지 못한 무능력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와 ‘시봉’은 여동생 ‘시연’에게 자연적으로 기생하며 살다가 밥값을 해야 한다는 뿔테안경 남자의 말 따라 직업 구하기에 뛰어든다. 편의점도 찾아보고 공장도 찾아보지만 나와 ‘시봉’을 맞이해 주는 곳은 없었다. 나와 ‘시봉’은 쌍둥이처럼, 일체된 자웅동체처럼 사과라면 자신이 있었고 사과밖에 할 줄 모르기에 그것으로 돈을 벌 작정을 하게 된다.

처음에 이들은 절친한 과일가게 아저씨와 정육점 아저씨의 생활을 깊숙이 들여 보다가 기회를 엿보고는 정육점 아저씨를 상대로 ‘잘못을 묻거나 잘못을 받아’내기로 하지만 욕설만 돌아올 뿐 좀체 이들이 기대하는 ‘사과’와는 멀어진다. 끝끝내 정육점 아저씨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죗값’을 치르기로 한다. 이들은 정육점 아저씨에 돈이란 것을 받지만 정육점 가게는 문을 닫는다. 뿔테 남자는 나와 ‘시봉’에게 ‘사과의 전문가’라는 직책을 안겨주고는 사람들을 찾아가며 ‘죄를 묻고’ 죄에 상응하는 벌을 처리해 준다. 어느날 이들을 찾아온 한 남자가 절뚝발이 아들과 아내를 도망쳐온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남자의 아내에게 ‘사과’를 구하러 가지만 더욱 복잡한 상황에 휩싸이며 이들은 절묘한 ‘사과’의 ‘죗값’을 생각해 낸다.

현실과 사회를 바라보는 나와 ‘시봉’의 태도는 소설을 읽는 이에게 일관된 백치의 상태를 보여준다. 차를 타면 바지에 변을 보는 영아적 수준의 ‘시봉’과 “아버지의 얼굴도, 엄마의 얼굴도, 우리 집도. 내가 몇 살인지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설원생”인 나는 복지사들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응당 이에 해당하는 ‘죗값’을 치르게 된다. ‘죗값’을 치렀기에 죄를 짓는다는 모순된 상황의 나와 ‘시봉’은 복지원에서 지급되는 알약을 처음과 다르게 익숙하게 만들어 내듯 ‘죗값에 대한 죄 저지르기’를 내면화 해간다.

소소한 하나부터 열까지의 상황이 모두 죄이며 “아저씨가 생각하는 거, 모두가 다 죄가 될 수 있어요"68p 라고 말하는 나의 생각은 사과에 대한 본질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한 남자의 ‘사과’의 죗값으로 한 사람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사과에 대한 질문을 단편적으로나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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