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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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녀의 책들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등의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였다. 다른 여행서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장르로 느껴져 신선했고, 또 그안에 담긴 그녀의 삶의 철학이 좋았고 글 역시 훌륭해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다음으로 읽은 또 다른 그녀의 책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는 사랑, 육아, 인생 등의 주제를 담은 일종의 육아서의 느낌이 드는 , 어린 아들과 그녀와의 대화를 담은 에세이였다. 이 책 역시 삶과 인생에 대한, 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통찰력있는 생각과 글들이 참 좋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생애 첫 소설을 펴냈다하여 냉큼 읽어보게 되었다. 그 책은  <해나가 있던 자리>이다.

주인공 해나는 아이의 아빠인 남자가 떠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사로 6살 아들을 잃는다. 자신의 전부였던 어린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엄마 해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은 아들 재인의 옷장의  차가운 금속 봉에 목매달아 죽을까하는 생각을 매일하며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러던중 우연히 재인의 옷 속에서 발견된 재인이 쓴 카드의 "엄마, 행복해"라는 글을 읽고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향하는 목적지를 정함도 없이 멀리 떠난다. 
적도 가까운 어느 낯선 땅으로 도착한 해나는 하루 하루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구두를 닦는 한 소년의 만남을 통해 '블루라군' 찾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통해  해나의 마음에는 조금씩 변화가 인다.

이 책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여자가 무작정 떠난 길 위에서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마음 속 큰 상처를 점차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역시 주된 이야기는 ''상실' 이다. 주인공 해나가 여행중 만난 두 다리 없이 세계 여행을 다니고 있는 남자도 그러 했고, 연중행사로 남편에게 맞고도 그를 이해하고 밝은 웃음으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도 또 다른 '상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고통은 절대적인 것으로 시작해 상대적인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고통을 흔적 없이 지워버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간직하기 편한 형태로 변모시켜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 p.104

"살아서 벌어지는 일은 다 축복이란다."  -p.85


삶의 과정에 있는 상실과 박탈이라는 것은 어쩜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남에도 우리는 어떤 것으로도 그것을 채울 수 가 없다. 그래서 절망하고 ,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불구하고, ‘살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오소희 작가는 지난 수 년간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그 사람들의 사연을 귀로 담고 마음으로 함께 했다. 또 아름답고, 신비롭고, 낯설은 이국적인 경치와 분위기 또한  눈에, 가슴에 담아 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 속 문장에는 그녀만의 세밀함과 섬세함이 담겨 있다. 또 언어와 피부색도 다른 낯선 곳의 타인에게 조차 마음을 여는 , 인정 어린 마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 역시 섬세한 표현력으로 강하게 전해진다. 역시 그녀의 내공은 대단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그 기막힌 일에 그녀는 응원과 위로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 말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슴 시린 사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해나의 이야기처럼. 살아 있음 그자체는 축복임을 다시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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