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평선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빙평선"
제목에서부터 머리 속에 이미지가 그려진다.

이 소설집은 표제작 <빙평선>을 포함한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것으로, 작가의 고향인 홋카이도 특히 겨울이면 유빙으로 뒤덮이는 오호츠크해 연안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편의 작품에는

젊은 시절 대도시로 나갔다가 결국 실패한 채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어릴적 연인을 다시 만나 불륜의 관계를 가지는 연인의 이야기,
아이를 갖지 못한 탓에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전통 기모노 침선장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
힘든 시집살이와 시어머니의 집요한 손자타령, 남편의 무심함과 외도를 견디며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해온 아내가 페리여행 팜플렛 접하면서 집을 나서게 되는 이야기,
자신의 가게를 찾은 창녀와 사랑에 빠진 젊은 이발사 이야기,
자기보다 15살 연상의 치과크리닉 원장과 5년간의 지루한 애인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시골 치과진료소 부임을 자처한 치과 여의사 이야기,
폭압적인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내다 도피하듯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학에 합격해 떠났다가 세무서장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과거 관계를 맺었던 몸파는 여자와 10여 년 만에 재회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표지의 이미지, 소설들의 배경인 춥고 차갑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풍경 속 색채의 분위기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처한 상황이나 그 배경은 침울하기도 또 답답하기도 하다. 그들의 삶이, 생활이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작품의 배경인 자연의 척박함이 주인공들의 불행과 맞닿은 듯 했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이 불행을 벗어나려고 한다. 자신의 굴레, 속박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탈출하는 인물도 있고 그 반대로 주어진 현실을 순응하되 조금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인물도 있다. 주로 여성을 통해 그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그 강인함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의 특색이라면
훗카이도라는 지역적 특색을 담은 묘사와 그럼에도 화려한 수식이나 기교가 없이 단순한듯 쉽게 느껴지는 문장과 그를 통한 등장인물의 내면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편들을 모아 두었음에도 각 단편들이 그 짧은 내용 속에서도 완성도를 갖춘 느낌이라 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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