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수리 공장
이시이 도모히코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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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과거를 기억하고 돌아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태도가 중요한데 말이야

p205




추억이 가지는 힘을 알고 있기에 추억을 수리한다는 그 공장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다.

신비스러움이 가득할 것 같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그 이야기가말이다.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 중 기억하고 싶고 좋았던 기억을 추억이라 말한다.

잊고 싶은 기억을 추억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들은 내게 큰 추억임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주인공 피피의 할아버지도 말씀하신다.

상처입은 추억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상처입은 추억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는 피피에게 할아버지가 건넨 말.


"잊으려 애쓸 필요는 없단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법이니까.

계속 떠올리다 보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그 시간이 짧을 때도 있지만 정말 긴 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

하지만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추억은 아름답게 닦이는 법이야."

p18


지금의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어느것에 더 많은 무게를 둘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대속에서 앞일을 생각하느라 과거를 잊고 현재를 놓치는 우를 범한다.


"저쪽 세계 사람들은 늘 앞일만 생각하더구나. 앞일은 절대 알 수 없는데 말이다."

p44





피피는 카를레온시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 수제품이 유명한 카를레온. 하지만 지금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피피의 할아버지 카이저 슈미트는 바로 카를레온의 장인으로 공방을 운영하며 고장난 물건들을 고치셨다.

그런 할아버지를 피피는 좋아했고 늘 함께 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은 피피의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다.

유일하게 남은것은 양철로봇인 프리츠.

할아버지가 안계신 빈 자리를 채워주던 프리츠인데, 고약한 친구들의 장난으로 프리츠가 망가지게 된다.

할아버지와 나눈 추억이 담긴 프리츠가 산산이 부서져 나뒹구는 그 순간 피피의 기억은 시커먼 덩어리가 삼켜버린것 같았다고 고백하는데, 어찌나 안타깝던지... ㅠ.ㅠ

프리츠를 하나하나 주워모아 할아버지 공방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도깨비 즈키를 만나게 되고 프리츠를 고칠 수 있는 지사마라는 장인을 소개 받게 된다.

공방 모퉁이 선반이 갈라지며 길이 나타나며 피피는 아시토카 공작소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지사마를 만나 피피 스스로 프리츠를 고칠 수 있도록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저쪽세계인 카를레온시에서는 범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어난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카를레온시에 나타나며 '낡은 굴레를 벗어던지고 기계와 컴퓨터에 일을 맡기고 변화되는 세상에 발맞추자는 개혁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추억을 잊게 하여 카를레온시 곳곳에 있는 소중히 지켜온 추억들을 잊고 눈앞의 행복만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무너뜨리려 하는 카를레온 개혁안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것이란다.




지금까지의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만들어냄으로써 옛일의 가치를 잊어버리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카를레온 개혁 프로젝트이다.


과거의 추억을 빼앗고 지금 이 순간의 일만을 생각하게 만든다.

전통에 지나치게 얽매어 있는 카를레온 시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빚어낸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

과연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나를 내어놓고 뒤쫒아가야만 할까?


피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이쪽 세상에서 즈키와 즈키 일기장으로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기억을 정리하게 된다.

피피가 툭 터놓은 마음들과 그에 답장하며 아낌없는 조언을 나누는 즈키의 일기장 속 내용이 읽는 내내 참 좋았다.

읽는 독자들도 즈키 일기장을 읽으며 마음속 엉킨 생각들이 점점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생각의 정리정돈.

서둘러야 하는 일일수록 천천히.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일수록 신속히.

p106


피피는 이쪽 세상에서 조금씩 일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지사마와 함께 일해도 될까 하는 고민도 피피에게는 늘 죄송하다란 말을 달고 사는 아이였기에 이 모든것은 성장의 시작이었다.


기회를 찾아오면 움켜지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저쪽 세계에서 계속되는 반품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추억을 잊어버리고 있기에 저쪽과 이쪽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거다.

이 모든것은 바로 카를레온 개혁 프로젝트 검은 양복들 때문이다.

저쪽 세계의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추억들은 더이상 이쪽 세계가 필요없어짐을 의미한다.

실패를 피하고 안전한 길만 좇고 도전하지 않는 저쪽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피피의 할아버지 카이저가 죽기전 무엇을 고치려 했는지 알아야만 했다.

그건 피피가 기억해내야 할 숙제였고, 피해서는 안될 슬픈 기억이었다.


"다들 지름길로 가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런 길은 없습니다. 이쪽으로 갔다가 잘못 왔다는 것을 깨닫고 저쪽으로 갔다가 잘못 왔다는 것을 깨닫죠.

하지만 어느 쪽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가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돌아가게 돼요. 지름길은 앞질러 가는 길이 아니랍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선택한 그 순간가장 최선의 길이 바로 지름길이지요."

p214



검은 무리들은 소리 없이 집요하게 아시토카 공작소로 침입했고 카이저 할아버지의 공방이 두 세계를 잇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피피의 부모님을 설득해서 할아버지의 공방의 권한을 가져갔고 카를레온 시의 상징물이었던 시계탑을 철거하고자 했다.

그들은 대담하게 추억 수리 고장인 아시토카 공작소에 찾아가 즈키를 만나 낡은 물건에 집착하기 보단 미래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저쪽 세계는 개혁 프로젝트가 점점 진행되어 가고 있었고, 즈키와 지사마는 할아버지가 돌ㅅ아가시던 순간의 피피의 기억을 떠올려 이쪽 세계를 구하길 바랐다.

피피는 아시토카 공작소의 장인시험에서 떨어져 기억을 잃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레이디, 미스 , 미시즈, 마담, 즈키, 지사마 등과 함께 했던 기억을 잃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 그들의 개혁을 멈출 수 있을까


몇번이고 기억해내고 잊었던 피피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고치려 했던 것이 시계탑이었음을 기억해내고 시계탑 철거를 막기 위해 용기내어 자신이 아끼던 프리츠를 부수었던 친구 시장 딸 리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빠와 그저 놀고 싶었을 뿐이라는 리나.


웃는 법도, 이야기하는 법도 잊어버린 지금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지금까지 지켜왔던 전통과 그들안에 있는 추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프리츠의 두 다리가 시계를 움직일 수 있는 열쇠였고, 그 일을 해낸 피피.


피피의 숨어있던 슬픈 기억이 모습을 드러내며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로 되살아 나며 카를레온을 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계탑이 돌아가며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던 종소리가 울리며 저마다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되살아 났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눈앞의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손에 들어온다.(p405)


추억 수리 공장이 지켜온 옛것들은 지금 우리를 완성시키는 버팀목이었다.

앞만보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슬픈 일, 기쁜 일도 잘 닦아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꾸어야 지켜가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려지는 장면들은 언젠가 완성된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재미도 있는데 생각할거리고 많고 좋은 말들도 많다.

책읽기 좋은 계절인 요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해당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김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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