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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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십수 년간 집을 떠나 디자이너로 살다가 12년째 되던 해 사표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저자.

자신이 그리워 했고 자신의 기억속 저편에 접어져 있던 소중했던 순간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자신만의 작품들을 완성시켰다.

빠르게만 변하는 세상, 쫒기듯 살아온 저자에게 집은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줬단다.

그리고 그 집에서 그림으로 꺼내진 나무 집에 행복한 자신이 있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나무 집 그림.

생각해보면 여행에서 돌아와 집을 들어서며 가장 먼저 하는 말도 "집이 제일 좋다~"였던 것 같다.

여행으로 색다른 경험을 얻고 즐거운 추억을 쌓는것도 좋았겠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쉴 곳이 되어주는 집.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내가 경험했던 집의 추억들을 떠올리니 그것 또한 좋았다.




저자의 그림은 캔버스가 아닌 단단한 나무 위에 그려졌다.

나무는 휘거나 말리기도 하고 나이가 먹듯 색도 변하는데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집과 닮았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집 그대로의 모습을 실사로 그리는 것이 아닌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포개져 더 따뜻하고 감상적인 그림이 완성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무 집 그림이 더 정겹고 마음에 와 닿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그러한 저자의 배려가 더 고맙다.

어느샌가 저자의 시선이 머문 그 곳엔 꽃들이 피어날 것 같다.

이야기가 스며있는 나무 집 그림.

저자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시간이었다.

그림을 보며 글을 읽으니 포항도 가고 싶어지고 시계할아버지도 만나고 싶어진다.

그녀가 건네며 완성시킨 그 때의 그 집이 지금은 나무 집으로 또 다른 생명을 얻었기에 그 감동이 배가 된다.

추억의 집 p61

저자의 추억속 기억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그 기억 속 집들을 보는 재미도.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모에게 건강하시라 안부도 묻는다.

나도 덩달아 추억속의 집들을 떠올린다.

어렸을 적 살았던 연립주택.

아빠와 엄마가 저녁예배를 가시면 무섭다고 동생과 문을 꼭꼭 잠그고 잠들었다.

그리곤 아무리 아빠 엄마가 초인종을 눌러도 깨지 않아 결국 아빠는 옆집에서 우리집 베란다로 들어오시곤 했다.

ㅎㅎㅎ

낮은 층이여서 다행이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가 저자였다면 그 연립 앞에 매주 한번씩 오던 흔들말이 달려있던 차를 그리고 싶다.

낮은 연립주택과 참 잘어울리는 그림같다.

트럭이었나 리어카였나. 그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흔들말이 오면 동생과 잠옷바람으로 나가 몇백원을 주고 신나게 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아이들은 상상할수도 없는 소중한 내 추억들이다.

천천히家 p102

올망졸망 소박한 집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을.

"찬찬히 가소"

란 말이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곳인것 같다.

아직 나는 가보지 못한 목포.

시간이 다른곳보다 천천히 흐르고 있다는 그곳에 이번해엔 꼭 방문해보고 싶다.

저자가 만난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한 시계방 할아버지도 기억이 나고,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곳도 가보고 싶다.

저자가 그림을 그리는데 마음이 아렸다는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담겼나보다.

글과 그림을 보는 내게 그 아린마음이 느껴진다.

목포 적산가옥 p117

영감을 찾아, 집 소재를 찾아 여행을 하다 보면

집들은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집을 보고 내가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p138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집에 저자의 이야기를 더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자신만의 추억이 생각난다.

떠올릴 추억이 있음에 웬지 감사한 순간들.

'나도 집이다'라는 정릉의 집처럼

네가 지나온 그 자리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도 내겐 추억이고 내겐 소중한 집이다.

가을 안부 리스본 p199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저자는 평정심도 배우고 누군가를 위로하고 평온함과 행복을 찾는다.

9년동안 만난 집들과 그 이야기를 엮어 낸것이지만, 그 가운데에 저자가 있다.

그래서 저자의 감정의 깊이와 성숙의 열매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이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방향을 바꾼 저자의 의지자체도 내겐 참 대단한데,

글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어 더 고마웠다.

저자가 선택한 평온한 행복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것이 아닐까.

각기 다른 모습의 집들도 저마다의 행복과 이유들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우리도 우리의 모습과 우리가 가진것들로 그 자리를 온전히 지켜가며 자신의 행복을 향해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그림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나무에 그려진 그림이기에 입체적일 것 같고, 나무의 결에 색이 입혀져 그 숨결이 그대로 느껴질 것도 같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차와 함께하면 잊혀졌던 내 안의 행복들을 찾을 수 있을 책이다.

소소한 행복. 소확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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