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찰리 채플린... 그는 내가 이세상에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감독이다.
내가 아는 그는 통 큰 바지, 꽉 끼는 저고리, 중절모에, 작은 콧수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흑백의 무성 영화...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잠깐 잠깐 그에 대한 회고의 의미의 프로그램을 스치듯 본 정도가 다이다.
그럼에도 그가 한 시대의 희극의 대명사임을 알기에 그에 대한 궁금함과 알아보고픈 욕심에 선뜻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채플린의 일대기를 아들에게 편지로 전하는 형식으로 소설로 쓴 것이라 하겠다.

채플린의 82세 성탄절날 밤 그에게 사신이 찾아오고, 그는 사신을 웃기면 다음 해 성탄절에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1년의 생을 연장받는 내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채플린은 9세의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가 15세가 되는 6년 간 88세가 될 때까지 매해 성탄절날 밤 생을 연장받게 되며, 그간 그는 그의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진실된 그의 일대기의 이야기를.

그는 가난하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량한 아버지는 일찍 죽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엄마는 그를 고아원에 보내고.. 5세의 그 어린 나이에 처음 무대에 서게된다.
책은, 그가 영국 프레드 카노 극단에서 있었던 일과
미국 할리우드의 마크 세네트의 눈에 띄어 채플린의 전설이 시작되었던 일 등의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그 사이 세부의 그의 모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채워져 있다.

그가 성공의 길로 가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일들, 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뤼미에르형제보다 영화를 먼저 발명한 사람이 아를르캥이라 여기며 그와 아를르캥이 사랑한 여곡마사 에스터를 찾아서 미국을 횡단하게 되는 이야기는 다소 황당하기도 하여 읽는 내내 사실과 상상의 이야기가 어디까지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찰리 채플린 그의 작품의 탄생 배경의 이면에는 그가 겪은 결코 녹록치 않은 그의 인생의 행로의 고단함과 외로움, 그의 비애가 녹아 있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책을 읽은 후 내가 느낀 채플린은 책을 읽기전 나의 선입견과는 조금 달랐다.

진지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던 사람.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롭고, 더 인간답게 사는 사회에 관한 그의 풍자.

" 난 그저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그리고 만약 어딘가에 운명이 존재한다면, 내 운명을 찾기 위해 떠났어. 내가 되고 싶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난 사람들 머릿속에 머무르는 것을 배워야만 했지. 나에게서 끌어내는 것, 지켜보는 것, 일상의 관찰에서 각 동작이 탄생하는 것. 거기엔 지름길이란 없어. 만약 내가 믿고자 한다면, 어떤 점에서는 내게 사실이 되어버린 허구 속으로 돌아가야 해." - p.47



"그들이 정말로 우습다고 여긴 건 전적으로 내 의상 때문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에 관해, 내 모든 행동과 내 얼굴이 표현하는 모든 표정과의 연관성에 관해, 그리고 세상과 동떨어진 내 불화합성에 관해 웃는 거였지." - p.224

"뭔가 뒤죽박죽되게 하고,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엉망으로 배합되는 것. 희극성의 메커니즘은 체제 전복적인 메커니즘이야. 만일 한 거인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문을 열려 시도하는데도 해내지 못한다고 치자. 바로 뒤이어 고양이, 아이, 초라한 방랑자, 노인이 대번에 그 문을 열어버리면 우리는 웃게 돼. 왜냐하면 모든 것이 삶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상반되기 때문이야. 희극성은 공중제비야. 한 남자는 공중제비 뒤에 다시 일어나거나 또는 막 넘어지려는 순간에 절대로 넘어지지 않고 또 다시 재주넘기를 하지. 희극성은 나 같은 왼손잡이야. 부자를 조롱하고, 일을 다시 명확하게 하고 부당한 처사를 바로 잡아.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문을 닫고, 약자들과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에게는 문을 열게 해. ᆞᆞᆞ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것은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모든 잘못된 형태와 증오에 대한 나의 거부이자 경멸이요, 질병과 빈곤에 맞선 내 어린애 같은 항변이었지. 생각해보면, 기쁨을 전염시키기 쉬운 만큼 세상에 슬픔과 아픔 또한 전염시키기 쉬워." - p.260


처음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글의 문체가 지금까지 읽어 온 책들과는 너무 이질적이어서 혹, 번역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문장의 표현들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저자가 그 문장에서 전하려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 곤란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나아갈수록 글의 매력이 드러나는 듯하다. 저자가 전하려는 채플린에 관한 진실의 이야기가, 조금은 불필요한 것 까지 알게 하는 그의 글이, 때론 인내심을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숨쉴 틈없이 읽는 이에게 채플린의 삶을,
마지막 그의 웃음을 함께 하고자 한 듯하다.

읽고난 후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그의 외로움이, 고독이 나에게 전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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