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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두이 ㅣ 바일라 12
한정영 지음 / 서유재 / 2021년 3월
평점 :

그래 너는 무얼 캤느냐?
이제는 약초와 잡풀을 구분할 수 있겠느냐?
하긴 약초라 해도 알아보지 못하면 죄다 잡풀이고, 잡풀도 잘만 쓰면 약초가 된다 했다.
p68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난다.
두려움과 걱정속이 스멀스멀 사람들을 잠식했던 그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과 소중하고 당연했던 것들의 그리움과 답답함들.
이제 시간이 지나 우리는 적응했고, 그 안에서 규제 속에 중심을 잡고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으로 개개인 방역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때보다는 아니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마스크생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병으로 인한 멈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너무나 두려웠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현대도 그러한데, 과거 오래전엔 어땠을까.
두이를 만나보니 지금에도, 그 때에도 삶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는건 뛰어난 의료기술이 아니라 다른 그 무엇보다 삶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희생하며 땀흘리고 가치를 세우는 수많은 사람들 덕이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덥고 불편한 방호복을 착용하고 의료현장에서 땀흘리며 밤새운 의료진들
약초를 캐내 한 사람이라도 살리면 그것이 벼슬이라 말하며 역병이 돌자 자신이 캐낸 약초를 들고 내음죽도로 향한 두이의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란, 미래를 짊어갈 그 때의 청소년 16살의 두이.
이 책의 주인공은 지금의 우리였고 우리의 아이들이었다.

정조 대왕이 세상을 떠나고 순조가 나라를 통치하던 어느 날,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그 어느 날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두이가 있는 음죽도, 그곳에도.
청나라, 양인을 태운 큰배가 음죽도 선착장에 정박했고 그들이 쏘아올린 총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그 배안에서 돌던 이유를 알 수 없는 역병은 음죽도에도 퍼지기 시작했고, 의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약초를 잘 아는 두이의 아버지는 고민없이 자신이 모은 약초를 들고 그곳으로 향한다.
한양에서 벼슬을 하다 오해로 좌천되어 음죽도에 내려오게 되며 사람의 도리는 내팽개치고 백성은 안중에 두지 않는 그 곳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마음을 닫아버린 두이의 아버지.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백성들을 위한 삶을 택하며 두이에게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길로 인도하려 한다.
하지만 두이의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반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입신양명하기를 바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른 방향의 인도 속에서 고민하며 성숙해나가는 두이.
두이는 마음은 엄마의 뜻에 두고 몸은 아버지의 의지를 따랐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도 없었지만 엄마의 바람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역병이 퍼지자 두이만이라도 음죽도를 빠져나가 진도로 가서 목숨을 살리고 과거에 합격할때까지 돌아오지 말라하며 밀항선에 두이를 태워보낸다.
하지만 모든 포구는 문을 닫았고 어렵게 도착한 두이가 탄 배는 갈 곳을 잃는다.
배안에서도 사람들은 역병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애꿎은 아이까지 몰아가고 그 때 두이는 아버지가 심어준 올곶은 마음의 힘이 저도 모르게 나와 아이를 보호한다.
결국 다시 음죽도로 돌아오지만 저만 살겠다고 배를 탄 그들에겐 돌팔매질이 돌아오며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때에도 두이의 엄마는 두이를 감싸며 두이대신 돌팔매를 맞고 두이와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속마음을 전하는데, 왜 그리 두이에게 뭍으로 나가라 했는지...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 마음이 쓰렸다.
"섬이란 울타리 없는 감옥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더라"
전혀 다른길로 향하는 부모님의 시선속에 두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되고 어떻게 자라날까.
수달로부터 아버지의 쪽지를 받지만 선뜻 행할 수 없다.
잠시 몸을 사리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책을 읽으라는 엄마의 뜻과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선비의 공부가 아니냐는 아버지의 뜻이 머리속에서 빙빙돌며 두이를 주저하게 한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이는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미한 것이다.
그러니 정성스럽고 한결같이 진실되게 그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p114
그 중심.
두이는 역병으로 인해 사람도 마을도 갈기갈기 찢어지며 해치게 되는 상황속에서도
두이는 결심한듯 아버지가 준 약초목록을 보며 약초를 찾으러 간다.
그 길에서 삶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약초를 캐 아버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랜시간 병을 돌보아 몸이 허해졌고 쓰러지고 만다.
그 와중에도 역병에 탁월한 약재인 약모밀을 구하러 가겠다는 아버지.
두이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수달과 약모밀, 지금의 어성초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배를 구하기도 어렵고 사방팔방 막힌 상황에서 두이와 수달은 어성초를 찾지만, 역병을 피해 숨어있는 또다를 음죽도 주민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아이들이지만 그들에겐 자신들을 밀고할 두려움, 역병이 가져온 두려움이 더 크기에 두이와 수달을 붙잡아둔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어떤지
그 두려움 앞에 사람은 얼마나 연약하고 무력한지
두이에게 보답을 한 아이의 어미로 인해 두이와 수달은 도망가지만,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피한 두이와 수달은 해류에 휘말려 해를 입게 된다.
특히 수달은 몸을 다쳤고 수달은 두이를 보낸다.
약모밀을 두 망태기 메고 다친 친구를 두고 떠나아만 하는 두이의 절박한 그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애렸던 장면이다.
바닷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또 친구 그리고 나아가 음죽도 주민들 목숨까지 어깨에 짊어진 두이의 행보가 두근두근 걱정되며 무사히 마치기만을 응원할뿐이었다.

병선을 만나 목숨을 살린 두이는 그 안에서 이제껏 터뜨리지 못한 백성들의 울분을 꼿꼿이 풀어낸다.
현감을 마주하고 오로지 음죽도로 가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고
자신도 죽음이 두렵지만 두려운것은 나리도 마찬가지 아니라며, 백성들을 위한 진정한 벼슬아치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자신을 그리고 아버지를, 수달을 지키는 두이가 대견하고 고맙기만 했다.
우리는 지금 이 때에 두이로부터 개개인 각자가 해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년 두이가 보여준 용기와 그 중심이 비슷한 상황을 조용히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 해당 글은 서유지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