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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ㅣ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1
박생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2년 3월
평점 :

태조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일단 미국 가면 한국 애들 말고 미국 애들하고 친해져.
그냥 친해져서 놀기만 하면 돼. 그러면 거기서 살 수 있는 거야. 알았지?
친해지면 끝이야.
p33

청소년때 한번쯤은 미국유학이라던가, 이민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것이다.
영어를 배우며 환상속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이 있었었다.
주위에 부모의 직장때문에 미국으로 캐나다로 중국으로 이민을 가던 친구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었고.
그리고 대학생때 내가 직접 외국에서 생활해 보며, 지금도 쉽지 않은데 청소년기에 다른 문화와 다른 언어를 써야 하는 그곳에서 정말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 책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또한 궁금했고 기대되는 이야기였다.
한창 조기유학이 유행이던 시절, 영어와는 거리가 있는 자칭 아웃사이더였던 주인공 태조가 자신의 의지는 1도 없이 엄마와 누나와 떠난 미국 이민생활이 어떨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태원을 둘러싼 언덕 보광동의 추억을 가득안고 보광동 7인방과 성장했던 이태조는 학교에서 말이 없는 아이였다.
찐따까지는 아니고 스스로가 인싸가 아니였을뿐이라고 말하는 태조는 이름처럼 왕의 위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을 향한 자기애와 뚝심(?), 강단, 용기, 열정같은 것들이 가득 찬 아이였다.
그것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바로 미국의 오렌지 유치원 입학이었고.
이태원에서 옷장사로 조금 큰 돈을 모은 이태조의 모친은 메추리알 부자가 되었고, 자신이 지나온 어려운 환경속 부재한 경험이 아닌
좀 더 큰 물에서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국 이민을 결정했다고 했다.
1의 무게도 없이 타인을 지칭하듯 자신의 엄마를 모친이라 부르는 태조의 말투는 굉장히 신선했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누나 또한 누나가 아닌 이름 이태리로 말하는데, 호칭에서 오는 관계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이태조는 과연 어떤 인물일지
그리고 그 무심한듯한 성격때문에 아메리카 생존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태조도 타국으로 떠나는 전날 밤 익숙했던 보광동과 친구들과의 이별에 심란할 수 밖에.
그때, 그리 친하지 않던 형이 했던 말 "친해지면 끝"이라는 그 말이 태조가 미국 오렌지 유치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지표가 되었다.
한국 학교에서도 그다지 사교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던 태조를 살린 그 말 "친해지면 끝"이라는 말은
태조가 어떻게 아메리카 오렌지 타운에서 지냈는지 가늠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도 동일하게 메아리처럼 울렸다.

상상했던 미국의 화려한 동네가 아닌 보광동보다 더 시골마을인 오렌지의 자유로운 유치원 같은 학교인 오렌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은 한국인 유학생들도 많았고, 타국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은 곳이였다.
영어보다 <바이오하자드>팬픽을 즐겨 쓰고 머리속에 수십마리의 좀비들이 왔다갔다 하는 태조는 첫 학교 생활에서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고전분투하지만 민형이의 도움으로 첫발을 순조롭게 시작한다.
어디든, 환경은 낯설고 공기도 다르겠지만 한결같은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주고 그 손길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그렇게 태조는 민형이로부터 그 힘을 얻게 된다.
영어를 못해 민형이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태조는 생존을 위해 영어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을 영어 문장으로 담아내기까지, 사전을 찾고 또 찾고 영화 대사나 드라마 대사에서 인용하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태조의 영어 실력은 향상되어 갔고, 발빠른 태조의 운동감각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넓혀갔다.
그렇게 태조는 조금씩 성장했고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인 루이와 마크를 만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한국에 대한 향수병을 운동으로 해소하고 민형이가 태조에게 했던 도움을 자신이 주는 성장의 모습도 보여주며
또 다른 친구들인 테디, 니키와 찐 우정을 경험하지만 그 안에서 짝사랑의 실패도 맛보고 만다.
두려운 꿈을 꾸지 않기 위해 달려왔던 미국생활은 태조에게 또 다른 내면의 태조를 만날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누나 이태리가 먼저 한국을 찾을 줄 알았는데 20대의 어느날 태조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현실의 유니버스가 아닌 메타버스에서 자신이 꿈꾸는 것을 하고자 하는 태조는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청춘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것이 돌아가는 그 때, 우리가 겪어왔던 고민들과 지금의 아이들이 하는 고민들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심각했고, 외로웠고, 무거웠고, 진지했으며, 우정과 사랑에 집중했던 그 때 .
한국이던, 미국이던 혼란스러운 그 때 그 시절은 비슷하구나.
그리고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우리는 그렇게 영글어가고 나를 만들어가는구나.
자신이 처한 고비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가 이런거구나.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그 때 어떻게 태조가 "친해지면 끝!"이라는 목표로 자신을 살렸는지,
아메리카 생존기 끝에 달린 문장들로 우리를 위로하며 다독일 수 있었는지 참 맛깔나는 문장들로 실감나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간 책이다.
태조라면, 유니버스의 세계든 메타버스의 세계든 잘 살아남을 것 같다!
◀ 해당 글은 스피리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