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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책을 읽으며 소박한 유기농 밥상 앞에 앉아 딱 엄마가 해주시던 집밥 냄새를 기억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재료를 하나하나 다듬으며 정성을 담듯,
이 책 에피소드마다 따뜻하고 정갈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어느 밥상이든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된다.
마음에 포근히 내려 앉아 지금 내가 짓는 밥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꼬박 세끼를 매일같이 차려내야 하는 수고가 힘겹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마음이 달라졌다.
정말 저자가 말한 것처럼 부엌지기의 삶이 요즘처럼 중한적이 있었을까 싶다.
.주방의 비중이 커지고 집밥의 힘이 빛나는 요즘이다.
식사란 단순히 '각자의 허기를 면하거나 열량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과 한 상에 둘러앉고,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나눈다.
식사는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교환하는 통로다.
음식 앞에서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한 이에 대해 애틋해진다.
함께 먹는 일만큼 즐겁고 유쾌하며, 친밀감과 안정감이 주는 경험이 어디 또 있을까.
p211

허기(虛飢)란 말이 지금까지 내겐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책을 덮고 곰곰 생각해본다.
허기진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몹시 굶어 배고픈 느낌'으로 인해 허겁지겁 몽쉘을 입에 우겨넣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들킨 경험때문일까.
삶의 허기란 무언가 부족함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기분때문일까.
그런 허기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건 바라보는 시선에 담겨있는 진실함때문인것 같다.
집밥이 주는 편안함에 우리는 정신적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참 좋아졌다.
그리고 고마움을 잊고 있었던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몇일전 딸아이와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곤 초록초록 맛있어보이는 달큰한 나물들 앞에서 머뭇머뭇 한참을 서있었다.
딸아이는 고맙게도 그 시간을 기다려 주었고, 나는 나물은 지나치고 양파와 당근만을 사든채 계산을 했다.
아주머니는 "나물은 안사고?" 물으셨다.
나물앞에 있던 나를 보셨나보다.
나는 "나물이 너무 먹고 싶은데, 제가 한 거 말고 엄마가 해준게 먹고 싶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돌아오는데, 딸아이는 내게
"나는 엄마가 해준 나물이 맛있어요~"라며 웃어주었다.
이제는 내가 딸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나의 마음이 담긴 밥상을 내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칙칙칙 소리가 나는 압력밥솥을 쓰는 것부터 도시락 이야기, 호박죽에 관한 이야기등 신기하게 겹치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저자가 말해주는 요리비법도 나는 모르는 것도 많았기에 상당한 요리고수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멸치를 손질하는 법부터 대파를 손질하는 방법까지~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이 담긴 밥상에는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요리를 완성하고 밥상을 차려내며 함께 식사를 하고 비워진 그릇들을 정리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것이 고된 수고라고 느껴질때쯤 이 책을 펼치면 나의 손에서 피어나는 밥상들이 우리 가족의 허기진 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수고를 즐겁게 감내해나가며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될 것 같다.

"작은 수고로 겨우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을 뿐인데, 스스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흙의 위력이 새삼스러웠다.
내 삶도 이와 같았으면 했다.
대단한 요행이나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을지라도,
씨 뿌림에 대한 작은 보상을 누리는 삶."
-p189-
해가 지고 배고픔이 몰려올때쯤, 제 할일들을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코끝에 스며드는 맛있는 냄새.
오늘 저녁은 무엇일까, 집에 오자마자 물어보는 가족들에게
나의 집밥이 어떻게 채워지고 배부르게 하는지는 이제 그들에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내가 밥상에 담은 정성을 그들은 몸과 마음을 밥상 앞에서 기쁘고 힘차게 흡수한다.
힘들고 고되었을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좋은일로 가슴벅찬 누군가는 그 기운을 나누어도 준다.
생각해보면 밥상에 마주앉아 함께 하며 느끼는 친밀감과 포근함 그리고 안정감은 우리에게 더없이 행복한 순간임을 깨닫게 해준다.
배 속의 허기, 마음속 허기를 모두 채우게 되는 완벽한 밥상은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묻는 것은 "네 몸과 마음을 돌볼 최소한의 여유는 갖고 살고 있니?"라는 말이나 진배없단다.
허기짐의 끝에 마주한 밥상에는 쉽과 위안이 있다는 저자의 마지막 인사는 허기져 지쳐가는 누군가에게 눈물나도록 찡한 인사로 건네질 것 같다.
"매일 삼시세끼차리느라 고생했어요~"라는 말로 들리는 『허기의 쓸모』 모든 말들은 밥을 짓느라 지쳐가던 내게 다정하고 배부른 밥상이다.
딱 필요한 때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정갈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어 정말 정말 감사하다.
* 해당 글은 허들링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