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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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p191-192

 

코로나가 창궐하고 우리의 생활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감염이 되었었든, 감염을 피해갔든, 어떠한 형태로 우리의 삶은 180°바뀌었고 달라졌다.

조심하지 않고도 마주하며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들,

누군가와 마주하며 밥 한끼 하고 마음을 건네었던 시간들이 그리워질 때쯤

우린 이내 적응해버린 지금의 시간에 다른 형태로 삶을 이어간다.

그 삶속에 시원의 삶이 있었다. 해원의 삶도.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에 진심을 다하며 자신을 지키려 애쓰고 애쓰며 삶을 다독이고 있었다.

작가는 다른 모습이지만 방향은 같은, 현재 우리네 삶을 시원과 해원을 통해 이끌어내며 감염병 이후의 삶,

어쩌면 우리가 누구나 마주하게 될 삶과 죽음까지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냈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p220


 

예기치 못한 엄마의 사고, 재난 앞에 오롯이 자신을 내어 놓은 시안을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라본다.

자신의 10대, 20대, 나아가 30대까지 엄마를 위한 간병인의 삶을 살아갈까 두렵기도 한 시안의 마음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그 무게는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지워질지 모르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였고 현실이었다.

 

 

해원의 엄마와 시원의 엄마는 마음이 잘 맞아 친하게 지내는 언니 동생 사이였고, 해원과 해원의 오빠 해일은 자주 시원의 집에서 함께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해원의 엄마가 해외에 사는 동생을 찾은 후 프록시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시원의 가족도 감염이 되게 된다.

슈퍼전파자 N번이라 사회에서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던 해원의 가족과, 프록시모 감염을 통해 식물적인 인간이 된 엄마를 간병해야 하는 시원의 가족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이다.

처음 발발했던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바이러스보다 더 크게 사람들을 잠식시켰던 그 때,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말한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그들이 지나온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고통과 아픔, 슬픔을 나누고자 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만, 함께 공감하며 손을 내밀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최선희 선생님이 되어 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로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 사건은 시원의 시선과 해원의 시선으로 풀어지고, 그 안에 싸매놓고 해결하지 못했던 마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숨기지 않았던 진심을 통해 화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더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이들이 겪은 아픔을 넘어서 많은 이들이 마주하게 될 가족의 질병, 간병에 대해서까지 우리가 가진 마음의 짐들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고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시원이 해원을 다시 만나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의 진심인 자세를 배웠고,

최선희 선생님을 통해 그 무게를 덜어내는 법을 배웠다.

최선희 선생님이 시원에게 전하려던 말은 언젠가 누군가를 간병해야할 때 죄책감없이 나를 살리고 그 누군가를 살리게 할 따뜻한 위로였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살뜰히 엄마를 간호한 시안의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마워서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실제 닥친다면 정말 시안처럼 의연하게 온마음을 다해 간병할 수 있을까.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반복되는 일상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쇄약해지고 병드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현재를 잘 살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그 안에서 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사랑을 나누었을거라는 시안의 고백이 가슴을 울리지만,

그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앞을 향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안이 용기내어 해원을 보내어 주었듯,

엄마에 대한 무게는 덜어내고

시안도 우리도. 각자 자신의 삶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 해당 글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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