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지방에서 황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북쪽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썰매를 끌 수 있는 개의 수요도 높아졌다.
벅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믿는 영리한 개였기에,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 운으로 자신을 팔고자 한 정원사 매뉴얼을 의심없이 따라갔다.
돈 몇푼에 자신의 양심과 벅을 팔아버린 매뉴얼.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으로부터 절망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서스른 날과 같은 현실 앞에 놓인 벅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싸움을 시작한다.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난 벅은 수많은 악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인내하며 이겨내어 무리에 적응한다.
야생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벅이 생존을 향해 자신의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져 나오는 힘인 잠자던 본능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정말 숨막히게 읽는 이를 몰입시켰다.
잭 런던의 묘사는 읽는 내내 벅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상하게 했음은 물론, 어느새 내가 벅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어느날 밤 눈덧신토끼를 발견하곤 온 힘을 다해 토끼를 쫒는, 본능에 충실한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은 나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삶의 정점을 이루는 황홀경이 있다.
그리고 삶은 그 황홀경 너머로 오를 수는 없다.
그런 점은 일종의 생존의 역설이다.
이 활홀경은 가장 생기 있게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했을 때 찾아온다.
이 황홀경, 생존에 대한 망각은 예술가가 창작열에 사로잡혀, 불타는 격정 속에 자신을 상실할 때 오는 것이고,
전장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채 항복을 거부하는 병사에게 오는 것이다.
그런 황홀경이 벅에게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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