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보는 마음 - 생명과학자의 삶에 깃든 생명 이야기,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성호 지음 / 풀빛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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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날마다 보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과정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변화의 과정을 알게 해 준다. 뚝딱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변화에는 언제나 그렇게 시간이 필요했다.

p212




자연이 품은 생명 중 어제와 같은 것이 없었다는 작가의 고백이 가슴에 남는다.

집보다는 숲의 생활이 더 길었고, 공부하고 연구하며 지낸 시간들, 생명이 있는 것들을 숨죽여 지켜보던 시간들, 그리고 그 삶들을 지켜보다 자신의 삶은 어떤지 물었던 시간까지.

이 책에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생명을 향한 열정과 생명을 보는 마음을 담아냈다.


요즘 나의 관심사 또한 자연이기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생명의 마음들을 제대로 듣고 싶었고, 그 분야에 마음을 담고 몸을 담아 열정을 피운 작가의 일생의 마음들이 궁금했었다.

처음엔, 여느 전문서적처럼 어렵진 않을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내 마음과는 다르게 책을 끝까지 못읽진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담담하고 진실되게 한자 한자 마음을 다해 쓴것이 느껴지면서 끝까지 안읽을 수 없었다.

생명을 대하며 생명을 향한 작가의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그간 내가 너무 생명에 대해 간과하며 동식물에 대해 마음을 다하지 못했었구나 반성하며 축제를 찾았던 그 때도, 축제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다른 방향을 보지 못했던 그 때를 회상하며 부끄러워졌다.



작가의 유년시절을 꽉 채우며 함께 했던 동식물들과 자연들.

그 안에서 뛰어놀며 작가는 분명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보다 힘있고 생명력 있는 참 세상을 보며 자란것 같았다.

아이들과 자연을 찾긴 하지만, 그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숨쉬며 애정을 줄 정도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해졌다.

그래서 읽으며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도 짤막하게 들려주곤 했다.


아이들이가장 관심있게 들었던 이야기는, 종자에 관한 것이었다. ㅎㅎㅎ

로드킬, 지역축제, 전주동물원이야기등도 작가의 생명을 보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어서 너무 의미있었는데, 아이는 그것보다 종자전쟁, 씨앗은행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음식에 없어서는 안될 청양고추가 바이엘이 주인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나보다.

그리고 청양고추를 심을 때마다 로열티를 내야 한다고 하니, 한번 사고 청양고추가 열리면 그 씨앗을 다시 심으면 되지 않냐 물었다.

앗! 그러네~ 그럼 되겠는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무지한 엄마의 대답을 남기고 읽어나가니,

종자회사들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작가의 대답이 따라온다.

유전공학을 이용해 한번 재배한 식물의 다음 세대는 씨앗이 싹 트지 않게 하는 터미네이터 종자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단다.

현재 세계의 종자 시장은 소수의 기업이 독식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소리없는 종자 전쟁에 대해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밀접하며 생명과도 연결되어 있는 종자, 그 종자에 주권을 쥐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아이는 유전자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또한, 금값보다 비싼 종자가 많다고도 읽어주니, 어떤 종자가 금값보다 많은지, 그 종자를 사서 투자하면 어떨지, 우리나라도 종자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며 이 문제에 대해 직시하고 있는지... 내가 대답하기 버거운 질문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궁금하지?

이 책 진짜 재미있어. 너가 읽어도 좋아. 엄마가 이거 읽고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경외감등을 많이 느꼈거든.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해!

책을 읽으면 지금 니가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 또한 알 수 있지 않을까?

엄마는 구체적으로 아직은 잘 모르겠네~"

은근 책을 추천하기도 ...

(사실, 밥도 안하고 이 책만 읽는 엄마가 신기하긴 했던것 같다...ㅎㅎ)


크게는 동물을 대하는 마음, 식물을 대하는 마음, 작은 것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나뉘며 그 안에 자신이 경험한 수 많은 값진 보석들을 적어놓았다.

작가가 경험한 그대로가 생명을 보는 마음이니 이 책 자체는 어쩌면 작가의 마음이다.


생명을 어떤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와 관련한 '생명감수성'

이 부분은 우리가 이 책을 읽으므로 얻게 되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명을 보면 우리네의 모습이 보인다.

다양한 우리의 모습들이 자연에서 생명을 갖고 살아간다.

그들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특성을 살려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며 그 시간을 준비하는 것 또한 우리가 자라나며 지나가는 과정과 참 흡사하다.

하지만, 어느새 생명은 다양성을 잃어가고 아파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과 인간의 배부름을 위해 생명의 흐름을 막아버린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생명은 다양할 때 건강하다.

우리는 지금 배가 고팠을 그 때보다 건강하지 않다.

작가의 이 짧은 말이 마음에 남는다.

아이들도 획일화된 교육속에 어쩌면 전~~~혀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자연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아이들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나는 부모로서 자연을 보며 배운 생명 다양성의 존귀함을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

나무는 내년 봄 준비를 초여름부터 한다.

나무는 모든 여건이 풍요롭고 여유 있는 계절에 이듬해 봄을 준비한다.

미리미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질 준비는 언제든 단절 없이 이어진다.

한 해 한 해 그렇게 삻을 헤쳐 나간 기록은 나무의 경우 나이테에 온전히 기록된다.

p236

동물로부터 식물로부터 그리고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인 미생물로부터 우리는 삶의 방향성을 읽고 그들의 지혜를 배운다.

내려놓고, 놓아주고, 버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너무 밟아대고 있진 않았는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며 생명을 보는 마음을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얻게 된다.

순간순간 울컥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작가의 책을 만나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음에, 그래서 내안에 있는 생명을 보는 마음을 만날 수 있음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명존중에 대한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고, 두고두고 읽으며 내 스스로 생명을 보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본 포스팅은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업체로부터 제공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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