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을 쫓는 아이』로 기억되는 할레드 호세이니. 이번에는 장편이 아닌 그림책으로 만난 그의 작품.

『연을 쫓는 아이』를 워낙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이번 그림책 『바다의 기도』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레드호세이니재단을 설립해서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저자이기에

이번 『바다의 기도』에 담긴 그의 생각과 철학이 더 빛이나는 것 같다.

 

특히나 『바다의 기도』는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던 중 지중해 연안 터키 해변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바다의 기도』는 글은 길지 않지만, 그림이 나타내는 영감과 감정들이 저자의 글과 잘 어우러져 훨씬 증폭된 감상을 이끌어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며 평화롭고 고즈넉했던 어린시절의 느낌을 전달받는다.

그림자체가 주는 평온함이 있다.

올리브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염소의 울음소리,

할머니가 냄비를 달그락거리던 소리,

일상적이지만 소소했던 행복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깊이 마음에 울려펴진다.

 

지금의 우리의 일상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홈스의 작은 마을.

아빠의 어린시절이 담긴 홈스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고백이 뭉클하다.

현실의 어둠에 가리워져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만들어낸 가장 큰 소망이 평화로웠던 그 때의 작은 마을의 모습이다.

더 큰것이 아니고 더 화려한 것이 아니기에 더 울컥해진다.

 

엄마의 손을 잡고 갔었던 들판, 들판의 소떼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

아빠는 홈스의 작은 마을을 그리워 하지만, 그 안에 진심은 함께 했던 엄마를 더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 이별한 것 같다.

ㅠ,ㅠ

 

 


 

 

북적했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던 시장에서의 산책길이 이제는 꿈만같고 흩어지는 연기와 같다고 말하는 아버지.

시위로 포위당하고, 수많은 폭탄들과 벗어나고 싶은 굶주림, 죽음.

아버지는 아이에게 왜 초록색으로 그려지는 홈스의 작은 마을을 기억해주길 바랐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옛 추억이 깃든 이야기와 초록빛 싱그러운 풍경의 그림과 대조되며 회색빛 그리고 검은빛의 그림이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검은 연기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장악해버리는 것 같았고, 두려움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굴뚝같아보였다.

그들이 겪고 있는 그 아픔들.

 

"그리고 우리는

늙은이의 어두운 피보다

어린아이의 밝은 피가 더 슬픈 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어둠 속 한 줄기 빛만으로도 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했을땐, 이미 너무도 많은것을 잃어버린 뒤였을거다.

그래서 그들은 해가 뜨길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향했고, 그곳에서 '집'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는 '집'을 찾고 있어.

우리는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이 불행과 함께 어딘가로 가야만 한단다."

 

아이를 위해 불행을 넘어 바다와 싸우기로 한 아버지의 용기와 눈물.

 

 

"미르완 아빠의 손을 잡으렴,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버지의 자리에서 아이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지만, 바다의 광활함에 고개숙일 수 밖에 없을 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였다.

 

위험한 바닷길인걸 알지만, 바다의 깊이 또한 알지만 아이를 위해 배를 타야만 했던 그리고 지금도 수 많은 난민이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찾는 다는 것을 얇지만 두꺼운 바다의 기도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둠속에서 가슴속 가득 품은 희망은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기도가 독자들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깊고 어두운 푸른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배에 빽빽히 들어찬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위태하고 안타깝다.

그 안에 저마다 간절한 소망으로 작은 배를 지켜달라고~ 안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부모들의 기도가 파도소리를 덮어버린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기도가 꼭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사회문제를 이토록 아름답고 뭉클하게 그려낸 할레드 호세이니와 댄 윌리엄스에게 찬사를 보낸다.



 

 

* 해당 글은 스푼북으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