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5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16권, 5부 1권이다.


•송관수의 죽음
•홍이, 영광, 휘, 영호, 몽치의 이야기
•조준구와 아들 병수의 이야기
•환국, 윤국, 양현의 이야기
•박의원의 죽음에 슬퍼하는 서희
•길상의 탱화 완성


16권,5부 1권의 1편은 "혼백의 귀향"을 다루고 있다.
그 제목에서 보듯 16권을 읽는 내내 송관수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

장똘뱅이의 아들로, 또 백정집 딸과 결혼해서 백정이라는 신분으로 살다 형평사 운동에 가담했고, 독립운동에 몸 담으며 일평생을 편히 살지 못했던 관수였다.

자신의 백정이라는 신분 때문에 믿고 있었던 아들 영광이 삐뚤어졌고, 급기야 집을 뛰쳐나가 일본으로 간 영광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한쪽 다리를 절게 되어 이제는 돌아와 딴따라가 되어 공연을 다니는 신세다.
예쁘고 똑똑해 보통학교 까지 보낸 딸 영선을 영광이
처럼 망칠까봐 산에 사는 강쇠의 아들에게 시집 아니 던지다시피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온 관수였다.

자신의 신분 때문에 그의 자식들의 인생 또한 망쳐버렸음을 괴로워하고 자학하다시피 한 그는 어이 없게도 호열자로 죽고 말았다.

끝까지 화해 못한 아들 영광과 또 그렇게 시집보내버린 딸 영선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또 자신 때문에 온 가족이 백정의 신분으로 힘든 삶을 살았음에 늘 숨죽이고 인내하며 살아 온 관수의 처 영선네의 삶 역시 애달프다.

관수의 혼백을 모시고 고향땅을 밟은 영광과 영선네.
그리고 환이에 이어 관수까지 떠나 보낸 강쇠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
이제 관수도 죽고 그야말로 다음 세대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끈다.

용이의 아들 홍이와 관수의 아들 영광, 강쇠의 아들 김휘, 한복의 아들 영호, 영호의 처남 몽치.

그들이 이 다음 이야기들을 어떻게 끌어 갈지도 사뭇 기대된다.



#

조준구와 그의 곱새 아들 병수의 이야기는 기가 막힌다.
병신 아들이라고 버리다시피 유기(?)해 두고 갈 땐 언제고 이젠 통영에서 소목장으로 가족을 꾸리고 살고 있던 병수에게 결국 얹혀 살게 된 조준구. 거기다 중풍으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고 치매끼도 있게 된 조준구는 여전히 그 못된 성품은 그대로다.
아버지인 조준구의 똥기저귀까지 치우며 봉양하는 병수에게, 중풍에 좋다며 송장 썩은 물까지 구해오라 들들 볶아대고 급기야는 병수의 면상에 조준구는 자신의 대변까지 집어 던지는 일까지 벌이고 만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울고 마는 병수.

' 그때 병수는 통곡했다. 가엾고 측은하다 했다. 사람이 어찌 저렇게 살아야 하며 떠나갈 길을 생각지 않는가 하며 그는 울었던 것이다. (...) '

정말 치가 떨린다. 도대체 이 인간은 언제 생을 마감하는지... 참으로 명도 길다.



#

서희의 큰 아들 환국이는 재력가인 황태수의 막내딸과 결혼을 해서 서울에서 미술학교 교사를 하며 살고 있다. 어느새 아들의 첫 돌을 맞이했다.

양현은 이부사댁에서 그녀를 호적에 올리게 되고 , 종종 큰집이라며 이부사댁을 드나든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슬픔과 외로움이 비친다.

서희의 뒷받침으로 의전까지 다니며 아무나 넘 볼 수 없게 귀하게 자란 양현.
이부사댁에선 이제 양현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양현을 키운 서희 역시 그 이야기에 민감하다. 양현의 태생이 그러하니 쉬이 혼인이 어렵고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양현을 내줄 수 없다는 확고한 마음이다.
그래서 서희는 여차하면 양현을 독신으로 살게 하든지 아니면 작은 아들 윤국과 혼인을 시켜 양현을 내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양현을 제 속으로 낳은 딸 같이 정성들여 키운 서희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윤국과 양현의 마음은 어떨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보면 그 둘 역시 마음에 그러한 감정을 조금씩 지닌 듯도 한데 앞으로 어찌될지 궁금하다.


#

뜻밖의 이야기가 있었다. 최서희 가문의 주치의였던 박의원의 죽음에 슬퍼하는 서희의 모습이 그것이다.
박의원은 서희를 마음에 있어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으나 그럴때 마다 냉정한 듯 보였던 서희 역시 마음 한켠으로 그를 마음에 두었던 것이다. 내 보일수 없는 사랑을 했었다는 이야기.
차안에서 , 또 남편 길상 앞에서 조차 우는 모습을 보이는 서희의 모습이 놀랍다. 앞권에서 서희 마음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기에 의외의 이야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 그가 앉은 별당, 어머니 별당아씨가 거처하던 곳, 비로소 서희는 어머니와 구천이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어머니는 불행한 여인이었던가. 나는 행복한 여인인가 서희는 자문한다. 어쨋거나 별당아씨는 사랑을 성취했다. 불행했지만 사랑을 성취했다. 구천이도 자신에게는 배다른 숙부였지만 벼랑끝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 서희는 또 다시 흐느껴 운다. 일생동안 거의 흘리지 않았던 눈물의 둑이 터진것 처럼 ' - P366



#

드디어 절에 관음 탱화를 완성한 길상.. 아버지의 탱화를 보기 위해 찾아 온 아들 환국. 그러나 망설여진다.
혹여나 그 탱화를 보고 실망하게 되지는 않을지.
그러나 환국은 탱화를 보고서 말을 잃었다. 붓을 잡은지 정말 오래인 아버지가 어찌 이리 그릴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길상이 원력을 걸고 그린 그림. 식을 맑게 간직하고 닦아온 그 세월이었다.



#

14,15권에서는 시국과 정변의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어 조금 답답하고 읽는 재미가 덜했다면 이번 16권은 그야말로 술술 읽히고 또 재미와 감동, 그리고 눈물까지 짓게 만들었다.
한권에 꽉찬 스토리가 담긴 것 같았고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그 스토리와 그 한과 기구한 삶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자유는 쓸쓸하고 고독하다" 는 소설 속 말 처럼,
자신의 신분에서, 또 사랑에서, 자아를 찾아내려는 그 과정에서의 자유를 위한 몸부림이 참으로 마음을 울린다.

다음 17권에서는 또 어떠한 한과 눈물이 담길지 벌써부터 먹먹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