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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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진실은 어떤 것이 자신과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지. 내면을 표현하는 외형. 인간의 모습을 한 영혼. 정신이 충만한 육체. 이런 이유로 고통에 비견할 수 있는 진실은 세상에 없어. 때로는 고통만이 유일한 진실인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 그밖에 다른 것들은 어쩌면 우리를 눈멀게 하거나 물리게 하기 위한, 눈이나 욕구에서 비롯된 환상일수도 있지만, 세상은 고통으로부터 만들어졌고, 어린아이나 별의 탄생에도 고통이 함께하지.
한발 더 나아가, 고통 속에는 강렬하고 놀라운 현실이 포함되어 있어. 언젠가 나 자신에 대해, 우리 시대의 예술과 문화와 상징적인 관계에 있던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 이런 끔찍한 곳에서 나와 함께 있는 비참한 사람들 중에서 삶의 비밀과 상징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삶의 비밀은 고통이기 때문이야. 고통은 모든 것 뒤에 숨어있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자신에게 달콤한 것은 아주 달콤하고, 씁쓸한 것은 아주 씁쓸하게 느끼면서 필연적으로 자신의 모든 욕망을 쾌락으로 향하게 하며, 단지 `한두 달 동안 꿀을 먹고 살아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평생 동안 다른 것은 먹으려 하지 않게 되지. 그러는 동안 우린 자신의 영혼을 굶어죽게 만들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말이지.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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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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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인간의 영혼을 위해 창조된 것이라면, 사랑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더없이 완벽해질 수 없기 때문이지. 쾌락은 아름다운 육체를 위해 존재하고, 고통은 아름다운 영혼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내가 이런 것들을 확신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지나친 자만심을 드러내는 것이겠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완벽한 진주를 닮은 신의 도시가 보이지. 그것은 무척 근사해서 마치 어린아이도 어느 여름날 단번에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어린아이는 그럴 수도 있을거야. 하지만 나와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결코 그럴 수가 없어. 어느 한순간에 무언가를 깨달았다가는, 이내 무거운 걸음으로 뒤따르는 긴 시간 동안 그것을 잊고 살기 때문이지.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은 곳`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야. 우린 영원속에서 생각을 하지만, 시간 속에서는 아주 느리게 움직이지. 하물며 우리처럼 감옥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갈지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감방 속으로 그리고 우리 마음의 감방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 오는 무력감과 절망감에 대해서도. 어찌나 집요하게 파고들어 오는지. 그것들을 맞이하기 위해 말하자면 우리의 집을 청소하고 꾸며야만 하지.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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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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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너의 적들을 용서하라˝고 한 것은 적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어. 사랑이 증오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지. 그가 보자마자 사랑한 젊은이에게 ˝네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라˝고 간청했을 때, 그는 가난한 이들의 상태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젊은이의 영혼, 부가 망치고 있는 그의 아름다운 영혼을 염려했던 거야. 그리스도의 인생관을 살펴보면, 그는 자기완성의 필연적인 법칙에 의해 시인은 노래해야만 하고, 조각가는 청동으로만 생각하고, 화가는 자신의 기분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세상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산사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고, 수확기의 곡식이 황금빛으로 타오르고, 규칙적인 운행 속에서 달이 방패에서 낫으로, 낫에서 방패로 그 모습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고 분명하게- 예술가와 하나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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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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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범람은 결혼의 전통적인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연속 결혼, 할부 단혼으로 표현되는 시리얼 모노가미란 일부일처는 일부일처이되 평생 동안 여러 명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일부일처제를 의미한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현저히 늘어났다. `평생`이라는 시간의 길이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평생 동안` 한 사람의 배우자와 함께 사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시리얼 모노가미의 형태가 순수한 모노가미를 압도했다고 한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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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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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기도 한다.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서로가 동의하여 결정한 일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라면 오히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이다.
어떠한 종류의 사랑이건 간에 사랑이란 그 자체로 아이러니이다. 왜?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고 네가 나였던 아주 짧은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사랑은 숨겨 놓았던 독을 사방에 풀어놓는다. 그리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정작 사랑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9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지내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 덕분이지. 나는 한 번도 스포츠를 해본 적이 없거든.˝

아내에겐 무관심한 채 숱하게 바람을 피우고 다녔으면서도 굳이 이혼하려 하진 않았던 이유가 뭐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이지. 나는 한 번도 아내를 사랑한 적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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