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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고추밭 소동 ㅣ 민들레 그림책 10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3월
평점 :

대한민국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짱구네 고추밭 소동 』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중 유쾌하며 재치 넘치는 가운데
우리에게 불의에 맞서 힘을 합쳐 싸우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찬 메세지를 전해줍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사랑하며 작고 하찮고 보잘 것 없이 여겨졌던 것들의 소중함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그려내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님입니다.
몽실언니, 강아지 똥, 사과나무 밭 달님, 훨훨 간다 등 주옥같은 어린이 문학을 남겼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속에는 힘들고 고단한 그 시대의 아픔이 담겨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용기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며 우리가 가져야할 진정한 인간다움의 가치에 대해서 말해줍니다.

『짱구네 고추밭 소동 』은 군부 독재로 힘들던 우리네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 배경 속 짱구네 가족과 짱구네 가족이 흘린 땀방울의 열매인 고추들이 도둑에 맞서 벌이는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은 권정생 선생님께서 살아계실 때 자신의 이야기에 참 잘 맞는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로 칭송했던 김용철 그림작가님의 그림이 만나
더 따뜻하고 생동감있으며 재치넘치는 고추들의 모습으로 감동을 더했습니다.
강렬한 색감과 큼지막한 그림으로 그려진 고추들의 모습은 생동감있게 느껴지며 독자들을 권정생선생님의 이야기로 더 깊고 재미나게 빠져들게 했지요.
짱구네 엄마와 누나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숨 가쁘게 오르내리고
거름 소쿠리와 똥오줌 자배기를 져 나르며
구슬땀을 흘려 부지런히 김을 맸어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몽글몽글 맺힌 땀방울과 숨가쁨이 그대로 느껴지며 그 수고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어요.
굵은 선과 거칠지만 다정한 붓터치로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짱구네 고추들은 무럭무럭 자랍니다.
자신들의 모양을 코끼리코에 비유하며 이야기하는 상황이 아이는 재미있나 봅니다.
어떤 고추가 장난감 코끼리 코와 닮았는지 한참을 찾았지요.
저마다 다른 표정과 개성있는 모습들 내리 쬐는 태양 가운데 북적북적 이야기를 나누는 그 상황이 그대로 그려지지 않나요?
생동감있는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이 이야기와 어우러져 더 맛깔난 짱구네 고추밭으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에는 재미있고 다양한 흉내내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조랑조랑, 갤쪽갤쪽, 우쭐우쭐, 비죽비죽, 사뿌사뿐, 방긋방긋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흉내내는 말을 적재적소에 딱 맞게 쓰셨을까.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이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감탄하게 됩니다.
짱구네 옆동네에 도둑이 들어 고추들을 다 따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추들은 결의를 다집니다.
자신들은 고추 줄기에 매달려 꼼짝 못하는 신세이지만, 화를 내는 건 어리석은 일일뿐 용기를 내야 한다며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꾀를 쓰자며 싸움 준비를 단단히 하지요.
뜨거운 태양빛을 그대로 받으며 잘 익어간 고추를 본 짱구 엄마는 고추들의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잘 익은 고추를 따기로 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 이제야 안심이 되는구나."
"역시 무엇이나 심은 사람이 거둬야 하는 거야."
...
자란다는 것, 그리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 그 열매가 주인의 손으로 거둬지는 것은 가슴이 터질 만큼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정도 모르는 도둑은 짱구네 고추가 아주 잘 ~ 익었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짱구네 엄마가 고추를 거두기로 한 전 날 밤
짱구네 고추밭에 찾아옵니다.
자루가 터질 것처럼 설익은 고추까지 다 따서 무자비하게 자루에 담는 도둑의 손길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매운맛을 가지고 있는 고추들은 그동안 싸울 준비를 열심히 했지요.
피땀 흘려 가꾼 자신들의 주인은 바로 짱구 엄마라며 용기를 내어 불의와 싸우려 몸부림을 칩니다.
그렇게 고추들의 몸부림으로 도둑이 발을 헛딛게 되고 고추 자루는 폭탄처럼 폭발했습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제 몸들을 맡겨 본래 있던 고추나무 가지에 지각기 사뿐사뿐 꼭지들이 걸리게 되었지요.
자연의 모든 흐름들은 짱구네 고추들의 외침을 들었나 봅니다.
제자리로 찾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는 고추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민중들이 군부독재로 힘들어 하던 때 따뜻한 이야기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고추처럼 자루에 담겨져 꼼짝 못하지만, 서로 힘을 합쳐 불의에 맞서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가득 담고 있는 것이지요.
땀흘린 것에 대한 정당함의 가치와 그 노고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은 우리가 짱구네 고추들에게서 배워야할 소중한 가치들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은은하고 맛깔나며 웃음짓게 하면서도 가슴을 진하게 울리는 사람냄새 가득한 감동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고 읽어주고 싶은 작품들이지요.
더욱이 이번에 만난 『짱구네 고추밭 소동 』은 재미와 재치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고추들처럼 땀흘리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 힘을 합치는 협동을 배우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하고 고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휘어질 듯 제자리를 찾아가 햇빛을 받으며 따뜻함을 머금었듯이
우리 또한 참된것에 가치를 두며 세상을 살아가기를 힘써야 할것입니다.
* 해당 글은 길벗어린이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