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 - 3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12권 , 3부 4권이다.

마찬가지로 몇가지 주요 사건을 정리해보면

•봉순(기화)의 죽음
•용이의 죽음
•이상현이 봉순의 소식을 듣게 됨.
•조준구의 근황
•서희가 봉순의 딸 양현을 맡아 키움.
•한복이의 근황
•환국의 진학


어째 토지를 12권 째 읽어 오며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의 죽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읽어 왔고 더구나 작가는 그 죽음 참 간단하게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어쩜 죽음에 그리 초연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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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을 잡히게 했던 지삼만은 측근에 의해 죽음을 맞이 했다.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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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기화)의 죽음 역시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과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봉순의 인생이 참으로 가엽다. 한 곳에 ,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늘 떠돌아야 했던 바람같던 구름 같은 그 인생사... 그리고 기어코 강물에 목숨을 던진 가엾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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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과 이상현 사이에 생긴 봉순의 딸 양현은 서희가 맡아 키운다. 양현은 서희를 어머니로 환국과 윤국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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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이가 죽었다... 왠지 모르게 정이 들었던 인물...
사랑에 살고 사랑으로 힘들었던 그가 기어이 죽음을 맞이 하고 만다. 그의 인생 역시 평탄치 않았고 그 때마다 우유부단해서 주변인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그렇게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그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를 두고 떠나지도 못했던 아들 홍이는 그가 죽은 후 간도 용정으로 향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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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가 자신의 딸을 낳아 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해하던 이상현은 만주로 와 있었다. 그는 만주에서 봉순이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고 뒤늦게 회한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딸 양현에 관한 생각과 죽은 봉순의 인생을 망쳤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 원고료를 임명희를 통해 딸 양현에게 건네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참 답답한 인사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양반, 지식인이 다 뭐람...


" 지금까지 내 몸속에 우글거리던, 중요하지 않았던 것을 모조리 쫓아내고 생각한 것은 그 중요하지 않은 것에 우리가 얼마나 얽매여 살아왔던가 그 일이었소. 얽매여 살아왔다, 하면은 사람들은 웃을것이오. 이상현이 언제 얽매여 산 일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누구보다 얽매여 살아왔다 할밖에 없소이다. 일견 얽매여 사는 것 같은 그런 사람 이상으로. 나는 그것을 풀려고 끝없는 도피의 길을 찾아다녔던 것이오. 그러나 나를 얽어맨 그것들이 사람 사는 데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자유인 것을 깨달았고 정직해지는 것을 느꼈소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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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조준구가 등장했다. 쫄딱 망한 조준구는 평사리 최참판댁을 서희에게 5천 원을 받고 되팔았고 그 5천 원으로 전당포를 하고 있다. 악덕 전당포...
곱새 도령이라 불리었던 아들 병구를 내버리고 혼자 잘 살려했던 그는 부인 홍씨가 죽은 후 남긴 재산에 탐을 내고, 또 병수가 낳은 아이들이 모두 잘생기고 또 훌륭히 잘 컸다는 소문을 듣고 병수를 만나러 간다.
병수는 그런 아버지를 따뜻히 맞고 홍씨가 남긴 재산도 자신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애비는 그모양인데 그 아들은 어찌 이리 다를 수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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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는 일본 앞잡이를 하며 형 거복(김두수)이가 보내준 돈에 마음이 괴롭다. 그렇다고 마다하기엔 그의 처지도 좋지는 않다. 그래서 그는 그 돈으로 아들의 학비를 댄다.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아버지의 죄가,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 평생 짊어지고 다녔던 그 죄스러움을 자신의 아들대에는 물려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더 배우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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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의 큰 아들 환국이는 어머니인 서희의 뜻을 따라 법학도의 길을 걷기 위해 유학에 나선다. 그는 아버지인 김길상의 피를 받아서인지 미술에 재능이 있었고 그 역시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접게 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했기에, 그는 장남이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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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이를 좋아했던 홍성숙의 조카 양소림은 야먕을 가진 의전생 허정윤과 결혼한다. 손등에 커다란 혹이 있어 치명적인 흠을 가진 양소림은 결국 그의 사랑을 꽃피우지 못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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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친일파로 돌아서는 사람들, 친일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문인 이광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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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의 죽음을 읽으며 또 그 끝내 살아 남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악인들을 보면서 사람의 인생이란 다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 주갑은 중얼거리다가 킬킬대며 웃는다. 그리고 조끼 주머니 속에서 궐련을 꺼내어 붙여 물고 피어오르는 연기 속의 강 건너편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참 세월 좋다. 이리 강물은 맑고 하늘은 높기도 헌디, 수수알갱이 서너 주먹 넣고 끓이면 주린 창자 채울 것을, 워찌 세상의 인심은 그리 험하던고. 고대광실 높이 앉을수록 인심이 험한 것은 무슨 이치며 계급이 높을수록 사람을 많이 직이야 허는 것은 무슨 이치며 배불리 먹고 힘이 쏫아오르는디 게을러지는 것은 무슨 이치며…… 어린 자식 배고파 우는 꼴을 차마 못 보고 천지신명 원망허며 남의 곡식 훔쳤다고 이 뺨 맞고 저 뺨 맞고 아랫도리 벗어야 허는 것은 무슨 이치던고? 어하 이놈의 세상 언제 끝이 날꼬." - p.146


알수 없는 인생이라고 하지 않나...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살고 죽음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읽을수록 한국인이 반드시 꼭 읽어봐야하는 소설임을 더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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