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5
박규태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전에 리뷰(http://blog.naver.com/ksh387/20121482463)를 올린 '일본 정신의 풍경'의 모태가 된 책인 듯 하다. 저자인 박규태 선생의 주 연구 분야인 종교를 주제로 쓰여진 책이며 부제 또한 '종교로 읽은 일본인의 마음'이다. 실제로 이 책에 언급한 많은 부분이 텍스트 그대로 혹은 살이 더 붙여진 채로 동저자의 책인 '일본 정신의 풍경'에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신의 풍경과는 다르게 이 책은 문고판의 작은 책자로 나왔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책의 느낌이 힘을 뺀 채 무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읽기는 이 책이 더 나을 듯 하다. 내용은 내용대로 충실하면서 접근성은 더 높다는 말이다.

책의 순서는 1장 신화로 읽은 일본인의 마음, 2장 신불의 타자론-신도와 불교의 만남, 3장 선악의 역설-일본 신도의 숲, 4장 또 하나의 불교-계율의 강을 건넌 일본 불교, 5장 일본에 기독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 6장 신종교의 시대, 미완의 결론-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 로 진행된다. 이 중 1장부터 5장까지가 일본 정신의 풍경과 내용이 겹친다. 이에 대한 내용으로는 일본 정신의 풍경에 대한 리뷰(http://blog.naver.com/ksh387/20121482463)를 봐도 충분할 것이다. 6장과 결론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자 저자의 주요 연구 사례인 듯 한데, 인도에 더불어 신들의 나라라고 불려지는 일본의 현대 종교에 대한 연구 부분이라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2차 대전의 광기에 벗어난 일본은 궁핍한 전후와 이 후 기적적인 경제 성장으로 전통적인 종교의 얽개가 상당 부분 붕괴 하였고 지식인들에게는 아메리카식 민주주의와 소련식 코뮤니즘의 이상, 대중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물질만능주의의 이상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70년대를 기점으로 혁명의 열풍이 지나가면서 이 이상의 시대는 붕괴되고 허구의 시대로 전환된다. 이 때 허구의 시대는 이 이상에 소외된 사람들이 적극 신종교로 몰린 시점을 뜻하기도 한다. 일본 신종교는 현세 지향적이던 구 종교와는 달리 물질적 풍요 속에 명상과 수행을 강조하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상도 현실도 배제한 명상과 수행은 결국 허구적인, 자기 완결적인 종교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옴 진리교이다.

옴 진리교는 이러한 일본 사회의 전환점에서 나타난 만큼 현대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투사한 사건이라고 칭할만하다. 그렇기에 옴 진리교의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은 다수의 일본인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만큼 그에 대한 연구가 폭넓게 진행되어 왔고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관점 또한 그 연구 성과 중의 하나이다. (아주 흥미롭고 논리적인 해석이니 꼭 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현대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일본을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물음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모노노케 히메에서 나타나는 일본의 자연신앙과 타자론, 상생의 정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라는 미완의 결론을 해답으로 제시하면서. 적당한 가격과 꽉 찬 내용과 풍부한 지식이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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