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0629 에디션 -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판
생 텍쥐페리 지음, 전성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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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생텍쥐페리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서 원로 불문학자 전성자 선생님이 최신 다시 번역하신 어린왕자 0629 에디션

나 또한 옛날에 읽었었지만, 상자 속 보아뱀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어렴풋 기억하고 있었던 터,

지금 만나는 어린왕자는 내게 어떤 모습일까.

어떠한 모습으로 길들여질까.

궁금했다.


어린왕자는 읽을 수록 마법같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이야기는 어린왕자가 지구를 방문하고 1년이 되어가는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다시 자신의 별 소행성 B612로 돌아가기 전 조난당한 비행사와 만나고

함께 했던 마지막 일주일을 6년이 지난 후 회상하 듯 이야기해주는 형식이다.


"옛날에 자기보다 좀 클까 말까 한 별에서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를 가지고 싶었답니다......"



<이 책에 들어간 삽화는 모두 다 생텍쥐페리 자신이 그린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별에서 어느날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장미와 관계를 맺어가는 어린왕자.

하지만 이야기를 할 수록 장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지고 장미와의 관계에 힘겨워하는 어린왕자는

다른 별들로 떠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번역자 전성자 선생님은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자기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하여'라고 해석하셨는데,

해석을 읽고 생각해보니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

일곱번째 별 지구에 오기까지 어린왕자는 6개의 별들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군...'으로 끝나는 어린왕자의 독백속에 어른인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혹 내가 그들이 보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지금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

그 이상한 어른의 바운더리에 내가 서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더 씁쓸했고, 생각이 많아졌다...



지구에 온 어린왕자가 사람을 만나기 전, 지혜로움을 대변하는 여우를 만난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거다.

관계를 맺음.

길들임.

어린왕자가 만날 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길들여지며 의미있는 존재로 서로에게 별이 되어줄 것을 알았던 것일까?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또 누군가를 길들인다.

그 관계로 인한 성장과 아픔이 나를 변화시키고 또 나를 온전케 한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모르낳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p90


다시 만나도 반가운 문장!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발견케 한다.



"그들이 찾는 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발견될 수도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을 볼 수 있는 힘.

관계를 맺고 길들여지며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건 나만의 웃을 수 있는 별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탐내지 않고, 나에게 없는 것에 속상해 하지 않는 것.

그것 외에 내가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들을 내 마음속에 심어놓고 꺼내어 보며 웃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게 건네는 어린왕자의 선물이었다.

장미로 인해 별을 떠나왔지만, 장미에게 길들여진 어린왕자는 장미의 마음으로 인해 행복했음을 깨닫고,

어린시절의 자신을 잠시 잊어버렸던 어린왕자 속 나는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자신을 떠올린다.

여우로 인해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것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가르침이

어린왕자에게로 그리고 어린왕자 속 나에게로 흘러 이제 책을 읽는 나에게 전달 되어졌다는 것이 참 고맙다.

"사람들에 따라 별들은 다 다른 존재야."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다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아저씨의 슬픔이 가셨을때는(언제나 슬픔은 가시게 마련이니까) 나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씬 언제까지나 나의 친구로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웃고 싶을 거고.

그래서 이따금 그저 좋아서 괜히 창문을 열겠지..... "

p114


살아가며 맺어가는 수많은 관계 속에 내가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며 관계의 참된 빛을 발견했었었나 반문해본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에는 아이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가능성과 아이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수 많은 별들을 간과한 채,

정말 보여지는 것들에만 집중하고 다그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

그것은 나와 상대의 마음과 마음이 길들어지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빛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린아이였었던 그 때를 잊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지금까지의 나의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어렸을때는 잘 몰랐는데, 다시 읽으니 문학적 깊이가 남다른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 말미엔 전성자 선생님께서 책을 번역하고 남긴 옮긴이의 글이 있는데,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 더 좋았다.

어린왕자를 만나는 그 순간은 우리도 잊었던 어린아이가 된다.

다시 읽어도 좋은 고전.

어린왕자.

0629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

마구마구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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