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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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세 가지 과제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반복된다.

은신처 (기억, 소중한 물건, 메시지, 연약한 생명)

생산지(정보, 부, 은유, 광물, 환영)

처리(폐기물, 트라우마, 독, 비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p14


우리는 지키려는 생각에 언더랜드로 내려간다.

무언가를 언더랜드에서 되찾아 오려면 많은 수고가 필요하기에

그 곳은 볼 수 없는 것, 상실, 슬픔, 모호한 속내 육체적 고통의 '땅속 싶이 묻어둔 진실'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었다고 한다.

당신에게 언더랜드는 어떠한 의미인가?

이제껏 아래에 있는 것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언더랜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욱 깊게 보라'는 것이다.

언더랜드는 우리의 기억, 신화, 은유뿐 아니라 동시대적 존재의 물질적 바탕에도 필수적이다.

언더랜드는 우리가 매일 그것과 함께 사고하고, 그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 관점을 평면적 관점이 아닌 심원의 세상에 남길 유산을 향해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나가야 한다.

이제껏 우리의 사고 밖이 었던 언더랜드.

그 언더랜드의 비밀을 찾으러 저자는 위험을 감내하며 지구 방대한 곳곳의 언더랜드를 찾아갔다.

이 책을 쓰는데만 6년의 집필기간이 걸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언더랜드는 총 3부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방 - 어둠 속 언더랜드를 보다.

두번째 방 - 감춰진 언더랜드를 찾아서

세번째 방 - 언더랜드에 홀리다

로 짜여져 있으며 언더랜드는 어느 늙은 물푸레나무의 갈라진 줄기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바로 이 책 「언더랜드」는 어둠 속으로 떠나는 여행기이자 지식을 찾아 하강한 이야기다.

이 책의 이야기는 우주가 탕생한 순간에 형성된 암흑물질에서부터 언젠가 인류세에 닥칠지도 모르는 핵 미래까지 이동한다.

멀고먼 이 두 지점 사이에서 심원의 시간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들이 포개지는 지점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재다.

지면 아래에서 형성된 울림, 패턴, 연결의 네크워크로 확장되는 이야기인것이다.

p26

우리가 만드는 풍경이 언젠가는 지층 속으로 가라앉아 언더랜드가 될 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이것으로 시작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좋은 조상인가?'

우리는 과거의 시간은 생각하지만, 미래의 심원은 모호하기에 상상하지도 또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고생물학'안에서 우리는 퇴적층이 되고 지층이 되고 유령이 된다.

그러므로 수백만 년 뒤, 우리가 멸종하고도 한참 지난 인류의 지질학자가 언더랜드를 연구해 인류를 밝힌다.

p89

우리는 이 땅 어딘가에 망자를 묻고 기억하려고 한다.

저자는 땅에 묻히고 나서야 겸손을 찾고 비로소 겸혀해진다고 말한다.

땅에 묻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한 보관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상실이 남긴 것이 모두 흔적이 되고, 우리 모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생흔화석을 남긴다.

생흔화석이란 망자와 사라진 이들이 남긴 표식인데, 편지 봉투에 쓴 손글씨.

수많은 발걸음에 닳고 마모된 나무 계단.

떠나간 누군가의 익숙한 몸짓에 대한 기억도 너무 자주 떠올라 허공과 마음에 모두 새겨진 생흔화석이란다.

때로는 텅 빈 공간이 존재 자체보다 가슴에 더 쉽게 간직되기 때문에...

p90


균류!

우리가 흔히 곰팡이라 부르는 균류는 참 대단하다.

균류 네트워크가 잘 발달한 숲일수록 변화하는 인류세의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균류를 이해하고 본다면 우리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삶의 방식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한다.

자연도 인간도 균류의 관점에서 더 잘 이해되는데, 이는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집합체라는 점이다.

그렇다, 마냥 편안하고 즐겁게만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역사라고 믿는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시간의 척도에 발을 들여놓는 다수 종의 복합체로서의 자신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

'홀로바이온트(통생명체)'

ㅡ 삶의 과제를 함께 조정하고 공동의 삶을 공유하는 세균, 바이러스, 균류로 구성된' 생태학적 단위다.

p115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는 보다 광범위한 시각.

우리는 인간의 독자생존이 아닌 자연과의 협업이 중심이 되어야함을 깨달아야 한다.

공생.

당신이 네트워크를 보면, 다음에는 그것이 당신을 보기 시작할겁니다.

p125

함께 살면서 서로 북돋아주는 생명 번식의 형태와 과정을 따르는 인간 지성에 의한 사회조직으로 특성되는 시대.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이다.

저자가 언더랜드를 찾아 발걸음을 내딛으며 경험했던 이야기들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 꽤 많기에 굉장히 새로웠다.

오슬로에서 만난 시선에 자신의 발자국을 더하며 지나간 시간 속에서의 길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 또한 시공간을 초월한듯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시간은 깊지 않다. 시간은 언제나 이미 우리 주위에 있다.

과거는 유령처럼 우리를 따라다니고 우리 주위에 층이 아닌 표류물로서 도처에 존재한다."

어느 고고학자가 심원의 시간에 대해 말했던 것이라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들의 연결점과 지속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수많은 시간동안 언더랜드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고, 눈물 모양의 협곡에 다다랐을때 자신도 모르게 흐느꼈다고 했다.

그간 감내해야 했던 위험과 어려움이 사라지고 기쁨이 밀려와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난 그 눈물의 깊이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란드.

그린란드에 있는 빙산들이 땀을 흘린다.

얼음은 기억한다.

그것도 자세히 .

그리고 100만 년 이상 기억을 간직한다.

얼음은 산불과 해수면 상승을 기억한다.

얼음은 1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공기의 화학적 조성을 기억한다.

또 5만 년 전 여름에 며칠이나 비추었는지를 기억한다.

...

얼음은 기억이 있고 이 기억의 색은 파란색이다.

...

얼음은 기록 매체이자 저장매체다.

수천 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한다.

하지만 얼음이 가진 기억은 비상하나 순식간에 상실되기도 한다.

이 또한 사람과 비슷하다.

p367

이 빙산의 기억들은 우리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빙산의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있고, 빙하의 대부분도 얼음 표면 아래에 있다.

빙하의 언더랜드.


핀란드 온칼로.

핀란드어로 '동굴' 또는 '숨겨진 장소'라는 뜻의 이곳은 가장 철저한 격납 방식을 택해

가장 어두운 물질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매장하기 위한 곳이다.

최대의 에너지원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핵폐기물.

인간은 천천히, 값비싸게, 기적적으로, 그리고 유해한 방식으로 우라늄을 힘과 동력으로 전환하는 법을 배웠으나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은 구체적으로 내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

원자력발전의 사용후 연료봉은 원자로에서 꺼내 반드시 물 또는 그 밖의 차폐성 액체 안에 보관해야 한단다.

저장조 안의 물은 연료봉 입자를 흡수하면서 점점 뜨거워지기 때문에 물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키고 식힌다고 한다.

저장고 안에 보관되는 연료봉은 어떨까.

저장고 안에서의 연료봉은 몇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뜨겁고 유독하며 방사능을 띤다고 한다.

공기, 태양, 물 그리고 생물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데...

이 격리를 위한 최종방법이 언더랜드, 즉 지하세계의 매장이다.

몇몇군데의 심층 처분장이 있지만, 지진의 영향을 고려하고 지층의 특성을 살펴 가장 발전한 것이 핀란드의 온칼로라고 한다.

이 온칼로까지 저자의 발걸음이 닿았다.

책의 두께도 사당하고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도 방대하고 뒤에 실린 참고문헌 또한 대단한 양이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않은 언더랜드.

그래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었다.

특히나 책의 말미에 나온 핀란드의 온칼로를 보며, 이웃나라 후쿠시마 원자로 사건도 생각났고,

지하세계로부터 시작되는 그 생명의 연결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경각심도 일었다.

비도 많이 오고, 전염병도 번지고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변화들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언더랜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수 많은 이야기 중 가장 또렷이 들리는 이야기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우리라는 것.

우리가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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