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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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발매되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명작인 「숙명」이 제 옷을 입은 듯 새로운 표지와 번역으로 우리를 다시 찾았다.

두툼한 책과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단순히 가볍게 읽어 내려갈 추리소설은 아닌 듯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시작으로 그의 필력에 매료당해서 몇몇의 책들을 읽었다.

하나의 나무에 제각기 다른 모습의 열매가 달린 것 같은 그의 작품들은 다른 감동과 충격 그리고 재미를 안겨주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또 좋아하는 것 같다.






숙명운명은 무엇이 다를까?

비슷한것 같은데, 웬지 다른 무게의 이 두 단어.

(초월적인 힘으로서의) 운명으로 풀이 되는 숙명은 제목이 뿜어내는 미스터리한 기운이 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엄습한다.

끊을 수 없는 운명으로 묶인 두 남자.

책을 읽기 전 눈에 들어온 저 문구로 두 남자의 관계를 생각해보지만, 아리송하게 풀릴것 같으나 풀려지지 않은채 결말을 맞이했다.

헉.

대단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사슬같이 얽혀놓은 이야기속에서 흐름의 방향을 놓치지 않고 실마리를 제공하며 인물 하나하나를 살려내고

이야기를 끌어가 끝내 독자의 마음을 쿵 내려놓는다.

점차 부풀어오르는 궁금증과 사건에 대한 결말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게 만드는 그의 필력이 놀라울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어진 끈에 묶인 두 남자. 유사쿠와 아키히코.

그리고 그들의 끈에 엮일 수 밖에 없었던 미사코.

학창시절부터 서로를 의식하며 라이벌이었던 유사쿠와 아키히코는 비슷한 듯 하지만, 달랐다.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쉽을 발휘하며 항상 앞에 서서 이끌고 게다가 공부도 잘했던 유사쿠.

반면 늘 언제나 반항심에 가득한 듯 말이 없어도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며 유사쿠를 제치고 늘 1등을 했던 아키히코.

UR전산의 손자였던 아키히코와 평범한 서민인 경찰의 아들이었던 유사쿠는 배경부터가 달라서였을까.

도와의과대학의 입학을 꿈꾸며 끈질기게 경쟁해왔던 그들은 한 사람은 의과대학교수로 한 사람은 아버지와 같은 경찰의 모습으로 재회한다.

바로 UR전산의 대표이사가 화살에 맞아 살해 당하는 살인사건으로 말이다.

살인사건만으로도 숨막히는데, 그에 발견된 증거물이 바로 아키히코의 아버지였던 나오아키의 유품이다.

이에 수사는 우류가(家)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유사쿠와 현(現) 아키히코의 아내인 미사코의 관계를 시작으로 이야기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며 수사 또한 범인을 쫓아간다.

이어질것 같지 않았고, 상상도 못했던 과거가 보이지 않는 힘에 연결된 듯한 전개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힘이란 걸 읽으며 느끼고 느꼈던 「숙명」.

책을 읽으며 다른것보다, 미사코가 열려고 하는 마음에 아키히코가 늘 거부하며 닫아버리는 것 같아 무척 아쉬웠는데, 그래도 아키히코의 진심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또한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비인간적 인체 실험에 대한 날선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가볍게 지나칠 수도 없다.

「숙명」이라 이름지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지나쳐 왔던 이야기들이 살아남을 느끼며, 그들 두 사람의 내일을 상상해본다.

역시나 대단하다 말할 수 밖에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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