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 여행기 - 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4
마크 트웨인 지음, 박미선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예전에는 혼자서 떠나 자유롭게 돌아 다니는 여행을 좋아했다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좋았다하지만 어느 순간 전문가들이 침을 튀며 '죽기 전에 꼭 가야할 관광지!'라고 주장하는 곳을 선택하기 시작했다그래서일까나의 여행기록이 점차 단순화되는 것을 느꼈다나만의 느낌색깔감정이 없었다. '맞아똑같은 걸 보는데 어떻게 다른 표현을 할 수 있겠어.' 내 안의 자아는 자위하려 방어기제를 발동시켰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그건 똑같은 것을 보는 것 때문이 아닌내 표현의 한계라는 것을그래서 조금이라도 개선 시키고 싶었다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그러던 중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마크 트웨인 여행기"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었다바로 이 책이야마크 트웨인 여행기라면 내가 쓰는 글을 한층 더 진솔하고 과감없이 표현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나 오래된 책이라 도서관에서 찾는데 한참이나 걸렸다결국 사서분이 보존문서고에 들어가셔서 찾아 오셨다유리알 유희와 리얼리티 트랜서핑그리고 마크 트웨인 여행기까지왠지 내 취향이 점점 고전으로 치우치고 있다좋은 책은 오래될 수록 빛나는 법이겠거니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톰소여의 모험왕자와 거지 등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솔직하고 과감한 표현으로 사랑을 받은 그 답게 여행기 역시 너무나도 직설적이다그는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하게 밝히는 사실 하나가 있는데여행지에 대한 설명과 아름다움은 굳이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책에서 말하고 있으니 자신은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아니 여행기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말을 쓸 수 있다는 말이지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쳤고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그의 여행기를 단숨에 완독했다(물론 뻥이다읽는데 8시간 정도 걸렸다;;).


그가 확언한대로 그는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도 않는다그저 자신이 보고듣고느낀 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유쾌하고 흥미로운 표현에 금세 깊이 매료되고 만다베니스 여행 중 곤돌라를 타는 장면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우리가 스쳐 지나치듯 전전하는 조각된 궁전들보다도 곤돌라 사공의 놀라운 기술을 더 많이 연구하는 것 같다그는 때때로 모퉁이를 너무나 가까이서 돌기도 하고 또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머리카락 하나 정도의 차이로 다른 곤돌라와의 충돌을 피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마치 마차 바퀴가 자신의 팔꿈치를 슬쩍 스치고 지나갔을 때 그렇듯아이들 말로 "오금이 저리는기분이 된다."


물론 이렇게 매력적인 글을 썼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이겠지만 그의 표현은 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그리고 아주 조금재미있는 여행기에 욕심이 생겼다어떻게 하면 그와 비슷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캡쳐해 놓은 몇 페이지를 필사하기로 했다이미 동화책을 필사 하느라 손 글씨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분량을 늘리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저 느리더라도 앞으로 조금씩 글 쓰는 능력이 성장해 갈 거란 생각에 기쁘기만 했다꼭 여행기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나만의 색깔이 나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크 트웨인 여행기"는 익숙한 여행기에서 벗어나 독특한 여행기를 접하고 싶거나유쾌한 글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실소를 터트리기 때문에 매번 옆에 있는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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