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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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이라는 장소를 통해, 자신이 가진 고민과 슬픔, 아픔등을 깨끗하게 하는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시대의 우리를 만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반갑기도 애뜻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들어내어 보이고, 그 마음을 잘 보아주고, 또 그 마음에 내 마음을 더하는 것.

요즘 바쁨의 속도에 치여사는 우리에겐 거리가 있어보이는 관심의 행동들이리라.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분명 쉽지 않을수도 있겠으나 또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빨래방 그자리에 곁을 내주는 다이어리를 통해 느끼게 한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엮어지는 장소인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빨래방이란 장소가 가진 특성을 잘 살려내며 고민들을 깨끗케 한다.

그 과정에 연남동이라는 동네의 특성이 잘 어우러진다. 낮은 건물들이 제각기 특성을 지니고 건물을 리모델링했지만, 이전의 형태는 버리지 않은 연남동만의 정감이 살아있는 동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개성과 꿈 그리고 인간적인 정을 품고 산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있는 장영감과 진돌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해 몸소 보여준다.

그리고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아들과의 거리는 마지막에 좁혀지는는데, 그 전개가 잔잔하지만 매우 뭉클했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장영감의 진심을 빨래방의 다이어리로 알게 되는 아들 대주의 마음이 비로소 따뜻해졌을 때, 우리도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의 순간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미라는 결혼하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직업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고, 빠듯한 살림에 알뜰살뜰 아끼며 살아가지만, 오르는 물가에 전세값도 오른다.

채워지지 않는 전세금을 어떻게든 채워보려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다. 딸 나희는 엄마의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에 더하여 밤새 오줌 실수를 하고 세탁기는 제 할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는데...

 

장영감은 아내와 사별한 후 아내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파란문 연남동 2층 주택에서 진돌이와 함께 산다.

아들은 정성스레 키워 의사가 되었고, 손주는 영재판정을 받아 유학을 간다고 한다. 연남동에서 상가로 리모델링하지 않은 집은 많지 않은데, 그 집 중 한 집이 장영감네 집이다.

아들내외는 벌이가 부족하지 않지만, 영재판정을 받은 아들인 수찬이의 교육비가 부담스럽다. 하여, 아버지가 혼자 사시는 연남동 집을 리모델링하여 연남동이 핫할때 상가임대로 돌려 월세를 받고자 한다.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장영감의 고집과 충돌하는 아들 대주. 장영감이 파란대문집을 지키려는 그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대주는 어떤마음일까?

 

 


 

"여름아, 생각보다 봄은 일찍 온다? 내가 볼 때 넌 딱 봄 그 직전이야. 근데 봄이 오기 전에 반드시 꽃샘추위는 와.

그래도 그깟 시샘하는 추위에 꺾이지 마. 오케이?"

p112

 

"삼켜내기 힘든 하루가 있잖아. 그럼 퉤 뱉어버려. 굳이 그렇게 쓴 걸 꾸역꾸역 삼켜낼 필요는 없어.

마음도 체한다, 여름아."

116p

 

누구에게나 처음의 시절이 있다. 신입이라고도 불리고, 견습생, 인턴이라고도 불리며 보조 작가라고도 불린다.

여름이 그랬다. 오랜시간 작가를 꿈꾸며 보조 작가로 실력을 쌓아왔지만, 기쁜 소식은 자신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런 물에 젖은 듯한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찾은 빨래방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각자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그 길이 너무 멀어 지쳐있을 때 쯤, 다이어리를 통해 고민을 덜어내게 되고 하준은 노래로 여름은 글로 자신을 영글게 한다. 그리고 이 두사람은 어떻게 될까?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무가 보이지요? 백 년을 넘게 산 나무도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래야 부러지지 않고 꺾이지 않고 살아남아요. 어쩌면 그게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뎌온 나무들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p208

 

풋풋한 대학생 시절의 연애가 잔인하게 끝난다. 연우와 경호. 연우가 입은 상처가 너무나 깊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사람은 없지만, 어느새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거짓 소문이 대학내 퍼지고 연우는 그대로 그 소문을 온몸으로 맞아낸다.

캠퍼스에 난 소문은 너무나 제멋대로여서 연우의 목소리는 묻힐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상처난 마음과 비에 젖은 몸을 이끌고 찾은 동네의 빨래방.

세차게 내리는 비에 연우만 빨래방을 찾은 것이 아니다. 어느새 함께 하게 된 새끼 고양이 아리.

고양이와 함께 하며 서서히 얼고 생채기 난 마음은 녹고 아무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술취한 경호의 무례한 행동으로 고양이 아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리를 처음 만난 곳 주변으로 아리를 찾아가게 된 연우는 초크 목걸이를 한 채 고양이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기분나쁜 이상한 남자로부터 아리를 구해낸다. 초크 목걸이를 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보이스 피싱을 당해 동생을 잃게 된 재열. 마음에도 얼굴에도 상처만 남은 재열은 오로지 그 놈을 잡고 싶단 생각이다.

결국 재열에게 보이스 피싱 전화가 오게 되는데, 켁켁대는 기침이 섞인 목소리는 분명 그 놈이다. 재열의 기억에 선명히 박혀있는 그 놈의 얼굴이 그려진 동생의 다이어리를 찾고자 빨래방에 오게 된 재열.

사람들이 동생의 다이어리에 고민을 적어놓고 답변을 하며 위로를 받는 모습이 동생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같아 계속 놔두었었다는 재열의 이야기에 그간 빨래방을 찾으며 인연이 된 사람들이 다 함께 보이스 피싱을 한 놈을 잡기로 한다.

갑자기 긴장감이 도는 빨래방. 재열은 범인을 잡았을까?

이 시간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아. 살아보니 그래. 또 잔소리 늘어놓는다고 싫어할 테지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구나.

뱁새로 태어난 너에게 황새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내가 다 닳을 때까지, 아니, 다 닳아 없어진 그 다음에도……. 참으로 많이 사랑한다.

359

 

남들이 겉에서 보며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람 사는게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는 걸 매일 깨닫고 사는 장영감 아들 대주.

아들과 아내를 미국 유학을 보내며 점점 불어나는 금전적인 부담감이 대주를 짓누른다.

대학병원 성형외과 의사로 살아가고 최고급 옵션이 들어찬 자동차를 몰며 강남 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 대주는 한겨울 터져버린 보일러와 같은 신세다.

오직, 아들을 위해 자신은 버린것 같은 텅텅 비어버린 생활을 하는 아들이 못내 아타까워 잔소리로 들리는 진심어린 말만 할 수 밖에 없는 장영감은 멀어져버린 그 거리를 좁힐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힘들어 보이는 대주가 아버지가 끓인 대추쌍화탕을 마시기까지, 그리고 아버지의 진심을 알기까지 너무 긴 시간을 돌아왔다.

절대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저마다의 사연이 만들어 낸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놀랍고도 신비한 공간이었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이 감동이 된다.

이들이 발견하게 되는 삶의 가치가 좋은 향기와 함께 우리에게 전달된다.

 

 

 





 

 

◀ 해당 글은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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