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먼 여행 ㅣ I LOVE 그림책
피터 반 덴 엔데 지음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평점 :

그림책이 가지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가 머리속에 상상하는 것 이상을 실체로 만들어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완성하게 만든다.
이번에 만난 피터 반 덴 엔데의 그림책 먼 여행은 나에게 그런 그림책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분명 어려웠다.
그리고 난해했다.
무엇을 말하는지 처음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몇번을 완독한 후에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먼 여행, 그 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내가 어렵다고 느꼈던 건 이 책을 이끌어가는 여행의 주체자를 잘못 짚어서였을것이다.
맨 앞장에 등장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나도 모르게 배 안에 그 둘 중 누군가가 타고 있을거라 믿었다.
그리고 배가 아닌 그 누군가를 따라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것이 첫번째 실수였다.
아마도 이건 나의 편견과 같은 좁은 사고로 인해 빚어진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 또한 그림책 결말에서 또 한 번 깨지게 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두번째 읽었을때, 비로소 그들이 접은 종이배가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종이배 자체를 보게 되니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새들이 끝없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가듯, 종이배 또한 두려움과 걱정없이 흐르는 바닷물에 자신을 내맡기고 유영하고 있었다.
종이배는 그렇게 우리를 아니 나를 이제껏 자신을 가둔 틀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했다.
바다에서 만나는 동물들도 종이배의 등장을 반가워하는 듯 했고, 종이배 또한 누구를 만나든 주저하지 않았다.
어려움을 만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종이배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고 종이배 또한 그 도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체면이나 부담감 그리고 어떤 부족함도 필요치 않았다.
종이배의 여행이 시작된 바다는 모두를 품는 것 같다.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들은 작가의 세밀한 그림속에 새롭게 탄생했다.
무채색의 그림은 명암만 있을 뿐 자신을 구별하려 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 하나 두드러지지 않고 자신이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때론 종이배는 자신의 곁을 내어주기도 했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종이배가 가는 여정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누구나 종이배를 환영하는 듯 했고, 종이배 또한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이 벌어지듯 그 모든것을 받아들이며 즐기는 듯 했다.
잔잔하기도 했고 화려하기도 했으며 빛나기도 했고 어둡기도 했다.
어려움에 처할때도 위험에 닥쳤을때도 종이배의 길은 막히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종이배의 먼 여행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가 수백가지 숨어 있어 누구든 그 이야기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란거다.
책을 읽고 그 여정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탄생시키며 모험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
마지막 종이배가 완성시킨 만남의 이야기는 또 한 번 나의 틀을 깨는 놀라운 결말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상태, 그리고 나의 스토리에 따라 수백만가지의 다양한 이야기가 탄생하며 그림책이 가지는 놀라운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종이배가 거쳐간 항로를 보며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갈무리하고 먼 여행을 통해 겪은 모든 경험들은 누군가에게 전해져 또 다른 희망이 될 것 같다.
어떻게 해석하든 이 책으로 인한 감동은 우리를 성장시킬 것 같다.
몇번이고 다시보고 싶은 놀랍도록 매력적인 책이다.
◀ 해당 글은 보물창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