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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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아내님과 함께 식습관을 개선하고 있는데 육류 섭취를 최소화하고 될 수 있으면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기름기 가득한 항정살을 구워먹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던 나는 초기에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었다(나보다는 아내님이 불쌍하다며 더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막상 식습관을 개선하다보니 생각보다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점심시간이나 회식을 할 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육류를 마음껏 섭취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10개월 가량 채식을 지향하다보니 몸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년 9월달에 비해 7~8 kg 정도가 빠졌는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살이 많이 빠져보인다며 걱정을 하시는 분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2시간 풀쿼터로 축구를 할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에서 탈출했으며 마음의 안정까지 느끼고 있다. 단순히 식습관 개선에 따른 효과만은 아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추후에 휴직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육류 섭취를 더 줄이고 관련 서적들을 읽고 공부하면서 이에 대한 글도 써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채식이나 식습관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이번에 리뷰할 책은 "육식의 종말"이다.

3주 전쯤에 도서관에서 anger(화)육식의 종말을 빌렸는데 개인적으로 anger이 더 끌려서 육식의 종말은 아내님에게 먼저 드렸다. 일단 책의 제목에서부터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아 선뜻 읽기가 꺼려진 이유도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아내님은 중간중간 내용을 언급해줬는데 조금씩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강해지더니 책을 완독한 후에 다시는 쇠고기를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집에서 쇠고기 구경을 못할 것 같은 불안을 느낀 나는 아이들이 한창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쇠고기는 필수라고 역설했고 육류 비중에 1%도 채 되지 않는 아내님만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답변으로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사랑이자 가장 큰 무기가 되는 듯 하다.

아내님에게 넘겨 받은 육식의 종말을 바로 읽기가 겁이 났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나서 쇠고기가 싫어지면 어쩌지? 육즙 가득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쇠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느냐 마느야의 기로에 서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읽기가 두려웠다. 며칠간 책 표지의 소 사진을 보며 익숙해진 후에야 비로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근래에 들어 소의 식용이 늘어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소의 대량 사육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목초지를 필요로하게 된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생태계 파괴와 원주민들의 거주지역을 빼앗아가면서까지 쇠고기 확보에 열을 올린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느냐고하면 몇 천년을 터전으로 삼고 있던 버팔로들이 불과 한세기만에 멸종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만다. 버팔로의 멸종과 더불어 버팔로를 사냥하며 생을 살아오던 원주민들 역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만다. 원주민들은 그들의 삶을 터전을 소에게 내어주고 소를 사육하는 카우보이가 되었으며 힘들게 벌어들인 재화로 다시 쇠고기를 소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북아메리카에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남아메리카로 사육지를 확장시켰다. 그 결과 지구의 열대우림이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사막화까지 진행되었다. 소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없었다. 지구 표면의 담수를 고갈시켰고 그들의 배설물로 인해 대지와 강이 오염됐다. 야생의 종들이 소들에 의해 멸종의 위기로 내몰리고 말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소를 사육하고 유통하는 자들은 그런 맹점을 노리고 인류의 거주지와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사육장과 도살장을 만들었다. 유통되는 쇠고기의 모양으로는 절대 눈이 크고 맑은 소들을 연상시킬 수 없게끔 가공했다. 그래야만 소비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도 많은 빈곤국가에서 식량이 부족하여 굶어죽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들에게 돌아갈 식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가 가축 사육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영국을 비롯한 소고기 소비가 높은 나라들을 위해, 그리고 점차 쇠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국가들의 욕구에 의해 더 많은 양의 곡물이 가축 사육을 위해 쓰여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식량을 낭비하면서 빈곤한 자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채식을 하며 육류의 소비를 줄인다면 사람과 동물, 자연과 지구가 더 나은 삶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나 역시 아직까지도 모든 종류의 고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나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시작한 채식이지 인류와 자연을 생각하면서까지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종국에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까지는 비판적 수용을 유지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채식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읽었는데도 상당히 자극적이며 극단적이라 육식을 즐기는 분들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기 힘든 책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추구하거나, 금전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강제로라도 육식을 중단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슬며서 언급할 정도는 될 듯하다.


책 내용에 따라 육식을 너무 야만적으로 표현한 듯 하지만 전혀 그럴 의도가 없음을 밝힌다. 채식이던 육식이던 본인에게 맞는 식습관을 유지하면 건강한 생활이 되기를 바라면 이만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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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