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고전 소설 에세이 - 류수열 교수와 함께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우리 고전 소설 읽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류수열 지음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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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공자는 시경을 읽으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정리하고 말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서경을 읽으면 행동하는데 경솔함이 없다고 했다.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조차 고전에서 말하는 법과 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따랐을 정도다. '입사 1년차 교과서'를 쓴 일본 보험계의 신화 이와세 아이스케는 고전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지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고전을 지식의 깊이를 파악하는 잣대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의 저자 류수열 교수는 앎을 추구하기 위한 존재로 보고 있다. 고전을 통해 인간이 꿈꾸는 존재,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존재, 또 다른 삶을 상상하는 존재로 깨달아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 이런 말이 어렵게 느껴졌으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단순히 재미로 읽었던 고전이 사실은 선조들의 지혜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존재였고, 그 속에서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앎을 추구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장하면서 상상하고 꿈꾸는 존재로 발전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령 박지원의 허생전은 공부를 하는 목적의식을 부여한다. 허생은 10년간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인의 하소연으로 7년만에 공부를 접고 세상으로 나온다. 분명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는 돈이 없어 장사를 할 수 없고 기술이 없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었지만, 실제로 세상으로 나온 그는 부자에게 거금을 빌려 장사를 하면서 재산을 불렸고, 도적들을 이끌고 농사를 지은 후 무역을 통해 더 큰 부를 쌓았다. 100만냥은 너무 너무 큰 돈이라 조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하여 50만냥을 바다에 버리는 대범함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나머지 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허생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7년 동안 공부다운 공부를 하면서 이미 어느 상황에 처하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류수열 교수는 허생전을 통해 공부란 지식을 쌓는 행위이자, '왜'라는 질문을 얻고 스스로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아마도 허생은 7년동안 가만히 앉아 책을 읽었던 게 아니라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방안에 틀여박혀 세상물정도 모르고 공부만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조선을 흔들만한 부를 쌓을 수 있었겠는가 싶다.

이렇게 고전 하나에서도 공부라는 큰 주제와 함께 당시 조선의 경제, 정치, 생황상황 등을 다양하고 폭넓은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후에 언급되는 주몽설화에서는 '아버지', 흥부전은 '욕망', 토끼전은 '거짓말', 적벽가에서는 '백성'을 주제로 다채롭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분명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이라고 제목에 명시되어 있지만 나처럼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이 먼저 일독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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