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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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보았다.

반대로 사람들이 나를 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순간에는 내 몸이 사라져 버리곤 했다.

...

"너만 투명인간이 된 적이 있는 건 아니야. 너랑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은 아주 많단다. 다만 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지.

아무에게도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p99

 

이 이야기는 어느 한 소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투명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한다.

소년과 소녀로 지칭하는 이 이야기는 보이는 폭력이든 보이지 않는 폭력이든 폭력의 결과가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폭력에 있어 가장 쉽지만 또 가장 무거운 방관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될 수 있고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되어 괴물로 공격하게 하는지를 담담하게 말한다.

 

평범했던 한 소년의 마음은 서서히 피투성이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 울분과 분노, 증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그저 "안돼" 한마디에서 시작한 파장은 한 소년을 스스로 조용히히 사라지게 했고, 누구보다 큰 용기를 가진 소년은 두려움에 자신을 내어주며 혼자가 되었다. 또한 방관자였던 주위의 많은 이들의 외면은 소년의 삶이 무너지는데 또 다른 폭력으로 더해졌다.

 

『보이지 않는 아이』는 짧은 챕터로 이루어지며 여자, 소년, 소녀 등의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며 주인공을 구체화시키지 않는다.

아마 작가는 책을 읽는 누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 소년, 소녀가 될 수 있음을 은근하게 암시하며 우리,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게끔 한다.

또한 아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부드러운 은유와 묘사를 통해 아픔의 농도를 더욱 진하게 그려낸다.

 


 

 

폭력의 또 다른 모습도 보았다. 그건 사건을 보러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개입하지 않는 아이들, 싸움이 일어나면 봤다고 자랑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드는 아이들, 사건을 본체만체하는 아이들 그리고 불의 앞에서 고개를 돌려 버리는 아이들이 저지르는 폭력이었다.

아이들은 사건을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p152

 

지속되는 폭력과 괴롭힘 앞에서 아이는 자신이 겁쟁이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고 자신이 버티기만 하면 지쳐 그만될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혼자서 폭력을 감당해야 할 이유를 만들내고 답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변화가 너무도 잘 나타나있어서 한 아이가 감내해야 했을 그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참 아프고 아팠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또 다른 현실의 소년은 투명인간이 아닐 뿐 아니라 단 한 번도 투명인간이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또한 소년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지난 몇 달간 소년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끔찍한 일을 모두가 보았으면서도

돕기 위해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소년은 이런 현실을 한순간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었었다."

p331

 


 

 

"선생님은 곧 그 목록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건 부끄러움의 목록이었다. 그리고 지금 두 팔에 안겨 있는 이 소년을 투명인간으로 만든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선생님은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꼭 안아 주었다.

선생님은 그 목록을 보면서 자신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이들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언제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되어 버렸는가?"

p349

 

소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초능력이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말벌에게 쏘여 슈퍼파워가 생겼다고 생각할때도 주위의 그 누구도 소년을 바라보지 않았다. 두려움과 군중의 힘에 의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삼켜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등에 업고 사는 한 선생님만은 자신의 아픔이 승화되어 함께하는 드래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고, 한 소년에게 시선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가진 가장 안정적이고 보편적이지만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두드린다.

그 이야기의 진동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울림을 준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던 우리,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편을 선택했던 우리,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를 삶의 철학으로 삼은 우리도 소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p355

 

소년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최후의 그 결과는 어쩌면 우리들로부터 인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소년을 통해 자신을 만났었을수도.

아주 작고 작은 돌이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무섭고 큰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서 있는 소중한 존재인 그 소년이 얼마나 고통받으며 좌절하고 아파했는지를 통해 소년의 아픔을 마주하게 한다.

독창적이지만 따뜻하고 섬세하며 무엇보다 감정이 살아있기에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고, 그 감동과 울림이 주는 묵직함이 그 어느책보다 무겁게 남아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든다.

보이지 않는 소년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큰 채찍을 또 누군가에게는 참회를,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거주길 바라본다.

 

 

 

 

 

◀ 해당 글은 사파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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