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7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벅이 내면에 숨었던 야성의 본성을 일깨우며 현실과 맞서는 모습을 보며

벅과 호흡을 같이 하다보니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때론 흥분되어 가슴이 터질듯 달리기도 했고

때론 체득하여 얻기 위해 무한히 집중하기도 했으며

때론 굴복하지 않고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며 아프기도 했다.

그렇게 벅에게 매료되었다.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을 제일 먼저 배우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벅.

몽둥이의 가르침 덕에 원시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벅은 주도면밀하지만 침착하고 민첩하게, 또한 성급하지 않고 무모하지 않게 자신의 근육과 경험들을 축적해나간다.

하지만 배고픔에 포로가 된 벅은 도덕적 문제 따위를 무시하게 되면서 더 빠르고 강하게 변모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그간 지켜왔던 문명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나씩 껍질을 벗겨가며 자신을 지키려 하는 벅.

잭 런던은 과연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벅이 야생의 부름에 포효하고 본능에 자신을 내 맡기기까지 벅이 변화한 모습들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야성은 아닐까 하고 무거운 질문도 해본다.


북쪽지방에서 황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북쪽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썰매를 끌 수 있는 개의 수요도 높아졌다.

벅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믿는 영리한 개였기에,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 운으로 자신을 팔고자 한 정원사 매뉴얼을 의심없이 따라갔다.

돈 몇푼에 자신의 양심과 벅을 팔아버린 매뉴얼.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으로부터 절망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서스른 날과 같은 현실 앞에 놓인 벅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싸움을 시작한다.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난 벅은 수많은 악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인내하며 이겨내어 무리에 적응한다.

야생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벅이 생존을 향해 자신의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져 나오는 힘인 잠자던 본능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정말 숨막히게 읽는 이를 몰입시켰다.

잭 런던의 묘사는 읽는 내내 벅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상하게 했음은 물론, 어느새 내가 벅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어느날 밤 눈덧신토끼를 발견하곤 온 힘을 다해 토끼를 쫒는, 본능에 충실한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은 나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삶의 정점을 이루는 황홀경이 있다.

그리고 삶은 그 황홀경 너머로 오를 수는 없다.

그런 점은 일종의 생존의 역설이다.

이 활홀경은 가장 생기 있게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했을 때 찾아온다.

이 황홀경, 생존에 대한 망각은 예술가가 창작열에 사로잡혀, 불타는 격정 속에 자신을 상실할 때 오는 것이고,

전장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채 항복을 거부하는 병사에게 오는 것이다.

그런 황홀경이 벅에게 찾아온 것이다."

p57

인생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찾고 성장하는 벅이 마냥 대견스럽기도하나, 때마다 놀랍도록 영특하게 악전고투하며 자신을 지키려는 벅이 너무나 안쓰러워 존 손톤이 벅을 구해냈을때까지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른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존 손톤을 사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모든 충성심을 보이며 복종하는 벅.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존 손톤을 지키려 했고, 존 손톤이 도전한 무모한 내기에도 거부없이 따랐다.

존 손톤과 벅의 충심과 애정이 벅에게는 야성의 부름을 주저시킬 수 밖에 없었으나, 자신의 의지를 붙잡고 있던 존 손톤이 인디언들에게 죽음을 당하자, 상실에 대한 공허함 이면에 인간을 죽인 자신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끼며 늑대조차 누르는 유령개로 변모한다.

벅은 위대한 충심과 야성의 부름을 뛰어넘어 이제는 그를 두렵게 했던 인간까지 두려워하지 않게 된거다.

어쩌면 이는 벅이 이전에 경험했던 인간들이 개인 벅에게 했던 모습일지 모르겠다.

자신의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자신이 믿고 충성할 수 있었던 존 손톤의 존재였으나, 존 손톤의 죽음이 또 다른 인간, 즉 그간 벅이 경험해봄직한 모습의 인간으로부터 행해진 것에 분노하며 모든 것을 놓게 되자 드러나게 된 초월적인 야성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된다.

경험하기 전까지 저 깊숙이 숨겨진 내면의 본능은 깨어나지 않는다.

벅은 황량하고 처절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도 몰랐던 원시의 생명의 본질을 일깨우게 된 것 같다.

그 경험속엔 인간이 있으며 인간이 있기에 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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