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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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시가 좋았다. 짧은 글, 단어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는 사실이 기뻤다. 그들을 닮고 싶어 끄적끄적 따라 쓰기도 했다. 못 써도 상관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나 역시 조금이나 시인의 시선을 체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 좀 읽는 사람들 집에는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시집 한 두 권이 있다고 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책을 50권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데 벌써 시집이 네 권이나 된다. 비율로 따지면 8% 엄청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을 집에 들였다. 여느 시집과는 확연하게 다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화집에서는 봄 내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윤동주의 ‘봄’을 시작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봄 기운을 마구 스며든다. 시와 함께 실린 그림은 그 감정을 더욱 증폭 시킨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그림에 시선이 멈춰 한참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시에서 받은 여운이 그림에 겹쳐지면서 쉽사리 떠나지 않는 탓이다.

향내 없다고 버리실라면

내 목숨 꺽지나 말으시오

외로운 들꽃은 들가에 시들어

철없는 그이의 발끝에 좋을걸

김영랑

시집에 매료되어 있다가 좋은 날을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 거리마다 가득한 꽃들을 보다 한 송이 꺽을까 싶다가 마음을 접는다. 문득 김영랑의 '향내 없다고'라는 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소한 내 생각과 행동 하나에도 어느새 시가 내려 앉았다. 이런 일상이 썩 마음에 든다.

앞서 언급했듯이 집에 시집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 집에 시집이 없다면 이참에 그 시집 하나를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으로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전체적인 시의 구성뿐만 아니라 그림의 배치까지 좋아 어느 때고 꺼내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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